재벌가 로열패밀리 '롯데그룹' 2012년 혼맥 분석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롯데그룹이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에 이어 신동주·신동빈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2세 경영 체제를 확립하며 변신에 나서고 있다. 

이에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중심으로 한 10남매의 혼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의 직계 자녀들의 혼맥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다.

또한 신 총괄회장의 막내딸 신유미 씨가 지난 2008년 롯데호텔 고문으로 위촉되며 본격적으로 경영 행보에 나서자 롯데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혼맥은 다른 재벌기업들의 그것과 비슷한 면도 많지만, 분명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많은 형제들이 각계의 유력 인사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은 점은 유사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에까지 이르는 국제적인 혼인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1922년 경남 울주군 삼남면에서 5남5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울산농업보습학교를 나와 경남도립 종축장에 기수보로 일하다 1941년 일본행 관부연락선에 탑승한다. 이 때가 열아홉살. 고향친구 자취방에 얹혀 살며 신문·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잡일을 했다. 돈이 모이면 그때마다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작가 지망생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문학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신 회장은 커팅오일(기계를 갈고 자르는 선반용 기름)을 응용해 만든 비누와 크림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사업적인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고, 내친 김에 비누를 만들던 가마솥과 국수를 뽑아내던 기계로 껌을 만들었다. 이번 사업 역시 대성공을 거두며 신주쿠 허허벌판에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껌회사에 소설 여주인공(‘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샬로테) 이름을 붙인 발상이 엉뚱해보이지만, 신 회장은 이후 “롯데라는 이름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며 만족스러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조강지처 남기고 ‘일본으로’

신 회장은 조혼 풍습에 따라 1940년 둔기리의 고향처녀(노순화)와 결혼했다. 신혼생활은 신 회장의 일본행 가출로 1년여만에 끝났다. 이 당시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이 태어났다. 노 여사는 남편의 금의환향을 끝내 보지 못하고 1951년 29살에 요절했다.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도 없이 유년 생활을 보낸 신 이사장은 아버지가 국내로 돌아온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했다. 현재는 독신이며, 자녀로는 1남3녀를 두고 있다.  신 이사장의 장녀는 장혜선 씨로,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외부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대조적으로 둘째 딸 장선윤 블리스 대표는 롯데그룹의 대표적 오너 경영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장 대표는 과거 롯데쇼핑 이사 재직 당시 롯데백화점의 대표 명품관 애비뉴엘이 오픈하는데 큰 역할을 해내며 국내 패션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장 대표는 2008년 양성욱 브이앤에스 대표와 몰디브에서 재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성욱 대표는 양해엽 전 재불 한국문화원장의 셋째 아들로,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씨와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의 동생이다. 파리 출신인 양 대표는 루이비통의 아시아 지역 세일즈 담당 이사를 지냈다가 아우디코리아에 근무할 당시 장 대표를 처음 만나 결혼에까지 이르게 됐다. 

셋째 딸인 장정안 시네마통상 주주는 지난 2004년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이승환 변호사와 결혼했다.
장남 장재영 씨는 롯데그룹에 포장지 납품을 주업하고 있는 인쇄업체 유니엘을 운영중이며, 폴스미스 등 명품 브랜드의 국내 면세점 유통을 담당하는 B&F통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B&F통상은 P&G의 화장품브랜드 SK-II의 상표권을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다.

신격호 혹은 시게미쓰 다케오

1941년 임신중이던 부인을 한국에 두고 바다를 건넜던 신 회장은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일에 빠져들었다. 당시 지금의 부인인 다케모리 하쓰코(竹森 初子) 여사를 만나 두 번째로 결혼을 했다.

하쓰코 여사의 부친은 일본 헌병 대위 출신으로 태평양전쟁 당시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하쓰코 여사의 외삼촌에 잠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쓰코 여사의 외삼촌은 1930년대 주중 일본대사를 역임했던 시게미쓰 마모루(重光 葵)인데, 그는 1932년 윤봉길 의사의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 의거 당시 큰 부상을 입었던 인물이다. 또한 1945년 미 전함 미주리호에서 거행된 항복문서 조인식에 일왕 히로히토와 함께 목발을 짚고 참석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조선인 출신이었던 신 회장이 전후 일본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신 회장의 성실함이 가장 큰 비결이겠지만, 하쓰코 여사의 도움 역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의 일본명이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라는 점 역시 설득력을 더한다. 

신 회장은 하쓰코 여사와의 사이에 형제를 두고 있다. 일본 롯데를 책임지고 있는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한국의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바로 그들이다.

신동주 부회장은 재미교포 사업가인 조덕만 씨의 차녀 조은주 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가 주례를 서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슬하에 아들(신정훈) 한 명을 두고 있다.

일본 아오야마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신 부회장은 롯데 입사 전 미쓰비시상사에서 10년간 근무하다가 1987년 한국롯데에 입사했고 이후 일본으로 다시 건너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아오야마대학을 졸업했지만,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첫 직장은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 증권사로 영국 지사에서 근무했다.

롯데그룹이 최근 금융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데에는 신 회장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는 재계의 분석이다. 신 회장은 1988년 일본 롯데상사의 이사로 입사한 뒤, 1990년 호남석유화학의 상무를 맡으며 국내 재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처럼 국제결혼을 했는데, 부인은 오고 미나미(大鄕眞奈美)로, 일본 최대 건설사로 손꼽히는 다이세이(大成)건설의 오고 요시마사(大鄕淡河) 부회장의 둘째 딸이다.

특히 신 회장의 부인은 일본 귀족학교인 가규슈잉(學習院)을 졸업한 재원으로 한때 일본 황실의 며느리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실제 신동빈 회장의 결혼 당시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중매를 서고 주례까지 맡았으며, 결혼식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를 비롯해 일본의 전·현직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한·일 양국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신동빈 회장의 가족들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사태 당시 일시 적으로 국내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슬하에는 신유열 군과 신규미, 신승은 두 딸을 두고 있다. 

이 밖에도 신격호 총괄회장은 세 번째 부인으로 지칭되는 서미경 유원실업 대주주와의 사이에 막내딸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을 두고 있다. 지난 2008년 롯데그룹의 계열사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신유미 고문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지분 역시 보유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경영활동이나 외부 행사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농심’ 창업주 넷째 신춘호 회장

신 총괄회장이 일본에 건너간 후 실질적으로 가장 역할을 했던 것은 넷째 동생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다. 신춘호 회장은 일본으로 간 형과 몸이 약했던 둘째 형(신철호)을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도맡았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농심그룹 창업 과정중에 맏형 신격호 총괄회장과 의견 충돌을 일으켜, 결국 롯데그룹을 나와 스스로의 힘으로 현재의 농심그룹을 만들어냈다. 농심그룹은 현재 연매출 3조원 대의 대형식품그룹이다. 

신춘호 회장은 김낙양 여사와 혼인해 슬하에 3남2녀를 두고 있다. 막내딸인 윤경 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농심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자녀들의 혼사를 통해 재계는 물론, 정계에까지 넓은 인맥을 형성했다.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사장은 1979년 박남규 조양상선 회장의 4남인 박재준 씨와 결혼했다. 박재준 씨는 조양상선그룹 부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남규 회장은 김치열 전 내무부 장관과 사돈 간인데, 이 관계를 통해 효성그룹과 신동방그룹 등 정치권 가문들과 연결된다. 

평범한 주부로 지내던 신현주 부사장은 15년 전쯤부터 일을 시작해 현재 농심그룹의 광고기획사인 농심기획을 책임지고 있다. 둘 사이에는 딸이 두명 있다. 

신현주 부사장 아래로는 장남 신동원 농심 대표가 있다. 신 대표는 1986년 민철호 전 동양창업투자 사장의 딸 민선영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자녀로는 신수정, 신수현, 신상열 등 1남2녀를 두고 있는 상태. 

신동원 대표의 쌍둥이 동생인 신동윤 율촌화학 대표는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딸인 김희선씨와 결혼했다. 신동윤 대표의 장인인 김진만 전 부의장은 슬하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김택기 전 국회의원 등 여러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셋째 아들인 신동익 농심개발 부회장은 할인점인 메가마트와 일동레이크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동익 부회장은 노홍희 전 신명전기 사장의 딸인 노재경 씨와 결혼했다. 

신춘호 회장의 막내딸 신윤경 씨는 서성환 태평양그룹 선대 회장의 차남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농심그룹은 서경배 회장의 형인 서영배 태평양물산 회장이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사위라는 점에서 언론까지 연이 닿아있다.

롯데가 10남매, ‘화려한 혼맥’

신 총괄회장의 형제들은 10남매의 대가족답게 다양한 영역에서 화려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먼저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철호 씨는 자녀들을 통해 법조계 인사들과 연을 맺고 있다. 

신철호 씨는 부인 송수영 여사와의 사이에 3남5녀를 두고 있는데, 사위와 며느리들 가운데 법조인이 절반에 달한다. 장녀 신혜경 씨는 서울고법 출신의 조용원 변호사와, 셋째 딸 신미진 씨는 장태규 변호사, 넷째 딸 신혜승 씨는 정경언 변호사와 각각 결혼했다. 또한 장남 신동림 씨의 부인은 정승원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삼성그룹 이재용 사장의 이혼소송을 담당하기도 했다.

둘째 신철호 씨와 다섯째인 신춘호 회장 중간엔 여자 형제들인 신소하 씨와 신경애 씨가 있다. 특히 신경애 씨의 아들인 우탁 휴네시스 사장은 롯데가 3세들의 모임을 주도하며 가족간의 우애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신경숙 씨는 한일향료 사장을 지낸 故박성황 씨와의 사이에 형제를 두고 있다. 차남인 박기택 국민대 교수는 정일영 전 국민대 총장의 딸인 정형은 씨와 결혼했다. 

여섯째 동생은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사장이다. 신선호 사장은 심정자 씨와 가정을 꾸려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는데, 그중 맏딸 신유나 씨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과 결혼했다.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중 가장 화려한 혼맥을 자랑하는 사람은 일곱째 동생 신정숙 씨다. 신 씨는 최현열 NK그룹 회장과 결혼해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는데, 이 중 맏딸과 둘째 딸을 재벌가로 시집보냈다.

故조수호 한진해운 회장과 결혼한 첫째 은영 씨는 현재 재계를 대표하는 여성 경영인으로 한진해운을 책임지고 있으며, 둘째 딸인 은정 씨는 故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그룹 회장의 차남 정몽익 KCC 부사장과 결혼했다.

신 총괄회장과 불편한 관계로 알려진 여덟째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한순용 전 롯데칠성 감사의 딸인 한일랑 씨 사이에 2남1녀를 두었지만, 맏아들인 신동학 씨는 먼저 세상을. 차남인 신동환 씨는 최병석 전 대선주조 회장의 딸인 최윤숙 씨와 가정을 꾸렸다. 

롯데가 10남매의 막내는 신정희씨다. 신정희 사장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결혼해 슬하에 형제를 두고 있다. 

롯데가에 대해 재계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만든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 모두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전무후무한 기업”이라면서 “한·일 양국을 넘나드는 화려하면서도 실속 있는 혼맥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벌이 혼맥문화를 부의 안정과 세습, 지배체제의 구축에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문제는 재벌의 혼맥문화가 기득권과 부의 유지수단이라는 점이다.

계열사간 불공정거래 등이 공정거래법상 명시돼 있지만, 재벌혼맥의 카르텔까지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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