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항로까지 바꾸던 롯데, ‘자진시정’ 백기 <왜>

[파이낸셜투데이=조경희 기자]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올해만 세 번째 제재를 받았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회사자금 횡령 혐의를 포함 총 4번에 걸쳐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면 롯데그룹은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아 ‘악연’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이 4~5번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롯데그룹은 경제경찰인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롯데쇼핑이 결국 공정위에 ‘백기투항’을 하면서 <파이낸셜투데이>가 롯데그룹과 공정위 간 ‘악연’을 짚어봤다.

'롯데' 수난사다. 지난 7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중소납품업체와 계약할 때 ‘백지 계약서’를 강요했다가 공정위의 시정 조치를 받았다.

같은 달 신동빈 부회장의 지시로 롯데기공이 계열사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구매 때 ‘통행세’를 받은 사실이 들통나 6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또 지난 8월에는 할인이 전혀 안 된 가격임에도 절반가량 싸게 파는 것처럼 할인율을 허위로 표시한 롯데닷컴이 과태료 500만원을 물게 됐다.

지난 9월 4일에는 ‘경고’ 조치에 끝났지만 미국 유명 아동복브랜드 ‘짐보리’의 독점 수입 판매에 대해 롯데쇼핑이 국내 소비자들로 하여금 짐보리 사이트(www.gymboree.com)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면서 일단락됐다.

지난 4월 25일 공정위는 롯데백화점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이 미 유명 아동복 브랜드인 짐보리를 독점적으로 수입, 유통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행위를 한 의혹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지난해 10월 롯데백화점이 짐보리와 국내 독점 유통계약을 맺은 후 직접 구매를 할 수 없게 됐다.

‘경고’ 조치를 한 주체는 공정위지만 공정위를 움직인 것은 바로 소비자였다. 포탈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아이들 옷값 거품 빼기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라는 청원 사이트가 생겼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 올라온 소비자 불만

 

지난 4월 2일 생긴 이 청원 사이트는 짐보리 아동복 브랜드를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롯데백화점에서 독점 수입하면서 더 이상의 직접 구매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8120원에 살 수 있었던 짐보리팽귄탑($7.12)이 롯데백화점에서 4만2750원에 판매된다는 데 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소비자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질 좋은 해외 명품 브랜드를 입히고 싶다”는 소망 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브랜드를 찾기 위해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공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공정위에 대해서도 “지난 10년간 아동복 브랜드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비싼 명품 유모차 등에 대해서만 조사하지 말고 실제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아동복 브랜드의 가격과 해외에서 수입되는 아동복 브랜드의 ‘거품’에 대해서도 조사해달라”며 이 같은 청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불만에 자발적 실시”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롯데쇼핑측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미 지난주부터 짐보리 사이트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짐보리 브랜드에 대한 ‘독점 수입 판매권’을 가진 롯데쇼핑이 지난달 29일부터 국내에서도 짐보리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짐보리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짐보리팽귄탑 7.12 달러 살수 있다. 한화로 계산하면 약 8,120원에 살 수 있는 것이다.
또 롯데쇼핑측은 공정위의 ‘제재’ 조치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지 않았고 또 이는 법률적으로 검토했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라며 “법적으로 시정 조치 등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철회하겠다는 등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공정위 제재조치에 대해서는 선을 긋기도 했다.

한편 공정위는 “짐보리 독점판매에 대한 롯데백화점 조사를 마무리하고 법리 검토를 하는 가운데 롯데백화점이 자진 시정 의사를 밝혀왔다”며 “앞으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외국 의류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병행수입을 막는 등 불공정행위를 하면 엄하게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이 짐보리 美 홈페이지에서 약 8,000원에 살수 있는 같은 옷을 42,750원에 팔고 있다.

제2롯데월드 수족관…변전소 위 건축?

짐보리에 이어 이번에는 ‘안전 불감증’ 논란도 일고 있다. 제2롯데월드의 대형 수족관이 초고압 변전소 바로 위에 건설되고 있어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고압변전소 위에는 '누수' 위험 때문에 저수시설이 들어올 수 없지만, 롯데 측이 변전소 위 지하 1~2층 부지에 대형 수족관을 짓고 있다.

국토해양부 규정에는 변전실은 침수나 물방울이 떨어질 우려가 없는 곳에 설치해야 하며 특히 변전실 윗층에서 물이 샐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하 변전소는 조금이라도 침수되면 복구가 쉽지 않아서 대형 정전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롯데 측은 철저한 방수 시설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변전소 부지 자체가 롯데 소유 이며 변전소 운영은 한국전력측이 임대해 사용하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재할 수 없다는 ‘맹점’이 존재, 롯데측 을 제재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롯데 측은 “5중 방수처리를 통해 누수나 정전 등의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입장지만 롯데월드가 그간 놀이기구 사고 등이 다수 벌어진 바 있어 소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롯데지만”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많은 ‘후광’을 받은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립 허가가 나면서 공군 ‘항로’까지 바꾼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도 무혐의처리를 내린 ‘통행세’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는 등 전방위 ‘제재’를 받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골목상권 등 공정위에서 지난해부터 이야기한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정책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서 특히 유통공룡이자 재계 5위인 롯데그룹에 대한 압박이 심해진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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