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리딩뱅크’ 수성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KB국민은행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수천억원을 배상해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신한금융지주에 내준 1위를 되찾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리딩뱅크’ 수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해 올해 경영 키워드로 ‘상생 금융’을 제시한 양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은 4조7447억원에 달한다. 이는 시중은행 중 최다 판매 금액이다.
KB국민은행은 2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 ELS 손실에 대한 자율 배상을 논의한다.
KB국민은행의 홍콩H지수 ELS 손실률은 50%로, 배상률을 40%로 가정할 시 상반기 KB국민은행이 배상해야 할 규모는 약 1조원에 이를 수 있다.
배상 여부와 규모는 현시점에서 확정할 수 없지만 KB국민은행은 이사회를 거쳐 1분기 실적에 홍콩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 부채를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5조원대 순이익 달성이 예상됐던 KB금융의 실적 또한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2분기(4~6월) 순이익 추정치는 1조46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1조5048억원)보다 2.8% 줄어든 수준이다.
2분기 중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천억원 규모의 배상금이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되면 순이익은 1조원을 밑돌 수 있다.
양종희 회장이 올해 경영 키워드로 ‘상생 금융’을 내건 만큼 양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은 지난해 11월 취임식에서 “사회와 상생하는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시무식에서는 “‘경쟁과 생존’이 아닌 ‘상생과 공존’으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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