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 미국 출시
‘1등 영업사원’ 서정진 회장, 해외 세일즈 직접 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에서 셀트리온그룹 합병 기자간담회를 열고 합병 등에 대한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에서 셀트리온그룹 합병 기자간담회를 열고 합병 등에 대한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셀트리온의 1호 신약 ‘짐펜트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2030년 연 매출 12조원, 신약 매출 5조원’이라는 청사진 실현에 바짝 다가섰다. 반대를 무릅쓰고 ‘뚝심’있게 개발을 밀어붙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승부수가 통한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성분 인플릭시맙)’를 출시했다. 중등도 또는 중증의 활성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환자가 이 약물을 쓸 수 있다. 권장 용량은 2주 간격, 회당 120mg이다. 인플릭시맙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IBD)에 사용되는 치료제로, 종양괴사인자를 저해해 항염증 및 면역억제 효과를 나타낸다.

짐펜트라는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정맥주사)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한 품목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과 성분, 유효성, 안전성 등이 동일하면서 더욱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를 본떠 제조한 약으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바이로시밀러다. 셀트리온은 정맥주사(IV) 제형 램시마를 선보인 후 투약 편의를 개선한 램시마SC를 론칭했다.

셀트리온 짐펜트라
셀트리온 짐펜트라

램시마SC는 서정진 회장이 아니었다면 출시조차 되지 않았을 공산이 큰 제품이다. 서 회장은 2015년 유럽서 램시마 영업을 하던 도중 한 병원 간호사로부터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기존 제형 대신 자가투여가 가능한 SC 제형의 필요성을 듣고 한국에 돌아와 SC 제형 개발을 주문했다.

반발도 있었다. 램시마의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 개발사인 존슨앤드존슨이 SC 제형 제품 개발에 번번이 실패한 데다, 램시마가 유럽서 소위 잘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임상 비용을 들여야 하는 제형 개발에 나설 이유가 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2019년 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된 램시마SC는 램시마IV나 다른 인플릭시맙 치료제와 교차처방 확대를 통해 독보적인 입지에 올랐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램시마SC의 시장 점유율은 유럽 주요 5개국(EU5)에서 20%를 기록했다. 램시마IV와 합치면 점유율 72%로 사실상 인플릭시맙 시장 지배자다.

셀트리온은 유럽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램시마SC의 성과를 미국에서 짐펜트라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를 6181.08달러의 도매가격(WAC)에 공급한다. 4주 동안 2회 투여하는 용량이다. 회사 측은 “짐펜트라의 신약 지위와 염증성 질환 시장의 경쟁의약품 가격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짐펜트라는 현재 출원된 SC제형과 투여법에 대한 특허가 등록되면 최대 2040년까지 특허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안정적인 중장기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

짐펜트라는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셀트리온이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복수의 중소형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서 별도 협상 없이 자사 처방집(formulary)에 제품을 등재하는 등 출시 초반부터 처방 확대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대형 PBM과도 2분기 내 선호의약품 등재를 목표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의료보험시장에서 의약품 유통 핵심 역할을 하는 처방 약 관리업무 대행업체 PMB은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어 의약품 목록을 선별·유지하고 약제비 청구에 대한 심사와 지급 등을 담당하고, 그 대가로 관리비와 함께 제약사가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 PBM이 발간하는 처방집에 등재되어야만 미국 시장 내 광범위한 판매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셀트리온
셀트리온

서 회장은 올해 초 브리티시 컬럼비아, 퀘벡 등 캐나다 전역에 있는 300여개 의료기관에서 1800명의 의료 관계자를 만나 셀트리온 마케팅을 진두지휘한데 이어 이달 초부터는 회사 경영진들과 뉴욕, 맨해튼, 뉴저지 등 미국 동북부 지역을 돌며 IBD 분야 의료진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회장은 연내 북미 지역에서만 7500명의 의료진을 만나 짐펜트라 세일즈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인플릭시맙을 포함한 미국 TNF-α(종양괴사인사) 억제제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62조570억원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짐펜트라의 1차 표적 시장인 IBD 환자 수는 약 30만명으로, 금액으로 따지만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미국 출시 2년 차인 2025년을 목표로 타깃 환자 처방률을 10% 이상 달성해 짐펜트라를 연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등극시켜 회사의 실적 성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사진=셀트리온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관계자는 “짐펜트라의 치료 효능, 투약 편의성 등 강점을 바탕으로 현지 의사와 환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 오너를 비롯한 회사 경영진들이 현지에서 직접 세일즈 투어를 진행하며 의사들과 소통하고 있는 만큼 짐펜트라의 빠른 시장 안착과 처방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투자에 집중해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이미 상업화한 6개 제품에 더해 오는 2025년까지 총 11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는 총 22개의 제품을 확보해 연매출 12조원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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