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회관에서 경찰이 출입문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내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과 서울시의사회 사무실, 강원도의사회 사무실 등지에 수사관을 보내 의협 전·현직 간부들의 휴대전화와 PC 등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지난달 29일)이 지났음에도 전공의들의 복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자, 정부의 엄정 대응 방침에 경찰이 행동으로 나선 것이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될 경우 의협 전·현직에 이어 전공의 단체의 집행부를 비롯한 전공의들도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19일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확인되는 개별 의료인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6일 의협 등 의사단체들을 상대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린 뒤 같은 달 16일부터 전공의 개개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후 19일에는 전공의 전체에 ‘진료유지’명령을 내렸다. 지난 27일에는 전·현직 의협 간부 5명을 고발하며 전공의를 압박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오전까지도 복귀한 전공의는 294명에 그쳤다. 같은 날 오후 7시 기준으로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 제출 전공의는 9997명, 근무 이탈 전공의가 9076명이 나온 것에 비하면 복귀자는 극히 일부였다.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의 송달 효력을 확보하기 위해 명령서 전달을 위해 각 수련병원 대표자의 집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또 이날은 복지부 홈페이지 등에 업무개시명령을 공고했다.

복지부는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 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사법당국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관련 집단행동 때와 2007년 금품로비 의혹 수사 때도 의협을 압수수색한 적이 있다.

다만 이번에는 의협이 직접 집단행동을 하지 않은 데다 의료계 내 위상과 대표성이 과거보다 떨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의협을 상대로 압수수색 등 강경 대응을 하는 것은 예상 밖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의협은 ‘중대 결정(집단행동)의 사직과 종료를 회원 투표로 결정한다’는 원칙만 정해놨을 뿐 집단행동의 시점이나 방식, 투표 일정들을 제시하진 않았었다.

◆ 의협 비대위, 오는 3일 전국의사총궐기 예고...“분노 금할 수 없어”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들을 도왔을 뿐, 집단행동을 주도하진 않았다며 즉각 반발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은 대통령께서 언급한 자유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반발했다.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뤄진 사직서 제출을 의협 비대위가 교사했다고 누명을 씌웠다”며 “의협 회원이기도 한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돕고자 한 행동을 집단행동 교사 및 방조로 몰아가는 정부의 황당한 행태에 의사들은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직 및 계약 종료 등으로 돌아갈 병원도 없는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노동을 강제하는 행태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만큼은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정부가 명확히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오는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총궐기’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