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10영업일 국고채 3년물ㆍ20년물 금리역전
전일 국고채 3년물ㆍ10년물 스프레드도 4bp로 축소

국내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경기 불황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최근 국고채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경기 침체에 대한 예측에 있어 가장 정확한 지표 중 하나로 꼽혀 향후 경기를 판단하는 데 있어 주목할 요소다. 

이달 주요국의 긴축기조 완화 등 외부요인의 영향으로 국내 경기 일부 지표가 개선됐지만, 현실은 여전히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경기 침체는 물론이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의 동반) 우려도 나온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하반기 국고채 3년물과 20년물의 금리 역전 현상은 총 26영업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채권시장은 지난 3월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9월에 접어들며 불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듯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빈번했다.

9월과 11월에 각각 7영업일, 9영업일씩 역전이 발생했으며, 이달에는 전일까지 총 10영업일 금리가 역전됐다.

통상적인 상황에선 단기채권보다 장기채권의 금리가 높게 형성된다. 경제 성장 기대감이 있는 경우 자본을 안전자산에 투자해 오래 묶어두기보다 단기적으로 굴려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심리가 우세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시장이 미래에 경기 침체 등 불황을 예상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장기채권의 가격이 상승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이 현상을 향후 불황 가늠자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국채금리 3개월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 현상을 ‘장단기 금리역전’의 대표적 분석 근거로 활용한다. 과거 수차례 3개월물ㆍ10년물의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는데, 해당 사례 모두 약 1년~1년반 이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미국은 지난해말 국채 3개월물ㆍ10년물의 금리 역전을 재차 경험했다.

국내 채권시장의 경우 국고채 3년물과 20년물 또는 3년물과 10년물의 스프레드(금리 차이)를 비교하는 경향이 크다. 장기채권 중 20년물 금리는 비교적 가시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하락이 크지 않은 만큼 감독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지표로도 알려졌다.

하반기 들어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3년물 금리를 밑돈 적은 없지만 최근 그 격차가 급속도로 좁혀졌다. 전일 기준 국고채 3년물(3.22%)과 10년물(3.26%)의 스프레드는 4bp에 불과했다.

이처럼 불황의 선행지표가 뚜렷한 악화 조짐을 보여 내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장기화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이후 안정세에 접어들었던 채권시장이 근래 다시 불황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물가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 압력이 거세지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져 긍정적 전망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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