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vs전두환‥눈치싸움은 계속 된다

 

 

 

[파이낸셜투데이=박단비 기자]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시효 완료를 5개월여 앞둔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에 집행 전담팀을 구성했다.

전 전 대통령 등 거액 벌과금 미납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채동욱 검찰총장은 “정의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특별수사를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계좌추적, 자산추적, 압수수색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추징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추징’에 무게가 실어지던 것이 ‘수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시작된 전두환 털기‥형사처벌로 압박 수위↑
처남 이창성·조카 이재홍 구속수사까지 펼쳐

전씨일가 압박에 흔들릴까

검찰 수사의 칼끝은 두 이씨와 재용씨를 거쳐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와 삼남 재만씨를 정조준 할 가능성이 높다.

재국씨의 경우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재산을 도피하고 탈세했다는 의심이 있고, 자신이 소유한 시공사의 자금출처와 미술품 구입자금 등에서도 불투명한 부분이 적지 않다.

회사 운영과 외형 확대 과정에서 아버지의 비자금이 유입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삼남 재만씨는 미국에 보유했거나 보유 중인 주택과 캘리포니아에서 운영 중인 와이너리의 매입자금과 관련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출처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씨 일가와 관련된 의혹은 부동산, 금융자산 할 것 없이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전씨 측의 대응도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추징금 전담팀 구성 이후 내심 전씨 측의 자발적 협조를 기대해왔다.

검찰이 일가족 회사는 물론 자녀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 압박할 경우 전 전 대통령측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은닉재산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전담팀 구성 이후 이어진 압수수색 등에도 전씨 측이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검찰은 이 같은 기대를 버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관심사는 국내 자금 추징

국내 자금 추징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현재 이를 인지한 검찰도 전씨 부부와 직계 가족 및 친인척 일가의 금융재산, 채권, 부동산, 미술품을 대상으로 재산 형성 경위와 자금 출처, 관리 실태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6일~18일 전씨 일가의 사업체 및 자택을 압수수색해 그림 300여점과 도자기류 등 미술품 500여점을 확보해 목록을 작성하고 정밀 감정에 들어갔다.

검찰은 앞서 이순자씨 명의로 된 30억원 짜리 개인연금보험을 압류해 자금 출처를 확인 중이며 처남 이창석씨 등 7명의 대여금고에서 압수한 통장 50여개를 확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2004년과 2008년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전씨의 비자금으로 인정된 167억원 상당의 무기명 채권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도 추적 중이다.

재용씨는 당시 '결혼 축의금을 외할아버지가 불려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아울러 검찰은 이창석씨가 2004년 1월 경기 파주시의 서원밸리골프클럽 회원권 142개를 매입한 것과 관련, 자금원을 확인하고 있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차남 재용씨의 조세포탈 혐의를 수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씨가 전씨의 비자금 세탁을 돕기 위해 회원권을 샀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경기도 오산의 땅을 2006년 재용씨에게 넘긴 과정과 장남 재국씨가 2004년 딸과 부인 명의로 산 연천 허브빌리지의 토지 매입 과정도 확인 중이다.

검찰은 재국씨가 2004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인 ‘블루 아도니스’에도 주목, 해외 사법공조를 통해 거래 내역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 검찰은 최근 압류한 재용씨 소유의 이태원 고급빌라 3채의 매입 자금 출처를 캐고 있다. 전씨 비자금 167억원 중 일부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작된 물귀신 작전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지난 1995~1996년 진행된 전씨의 뇌물수수 사건 수사 기록 일체를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검찰에 신청했다.

5일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에 따르면 전씨 변호를 맡은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 ‘12·12 및 5·18 사건 특별수사본부’가 수사한 전씨 뇌물 혐의 관련 기록 일체에 대해 열람 신청을 냈다.

정 변호사가 낸 열람 신청서는 전씨 명의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변호사는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씨가) 대통령 재임 기간에 현대·삼성 등의 총수들에게 돈을 받았지만 이를 민정당 운영비나 대선자금 등 정치 활동비로 썼고, 남은 자금은 수사를 받은 뒤 검찰에 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220억원,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에게서 220억원,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게서 150억원 등 모두 2천205억원의 뇌물을 받아챙겼고 재판에서 전액 추징당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수사 기록을 분석해 ‘기업들에서 받았던 돈은 다 써버렸거나 추징금으로 냈고,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를 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측의 열람 신청서를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것도 있어서 법리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부터 환수팀에 특수 경험이 많은 김양수 부부장과 회계분석 요원 2명을 추가 투입했다.

이로써 환수팀은 김형준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9명과 회계분석 요원 4명, 자금추적 요원 6명, 국세청 등 외부파견 인원 5명을 포함해 모두 45명으로 확대됐다.

 

당당한 전두환 "뇌물수수 사건 수사 기록 내놔"
쫓는 검찰은 불안한데…쫓기는 전두환은 '여유'

비자금 연결고리는 처남

첫 소환 대상으로 처남 이창석씨를 택한 이유는 그가 전씨 자녀들의 재산 형성·증식에 깊숙이 개입해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전씨의 비자금과 은닉재산이 이씨라는 연결고리를 거쳐 자녀들에게 흘러들어 간 뒤 불어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확보하려면 지난 수십년 간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 재산이 전씨의 비자금이거나 비자금에서 유래한 불법 재산임을 입증해야 한다.

‘전두환 추징법’(개정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은 불법재산임을 알고도 취득했거나 불법재산으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서는 당사자 이외의 사람을 상대로도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전씨 일가의 재산 운용 상황에 비춰 현저히 고액이거나 재산 취득 시기가 의심스럽다면 불법재산으로 볼 개연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전씨의 자녀 등이 아닌 처남을 먼저 소환한 것은 그를 통해 길게는 3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는 재산 은닉의 실타래를 풀어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은 우선 이날 소환조사에서 이씨가 차남 재용씨 소유 회사의 대출을 위해 경기도 오산 땅 일부를 담보로 제공하는 과정의 불법행위를 확인 중이다.

재용씨 소유의 부동산 개발회사 비엘에셋은 서울 서소문동 일대의 개발사업을 위해 2008년부터 최근까지 B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9곳에서 약 300억원을 빌렸다.

이씨는 전씨 자녀들이 재산을 형성하고 불리는 과정 곳곳에 '후견인'처럼 개입해 비자금을 관리·세탁해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 배후의 지시자로는 전 전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씨는 오산 땅의 일부를 재용씨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재용씨는 2006년 오산 양산동 46만㎡의 땅을 공시지가의 10분의 1도 안 되는 28억원에 사들인 뒤 되팔아 3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이씨는 같은 해 전 전 대통령의 외동딸 효선씨에게는 안양 관양동 임야 2만6천㎡를 증여하기도 했다. 이 임야는 이순자씨가 가등기로 소유하고 있다가 1984년 이씨에게 넘긴 땅이었다.

검찰은 1996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친 전두환 비자금 수사에서도 그를 핵심인물로 보고 추궁했으나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검찰은 이들 외에 전씨의 장남 재국씨와 삼남 재만씨의 재산에도 주목하고 있다.

재국씨는 출판그룹인 시공사 등 10여개 업체를 경영 중이며 1998년 이후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현재 수백억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회사 운영과 외형 확대 과정에서 아버지의 비자금이 유입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삼남 재만씨의 경우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고급 주택가에 100억원대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이 빌딩의 등기 시점은 1997년 1월이며 당시는 전 전 대통령이 법원의 추징금 확정 판결을 받은 때여서 추징 회피 목적의 재산 분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또 재만씨는 장인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에게서 ‘결혼 축하금’ 명목으로 160억원 규모의 채권을 넘겨받았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천억원대(추정)의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와이너리 매입자금 출처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불법재산의 수혜자로 지목된 전씨의 자녀들과 비자금의 관리 및 자녀로의 이전을 도운 조력자들을 본격 조사할 예정이어서 향후 수사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주목된다.

형사 처벌까지 엮어낸다

지난 12일 전두환 전 대통령 처남 이창석씨를 소환조사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전환’을 선언한 검찰은 다음날 전 전 대통령의 조카 이재홍씨를 전격 체포했고 다시 하루 만에 처남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 속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검찰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자정을 조금 넘긴 이날 새벽 이씨 등 2명을 풀어줬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씨 등이 관련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이씨는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특히 처남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의 사업파트너 겸 후견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검찰이 전씨 일가에 대한 형사처벌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전씨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한 충분한 입증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그동안 단순 추징금 집행에서 적극적 형사처벌로 무게 추를 옮겨가면서 전씨 일가에 대한 압박수위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1천600억원이 넘는 거액 추징금 환수 목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다면 수사를 통해 그 실체를 끝까지 파헤쳐 보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검찰의 속전속결은 그동안의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전씨 일가의 추징금 환수는 물론 불법행위 소명에 상당부분 자신감을 축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처남 이씨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다음 목표는 재용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재용씨의 후견인이자 후원인 역할을 한데다 현재도 사업파트너 관계에 있어 어떤 식으로든 이씨의 불법행위는 재용씨와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수사 과정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시선들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늘 전두환 일가의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나왔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채동욱 검찰총장이 직접 나선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비난의 화살은 모두 검찰로 향하게 될 것 이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