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안산공장 전경. 사진=부광약품
부광약품 안산공장 전경. 사진=부광약품

부광약품이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Contera Pharma A/S)의 지분을 재차 늘리고 해외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는데다가 대규모 임상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에이치델타사모투자합자회사(전 메디치2020의1사모투자합자회사)로부터 덴마크 의약품 개발기업이자 자회사인 콘테라파마 주식 15만9380주(24.42%)를 인수함에 따라 총 주식수 64만3313주(98.56%)를 보유하게 됐다.

양수 금액은 632억3723만752원으로, 부광약품의 총 자산 대비 14.74%, 자기자본 대비 26.99%에 이르는 금액이다. 기존 보유자금 및 차입금을 동원해 양수 금액을 내달 1일까지 에이치델타사모투자합자회사에 지급할 예정이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말 기준 1512억2700만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당재원 혹은 인수합병(M&A)에 활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 2654억4900만원에 이른다.

차입금은 지난해 8월 16일 하나은행으로부터 300억원을 차입했으며, 이후 지난해 10월 13일엔 보유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500억원을 추가 차입해 총 800억원을 조달했다.

콘테라파마는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노바티스(Novartis) 등 글로벌 빅파마의 전직 연구원들이 2010년 설립한 덴마크 바이오기업으로 부광약품이 2014년 약 34억원을 투입해 100%의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해선 한영회계법인이 감사를 진행 중인 상황으로 지난해 연말 총 자산 약 177억원, 당기순손실 약 137억원을 기록했다.

콘테라파마는 2019년, 2020년 시리즈A,B에 걸쳐 총 540억원 투자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부광약품의 지분율은 70% 초반대로 낮아지는 변화를 겪었다. 대표 신약 후보물질은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신약인 ‘JM-010’으로 글로벌 임상 2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올 하반기 중 임상 2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JM-010은 부광약품이 인수한 뒤 10년 동안 1000억원가량의 투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3상 시험을 위해선 이보다 더 큰 투자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부광약품의 이번 지분 취득은 국내 증시 상장 전략에서 해외 증시 상장 전략으로 바꾸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콘테라파마는 앞서 2020년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조건으로 513억원을 시리즈B 단계에서 투자받았다. 이듬해인 2021년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기술성 특례 상장을 추진했으나 해당 기술의 사업성을 입증하지 못해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콘테라파마는 에이치델타사모투자합자회사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기업공개(IPO)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콘테라파마의 주식 15만9380주를 부광약품에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풋옵션(미리 지정한 가격에 기초 자산을 팔 권리)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상장 기한은 2025년 7월 23일인데, 해당 기한에 앞서 에이치델타가 보유했던 콘테라파마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이우현 부광약품 대표이사(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는 콘테라파마 지분 인수 공시 전 열린 22일 주주총회를 통해 해외 상장 관련 구체적인 얘기를 전했다.

이 대표는 “덴마크,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주식시장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며“콘테라파마를 한국 시장에 상장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덴마크 회사를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선 이제영,우기석 각자 대표이사 선임 사실도 알렸다. 우기석 대표는 한미약품 약국사업 본부장 출신으로, 한미사이언스 계열사 온라인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한미약품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약업 분야에서의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제영 대표는 OCI홀딩스 전략기획실에서 전략 총괄 책임자로 활약하며 OCI홀딩스의 지주사 전환에 이바지했다.

기존 이우현 대표는 등기임원직에서는 사임했지만, 미등기 임원으로서 회장직을 유지한다. 미등기임원으로서의 그는 향후 부광약품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해외 상장을 통한 신약 개발을 주도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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