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가격담합 여부 조사
B2C 밀가루 가격인하나선 제일제당…타사도 동참할 듯
라면·빵·과자 업계 “당장은 제품값 내릴 계획 없다”

정부가 물가잡기에 집중하면서 유통, 식품업계에 제품 가격인하, 동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물가잡기에 집중하면서 유통, 식품업계에 제품 가격인하, 동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물가잡기에 집중하면서 유통, 식품업계에 제품 가격인하, 동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간담회 개최에 이어 일부 업체에 대한 현장조사까지 나설 정도다. 이에 밀가루 가격을 내리는 업체도 나오면서 가격 인하가 업계 전반에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다음달 1일부터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전날에 밝혔다.

대상 품목은 중력 밀가루 1kg 2.5kg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kg 등 3종이다. 대형마트 정상가격 기준으로 제품별로 3.2∼10%, 평균 6.6% 내린다.

CJ제일제당 측은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면서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소비자용 밀가루 가격을 인하한 것은 최근 10년 이내에는 처음이다. 부침용 밀가루와 중력 밀가루는 일반 가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제품으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판매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업계 선두인 CJ제일제당이 밀가루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삼양사와 대한제분도 밀가루 가격 인하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밀 수입 가격이 t(톤)당 지난달 기준 335달러로 지난해 6월의 390달러에서 14% 하락하면서 가격인하에 나설 명분도 마련됐다.

다만 이번 가격 인하는 정부가 관련 업계를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제당 3개 업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시장 내 지배적 지위를 가진 이들 업체가 담합해 설탕의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주요 원재료인 밀가루나 설탕 등의 가격 인하를 이유로 라면이나 제과·제빵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가격 인하를 유도할 가능성은 높다.

게다가 식품업계는 지난해에도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압력을 가하자 주요 제품 가격을 낮췄다. 실제로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고 삼양식품은 순차적으로 12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롯데웰푸드도 과자 3종의 가격을 100원씩 내렸고 SPC는 식빵, 바게트 등 빵 30종의 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올해에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일부 식품기업들이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둔 점을 비판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양상과도 비슷하다.

다만 식품업계는 소비자향 밀가루 가격만 낮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아직까지는 제품가격을 낮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간 거래되는 밀가루 가격이 낮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선제적으로 낮출 수는 없다는 이유다. 또 밀가루 가격이 하락되더라도 제품 가격 인하에 반영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원재료 외에도 환율, 유가, 물류비 등 다양한 부대비용이 인상돼 추가적으로 가격인하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고 항변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농수산식품 등에 대한 압박보다 가공식품 가격 잡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이미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정부의 압박으로 올리지 못해 사실상 동결됐다. 물가 잡기에 나서려면 농수산식품을 먼저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다만 정부도 지난 15일에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납품단가 지원(755억원), 할인 지원(450억원) 등에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 가격이 폭등한 사과 수급의 안정화를 위해 이를 정부 비축 대상 품목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필요할 때 비축분을 시장에 내놔 가격 안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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