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결여된 중계 서비스에 야구팬들 질타
“무료보다 못하단 지적 뼈아프게 받아들여”

최주희 티빙 대표가 12일 열린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티빙
최주희 티빙 대표가 12일 열린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티빙

CJ ENM의 동영상 온라인 서비스(OTT) 티빙이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KBO)리그 모바일 독점 중계권을 따내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으나, 정작 시범경기부터 미숙한 중계를 선보이며 야구팬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쏟아지는 지적에 최주희 티빙 대표가 직접 나서 “리그 개막 전까지는 제대로 된 중계 서비스를 마련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티빙은 12일 서울 상암동 CJ ENM 본사에서 KBO리그 중계 기념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최주희 티빙 대표, 이현진 최고전략책임자(CSO), 전택수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참가했다.

앞선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CJ ENM과 2026년까지 3년간 KBO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티빙을 통해 유무선 중계방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3년간 총 1350억원이며, CJ ENM은 KBO 리그 전 경기의 국내 유무선 중계방송과 중계방송권 재판매의 독점적 권리를 보유하게 됐다.

시청자들은 그간 무료로 제공됐던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최소 월 5500원을 지불해야만 하게 됐다. 대신 티빙은 유료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다시금 투자하는 일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티빙의 청사진은 리그 개막 이전부터 삐걱댔다. 문제가 발생한 건 지난 주말 열린 KBO 시범리그. 경기 종료 이후 유튜브 채널에 경기별 하이라이트 영상들을 게재했는데, 선수와 구단 이름을 틀릴뿐더러 야구 룰과 기본 용어조차 모르는듯한 자막을 내놓으며 숱한 논란을 야기한 것. 이로 인해 티빙은 지난 주말 내내 야구팬들의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주말 사이에 10년은 늙은 것 같다”라며 말문을 연 최주희 티빙 대표는 “무료보다 못하다는 지적들을 아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분명 개막전 직전까지는 서비스를 안정화해서 제대로 된 중계 서비스로 찾아뵙겠다”라고 공언했다.

또한 최 대표는 ‘개발팀에 야구와 관련된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라는 지적에 “KBO 중계를 하는 과정에서 저희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파트너들과의 합이 맞아야 하는데, 이러한 수많은 프로세스 속 검수를 좀 더 꼼꼼히 했어야 했던 것 같다”라면서 “합을 맞춰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고, 이제 그런 실수는 절대 없으리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료 중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돈을 받고 지속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티빙이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을 시즌 내내 계속 보여드리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 팬들의 이탈이 커지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야구와 관련된 예능·드라마 등 여러 콘텐츠를 양산해서 라이트 팬들도 유입시킬 것”라고 자신했다.

온라인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방송 대신 유료 OTT로 야구를 시청해야만 하는 것을 놓고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티빙 관계자들은 ‘이미 고령층 상당수가 OTT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문제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현진 CSO는 “고령자분들도 요즘 OTT를 굉장히 많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계신다”라며 “임영웅 콘서트를 진행했을 때 고령 유저들의 티켓 파워를 확인한 바 있다. 콘서트 전부터 저희가 티빙 설치법, 디지털 관람법 등을 재밌게 풀어내며 많은 호응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 역시 “주변을 돌아보시면 많은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이 OTT를 사용하고 계신다. (이를 통해) 저는 OTT가 보편적인 시청 플랫폼이 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라면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부분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티빙은 야구 중계에 ▲타임머신 ▲동시 시청 멀티뷰 ▲오디오 모드 ▲디지털 응원 등을 지원하겠다고 예고했다. 또한 일반인들이 경기장에서 영상·사진을 촬영해 개인 SNS 계정에 업로드하는 것을 저작권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허용하기로 했으며, 40초 미만 쇼츠 영상을 가공해 공유하는 놀이 문화를 권장할 방침이다.

최 대표는 오리지널 웹예능 ‘환승연애’의 밈(온라인 유행어 및 패러디)과 짤(인터넷 이미지)들이 많은 신규 트래픽과 팬층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들어 “분명 KBO도 이런 짤들이 형성되면서 다양한 팬들을 유입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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