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인사서 이 실장 인사 변동 없어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 개선 위해 강 대표 신임
경영 승계 보다 해외 진출 확대 및 신사업 발굴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 실장. 사진=CJ그룹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 실장. 사진=CJ그룹

유통업계 오너가의 본격적인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 가운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유력한 승계 후보자인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 실장은 해외 사업을 주력하면서 그룹 내 영향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CJ그룹은 정기 인사를 통해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를 CJ제일제당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CJ제일제당의 부진했던 지난해 실적을 벗어나고자 강 대표를 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대표는 2021년 CJ대한통운 대표 역임 전 CJ제일제당 대표로 지내며 비비고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알린 인물로 전해진다. 강 대표의 CJ제일제당 복귀가 경영 승계를 앞둔 이 실장의 경영 승계에 든든한 지원자가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전사 매출액(대한통운 제외)은 17조8904억원, 영업이익 8195억원으로 전년(2022년) 대비 각각 4.7%, 35.4% 감소했다. 그중 바이오(FNT 포함) 부문 영업이익은 2513억원으로 60.5% 줄어든 반면 CJ제일제당 식품 사업 부문 매출액은 11조2644억원, 영업이익 6546억원으로 각각 1.4%, 4.9% 증가했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 사진=CJ그룹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 사진=CJ그룹

CJ제일제당의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식품 사업에서 이미 능력을 입증했던 강 대표의 역량이 필요하다. 비비고를 국내외로 성장시키는 등 식품 사업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낸 강 대표의 역량이 이번에도 펼쳐진다면 이 실장의 경영 승계는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실장은 CJ제일제당 대리, 과장으로 승진 후 바이오사업관리팀장을 거쳐 CJ 지주사 경영전략실 부장,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서 식품전략기획 1팀으로 이동했다. 조직 개편 후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아 식품 사업의 해외지역 성장 및 신사업 발굴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 실장은 CJ제일제당에서 해외 식품사업과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그는 식품전략기획1담당으로 재직하면서 7대 글로벌 전략제품(만두·치킨·K소스·즉석밥·롤·김치· 김 등) 해외 진출 확대 등 성과를 냈다. 아울러 글로벌 식품사업 전략 기획과 신사업 투자 등 업무를 맡아 총괄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 이 실장의 승진은 없었다.

한편 최근 유통가에서는 오너 3·4세를 중심으로 인사 변동을 통해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CJ그룹이 승계 속도를 늦춘 가운데 이 실장이 총괄하는 글로벌 사업에서 역량을 입증하는 것이 먼저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 실장은 CJ올리브영의 지분 11.04%를 보유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이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장 후 해당 지분을 통해 추후 CJ주식 매입 및 증여세에 활용될 것으로 풀이돼 경영 승계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 리더십을 향한 여정(CJ Foods: The Path to Global Food Leadership)’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연구 사례에서 이 실장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며 “K푸드를 즐기는 것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허서우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