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임시주총 안건 정기주총에 상정하는 가처분 신청
욕심 버리지 못한 홍원식 회장 “고문 선임해 달라”
대법원 판결 후 반짝 올랐던 주가 다시 하락세 돌입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 새 주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후의 몽니’를 부리고 있어서다. 한앤코는 법적 행동에 나서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녹록치 않다. 그러는 동안 회사 임직원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28일 업계에 한앤코는 다음달로 예정된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시 주주총회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8일 신규 이사 선임, 정관 일부 변경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 주총 소집 요청 가처분 신청에 이은 조치다. 윤여을 회장과 배민규 부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동춘 부사장은 사내이사,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은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앤코가 임시주총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요청한 것은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앞선 임시주총 개최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심문 기일이 다음달 27일로 잡힌 만큼,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더라도 4월이 돼서야 임시주총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정기주총에서 최대 의결권자는 여전히 홍 회장이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12월 31일 주주명부를 폐쇄했기 때문에 당시까지 지분을 보유한 이들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앤코가 권리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홍 회장 일가로부터 위임을 받아야 했고, 홍 회장 측에서 이를 거부하면서 임시주총 소집허가를 신청한데 이어, 임시주총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홍 회장은 현재 본인을 고문으로 선임해주지 않으면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의 ‘몽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너리스크 촉발 신호탄이 됐던 2021년 4월 불가리스 코로나19 저감 효과 주장 사태 당시 홍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한앤코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며 해당 발언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M&A 노쇼’ 논란이 불거졌고, 홍 회장은 “노쇼는 아니다”고 부인했으나, 논란 이후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하며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회장직 사퇴를 밝힌 이후에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 계속 출근했으며, 이번 대법원 판결 뒤에도 아직까지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의 의지가 어떠하든 그간 법원이 줄곧 한앤코의 손을 들어준 만큼 이번 가처분 신청 역시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 회장이 마지막까지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다면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는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은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국내 3대 유업체였다. 그러나 2013년 물량 미러내기 등 대리점 강매 사건에 이어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스캔들, 2021년 불가리스 코로나19 효능 광고 논란 등을 겪으며 2020년부터 연매출은 1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2020년 영업손실 771억원, 2021년 영업손실 779억원, 2022년 영업손실 868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주주가 한앤컴퍼니로 바뀌면서 경영권 분쟁이 종결된다는 소식에 반등했던 주가가 지금은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미뤄지는 경영 정상화에 주주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홍 회장의 잘못된 판단과 욕심이 회사 임직원은 물론 투자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며 “오너리스크로 무너진 기업인만큼, 리스크 자체인 홍 회장이 완전히 물러났을 때 비로소 경영 정상화의 첫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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