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한앤코, 오너가 지분 인수완료
수년간 이어진 오너리스크, 전격 해소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 반전 전략 시급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사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사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년간 이어졌던 남양유업의 오너리스크가 전격 해소됐다. 남양유업의 최대주주가 오너 홍원식 회장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한앤코가 남양유업 이미지 쇄신을 예고한 가운데 오는 3월에 열릴 정기 주총 전에 브랜드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사명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 최대주주는 홍 회장 외 3인에서 한앤코19호 유한회사로 변경됐다. 또 남양유업은 전날 홍 회장 등이 보유한 주식 38만2146주 중 37만8938주가 한앤코 19호 유한회사로 변경됐다고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냈다.

한앤코의 남양유업 지분율은 홍 회장 일가 보유지분 53.08% 중 52.63%다. 홍 회장의 동생 홍명식 씨 지분 3208주(0.45%)는 이번 거래에서 제외됐다.

60년 오너 경영을 끝낸 남양유업은 이제 이미지 쇄신을 본격화한다. 1964년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이 1964년 창업한 남양유업은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분유업계 1위를 지켜왔다. 사명도 홍 명예회장의 본관인 ‘남양’에서 따올 정도로 오너가의 자부심이 컸다.

그러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비인기 상품을 대리점에게 강매하는 ‘대리점주 밀어내기 사태’가 2013년부터 알려지면서 큰 비판에 직면했다. 여기에 남양유업 오너가의 마약·횡령 사건, SNS 등을 통한 경쟁사 비방 등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게다가 홍원식 회장이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2021년에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며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소비자는 물론 정부의 비판까지 받게됐다.

이후 홍 회장이 사퇴를 결정하면서 지분 매각에 나섰고 이를 받아들인 것이 한앤코다. 한앤코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을 3107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이 한앤코에 추가 요구를 하면서 계약이 해지될 위기에 처했으나 3년여간의 법정 공방 결과 한앤코가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남양유업의 새로운 주인이 된 한앤코는 경영 정상화를 천명했다. 이를 위해 홍 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임원들을 해임하고 신규 임원을 선임하면서 동시에 전문경영진 체제를 마련해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사명 변경을 검토하고 회사 이미지 개선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우유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우유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앤코가 전문경영인을 뽑기 위한 내부 인선이 진행 중이고 3월 주주총회 전까지 신임 대표의 인선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2020년부터 연매출은 1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2020년 영업손실 771억원, 2021년 영업손실 779억원, 2022년 영업손실 868억원이다.

게다가 유업계가 시장이 갈수록 축소되는 우유 사업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단백질 및 식물성 음료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2022년에 들어서야 단백질 음료 시장에 진출할 정도다.

이에 한앤코가 신사업을 발굴하고 이미지 쇄신을 통해 흑자 전환을 빠르게 노릴 것으로 보인다. 악화된 남양유업의 이미지와는 달리 보유한 기술력, 낮은 부채 비율은 크나큰 장점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9년 유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정도다. 이 때문에 한앤코는 남양유업이 이미지 개선에만 성공한다면 실적 반등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을 할 정도다.

오너리스크로 인해 남양유업의 현금성 자산이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해 9월 기준 부채비율은 15.9%에 불과하다. 또 남양유업이 보유한 남양유업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축사옥의 부동산 가치는 2000억원대를 넘어서고 전국 6개 생산시설의 값어치도 수천억원대를 넘어선다.

한앤코 입장에서 빠르게 기업 정상화를 하려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가장 쉬운 선택이지만 남양유업 임직원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오고 있다.

이미 한앤코가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향상시키는 밸류업 전략을 수차례 펼쳐왔다는 점에서도 변화 양상이 주목된다. 한앤코는 지난 2013년 웅진식품을 1150억원에 인수해 5년만에 대만 퉁이그룹에 2배가 넘는 2600억원으로 매각했다.

한앤코는 웅진식품 인수 후 자금 수혈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흑자전환을 성공시켰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앤코가 사명 교체 등을 통해 남양유업의 흑자전환을 빠르게 전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초까지만 하더라도 남양유업은 국내 유업계 1위를 차지했다”라며 “이후 기업 이미지가 훼손돼 매각까지 이뤄졌지만 기술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 쇄신만 이뤄진다면 빠르게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남양유업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전일보다 4.42% 증가한 59만 1000원에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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