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남양유업 홍원식, 한앤코에 주식 넘겨야”
볼트온·사명 변경 등 거론…경영 정상화 박차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 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이 예상대로 마무리됐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모펀드 운영사 한앤컴퍼니(한앤코)에게 계약대로 남양유업 주식을 넘기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것. 2년 넘게 진행된 법정 공방이 마무리되면서 이제 시선은 한앤코의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 방향에 쏠리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4일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보통주 38만8939주(지분율 52.63%)를 확보하게 된다.

2021년 4월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 불가리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건당국은 즉각 반발, 논란이 일었다. 홍 회장은 한달만인 2021년 5월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며 자신과 그의 부인, 손자 3인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한앤코와 체결했다.

그러나 주식매매계약 당일 홍 회장은 돌연 주주총회를 연기하고 일방적으로 계약 해제를 주장했다. 한앤코는 2021년 8월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재판부와 이날 대법원까지 모두 한앤코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한앤코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길 바란다”며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전략은 ‘볼트온’이다. 볼트온은 다수의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해 기업 간의 사업 연관성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실제로 2013년 한앤코는 웅진식품을 인수한 뒤 제과업체인 대영식품과 음료업체인 동부팜가야를 차례로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키며 당시 950억원이던 웅진식품 가치를 2600억원으로 불려 매각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한앤코가 현재 남양유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아직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 남양유업의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사명 변경이다. 그간 ‘대리점 밀어내기’ ‘마약 스캔들’ ‘허위광고’ 등으로 ‘남양유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자리 잡은 만큼 사명을 변경해 리브랜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은 회사를 인수하면 사명 변경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인식, 좀처럼 추진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남양유업의 경우 기존 사명으로는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명 변경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앤코가 보유한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과의 시너지도 주목할 만한 부문이다. 남양유업 제품을 납품한다면 B2B 영역 확장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오너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이미지 변신에만 성공한다면 실적 회복은 물론 기업 가치 상승도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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