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학생들, 동맹 휴학 동참...일부는 수업 거부 통보
시민단체들 “의협이 협박하는 대상은 평범한 국민들...尹정부, 수가 인상해선 안 돼”

정부가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점검한 결과, 의대 증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6415명으로 집계됐다. 출근을 하지 않은 전공의는 1630명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는 한편, 의사 지원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20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세브란스병원과 성모병원이 상대적으로 집단행동이 많았고, 나머지 병원에서는 이탈자가 없거나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 기준 전국 100개 병원 6415명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1630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전국 수련병원은 모두 221곳으로, 상위 100곳의 전공의가 전체의 95%를 차지한다. 상위 10개 수련병원 현장 점검에서는 109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757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728명에 대해 새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기존에 이미 명령을 내린 103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복지부는 이날 50개 병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장시간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에게는 다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예정이다. 만약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는다면 의사 면허 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2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진료실 앞이 진료를 보러온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진료실 앞이 진료를 보러온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 사례도 발표했다.

전날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접수된 피해 상담 사례는 34건이 접수됐다. 이중 ▲수술 취소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거절 3건 ▲입원지연은 2건에 달했다.

박 차관은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복지부는 과거 주요 의대 정원이 현행보다 많았던 만큼 의대생 2000명을 늘려도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교수가 늘어나는 등 현재 의대 교육 여건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며 “정부는 각 대학의 수요조사 결과를 점검해 2천명을 늘려도 현재의 의학평가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중수본은 이날 제12차 회의를 열어 의사단체행동에 대비한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각 의료기관에서 유연한 인력관리 등을 통해 필수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기로 했다.

아울러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 인상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 신설로 전공의 대신 입원환자 진료한 전문의에게 추가 보상 ▲‘권역외상센터’ 인력·시설·장비를 응급실 비외상 진료에 활용 허용 ▲입원전담 전문의 업무범위 확대 ▲인턴의 필수진료과 수련 이수 기준 완화 등 의사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은 환자와 그 가족들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사직과 휴진을 조속히 철회하고,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길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의대학생들, 동맹 휴학 동참...일부는 수업 거부 통보

20일 조용한 충남대 의과대학 강의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20일 조용한 충남대 의과대학 강의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사직과 더불어 전국 의대에서 1000명이 넘는 의대생도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의 20일 발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조사한 40대 의대 중 총 7개교에서 1133명이 휴학신청을 했다. 이중 2명은 군 휴학, 2명은 개인 사정 휴학으로 총 4명의 휴학은 허가됐다. 즉, 이들을 제외한 1129명이 단체 행동을 위해 동맹 휴학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교육부는 7개교에서는 학생대표 면담, 학생·학부모 대상 설명 등을 통해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부연했다. 또 각 대학에 수업거부 등 단체행동에 대해 학칙에 따라 엄격한 관리와 정상적인 수업 운영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단체 수업 거부 움직임도 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충북대 의대 학생 190여명은 이날부터 의학과 수업을 거부하겠다고 학교측에 통보했다.

건국대 글로벌캠퍼스(충주) 의대 학생 80여명도 수업 거부 방식의 집단행동에 나섰다.

충남대 의대 학생들도 전원이 전날부터 수업에 출석하지 않았다.

조선대는 의대 학생회가 동맹휴학에 찬성해 개강한 의대 수업을 모두 취소했다.

전남대 의대 학생들도 동맹휴학 참여에 95%가 동의해 휴학계를 제출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 “의협이 협박하는 대상은 평범한 국민들...尹정부, 수가 인상해선 안 돼”

지난해 11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의사인력 확충 및 지역의사제 도입·공공의대 설립 촉구 기자회견'를 개최해 의대정원,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등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의사인력 확충 및 지역의사제 도입·공공의대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해 의대정원,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등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응급, 소아과, 산부인과 등 대표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진료과 의사 증원 방안이나 공공의사 인력 확충 등 구체적 방안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의협과 의사들의 집단 반발을 비판했다.

행동하는의사회,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 등 시민단체들의 연대기구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가 의협 등의 요구를 수용해 수가를 인상해 주고 그 부담을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기려는 수작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사 인력 확충 정책만 의식적으로 제외하고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 것은 의료 공공성 확대에는 치를 떤다는 점에서 의협과 완전히 같은 입장에 서있기 때문”이라며 “윤 정부가 강경한 입장으로 의협과 대치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의사의 공공적 양성과 배치라는 본질적인 해결책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에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투쟁도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그들은 의사를 공공적으로 늘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의대 증원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들은 특히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을 언급하며 “의협은 그저 수가만 높게 인상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얘기만 반복한다”며 “의협은 이러한 비극조차 수가인상에 이용하려는 냉혹한 시장주의자들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협박하는 대상은 그들이 지지해 온 윤석열 정부가 아니다. 바로 평범한 국민들이다”며 “2000년 당시에도 집단 진료거부로 수차례의 수가 대폭 인상을 얻어내 건강보험 재정을 거덜내는 바람에 보험료 인상의 대가를 치른 것은 노동자·서민들이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의대정원 확대 반대도 정당성이 없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강도 장시간의 노동을 하는 전공의들이 더욱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요구해야 할 것은 노동조건 개선과 의사와 간호 인력 확충이어야 한다”며 “장차 자신들이 개원할 때를 대비해 경쟁자를 줄여 더 많은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것은 지지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한 공공의사 인력 확충 계획을 세워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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