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두터운 신임 속 연임 성공
견조한 실적에 공정위 제재 최소화
‘성공적 상장 통한 원활한 승계’ 핵심과제

연임에 성공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사진=CJ올리브영.
연임에 성공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사진=CJ올리브영.

이선정(47) CJ올리브영 대표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신뢰를 얻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확인한 이 대표는 ‘CJ오너가 승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올리브영 상장의 ‘키맨’으로 떠올랐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2024년 정기임원인사를 지난 16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의 대표 교체와 임원(경영리더) 총 19명 승진이다. 그룹의 주력인 CJ제일제당의 신임 대표로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가 내정됐고 공석이 된 CJ대한통운 신임 대표이사로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자리를 맡게 됐다.

그룹 내 핵심계열사로 부상한 올리브영에서는 대표 연임이 발표됐다. 1977년생인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는 17년간 올리브영에서 재직한 내부 출신으로 2022년에 CJ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최초 여성 대표 이사를 맡았다.

그는 2006년에 입사한 이후 MD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상품기획 부문 등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대표의 연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당장 올리브영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7971억원으로 전년도(2022년) 연간 매출액인 2조7774억원을 넘어설 정도다. 지난해 연 매출은 4조원 규모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는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경쟁사로 분류됐던 GS리테일 랄라블라의 사업 철수, 로드숍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 축소가 이뤄지는 가운데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오프라인 뷰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실제로 올리브영 점포는 2021년 1265개였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1339개까지 늘었고 점포당 평균 매출액도 같은 기간 3억5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뷰티 시장 자체가 양극화된 소비경향과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 고급제품은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구입하고 저가제품은 올리브영이나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정착됐다.

오프라인 뷰티 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한 올리브영의 다음 목표는 상장이다. 당초 올리브영은 2022년 8월에 상장을 시도했지만 증권시장이 흔들리면서 무기한 연기했다. 올리브영이 목표하는 몸값은 4조~5조원으로 알려졌으나 당시에는 3조원대로 떨어졌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CJ그룹.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CJ그룹.

올리브영의 상장은 CJ그룹 오너가 승계 작업과도 연계돼 CJ그룹 차원에서도 거점 사업으로 꼽힌다. 이재현 회장의 자녀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는 올리브영의 지분을 각각 11.04%, 4.21% 보유하고 있다. 올리브영 상장 후 두 사람이 지분을 처분하면 승계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재현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으려면 예상되는 세금만 6000억원을 넘어선다. CJ올리브영이 최대한 높게 몸값이 책정돼야만 오너일가도 많은 승계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CJ올리브영의 경우 현금성자산이 풍부한 만큼 몸값을 최대한으로 받아낼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릴 여유는 있다.

그룹 안팎의 기대를 안고 있던 올리브영 상장은 지난해 또 한차례 흔들린 적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초부터 CJ올리브영에게 최대 6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려 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독점적 사업자 지위 남용 행위, 이른바 ‘갑질’ 행태에 대해 위법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고 정보처리비를 부당하게 수취한 점을 지적했다.

다만 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과징금 규모는 대폭 줄어들어 19억원에 그쳤다. 과징금 규모도 최소화하면서 상장의 최대 걸림돌인 사법리스크는 해소됐다.

승계뿐만 아니라 CJ그룹 자체의 유동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올리브영의 상장은 그룹의 현금유동성을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 CJ ENM, CGV 등의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CJ그룹은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이 대표가 올리브영을 당초 목표 금액으로 빠르게 상장시킨다면 그 성과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반대로 상장 시기가 올해를 넘기거나 목표 금액에 미치지 못한다면 저조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올리브영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상장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 해소 대책을 조만간에 발표할 예정이기에 투자시장이 모처럼 활발해진 상황이다. 이에 이 회장도 높은 기대감을 보이며 올해 첫 계열사 현장 방문으로 올리브영을 선택할 정도다.

올리브영의 상장 시도 시점이 주목되는 가운데 사측은 당장에는 구체적인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상장(IPO) 관련해 현재 추진 중인 내용은 없다. 추후 업황과 시장 상황을 보며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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