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카카오게임즈·위메이드 등 도전장
대만에선 여전한 국산 MMORPG 인기
日 ‘철옹성’ 깬 ‘리니지W’...답은 ‘현지화’

사진=넥슨
사진=넥슨

국산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잇따라 대만과 일본 등 동아시아 권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대만은 이미 국산 MMORPG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검증된 시장’인 반면, 일본은 ‘리니지W’ 정도를 제외하곤 최근 흥행 소식이 전무한 ‘난공불락의 시장’이다. 자연스레 이들이 대만과 일본에서 거둘 성과에 국내 게임업계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대만 게임업체 ‘감마니아’와 ‘프라시아 전기’의 대만·홍콩·마카오 지역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론칭 계획을 공개했다. 작년 3월 국내 출시한 ‘프라시아 전기’는 자유도 높은 전쟁과 월드 내 21개 거점을 함께 소유하고 경영할 수 있는 결사(길드) 등이 특징으로 꼽히는 타이틀이다.

넥슨은 감마니아와 함께 ‘프라시아 전기’를 연내 대만·홍콩·마카오 지역에 동시 론칭할 예정으로, 이를 위한 사내 글로벌 개발 스튜디오를 별도 구성한 상태다.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캐릭터를 조종할 수 있는 ‘어시스트 모드’ 등 한국 서비스에서 검증된 차별성으로 중화권 유저들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함께 글로벌 서비스하는 ‘롬(ROM)’도 오는 27일 대만을 포함한 글로벌 10개 지역에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롬’은 게임의 핵심 콘셉트가 ‘글로벌 통합 전장’일 정도로 글로벌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MMORPG다.

개중에서도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은 단연 대만이다. 실제로 레드랩게임즈는 지난달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를 아예 한국·대만에서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위메이드는 최근 ‘타이페이 게임쇼’에 단독 부스를 꾸리고 현지 유저들과의 사전 스킨십에 나섰다.

그렇다면 왜 국산 MMORPG들은 하나같이 대만을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을까. 이를 묻자 신현근 레드랩게임즈 대표는 “MMORPG 유저층이 두터운 국가 중 하나”라는 명료한 대답을 내놓았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4일 기준 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선두에는 엔씨소프트 ‘리니지W’와 ‘리니지M’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

각각 2017년과 2021년에 출시된 ‘리니지’ 형제의 위세가 여전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업계에서 대만은 이용자 성향 및 생태계가 국내와 상당 부분 유사한 지역으로 여겨진다. 자연스레 대만은 글로벌 진출에 나서는 국산 MMORPG들의 가장 확실하고 단단한 ‘교두보’로 거듭났다.

엔씨소프트 ‘리니지W’는 최근 일본 규슈 지방에 위치한 사가현과 손잡고 ‘사가프라이즈’ 컬래버레이션을 전개했다. 사진=사가프라이즈 공식 X
엔씨소프트 ‘리니지W’는 최근 일본 규슈 지방에 위치한 사가현과 손잡고 ‘사가프라이즈’ 컬래버레이션을 전개했다. 사진=사가프라이즈 공식 X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지역이지만, 동시에 ‘K-MMO’가 그간 수차례 고배를 마신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PC MMORPG 시장에서 막대한 성과를 낸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조차도 오는 3월 일본 철수를 발표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K-MMO’가 일본 시장을 계속 두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MMORPG 장르가 비주류인 것은 명확하나, 즐기는 유저층이 꾸준히 있어온 것도 사실”이라면서 “게임사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다음가는 게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드리다 보니 일본 시장도 열렸다. ‘글로벌 원 빌드’에 ‘AI(인공지능) 번역’ 기능을 탑재한 ‘리니지W’는 일본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TOP 10에 수차례 진입하며 ‘K-MMO 일본 도전기’에서 보기 드문 승전고를 울렸다.

성공 배경에는 ‘현지화’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게는 ‘베르세르크’ 등 인기 IP(지식재산권)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것부터 작게는 설날 이벤트에 떡국 대신 일본 맞춤 아이템을 제공하는 등 ‘리니지W’는 그간 현지화 작업에 적잖은 공수를 들여왔다. 최근에는 일본 규슈 사가현과 이색 컬래버레이션을 전개하기도 했다.

‘일본 시장도 문은 열려있다’라는 사실을 알려준 ‘리니지W’의 발자국을 따라 후발주자들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카카오게임즈는 2분기 중 엑스엘게임즈에서 개발한 ‘아키에이지 워’를 대만 및 중화권 등 9개 지역에서 동시 출시한다고 밝혔으며, 여기엔 일본도 포함됐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각 지역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며 글로벌 이용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현지화 작업 등을 거쳐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현지화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강조했다.

넥슨게임즈에서 개발한 ‘히트2’ 역시 최근 일본 출시가 확정됐다. ‘히트: 더 월드’라는 이름으로 공식 티저 영상과 SNS를 오픈했으며, 출시를 앞두고 본격적인 마케팅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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