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증권, 시장금리 대비 100~150bp 높은 발행비용
발행금리 최소화 위한 ‘눈치싸움’...“금리 바닥 쳤다는 분위기”

사진=신한금융지주
사진=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금융지주들 중 최초로 고금리 이자 비용이 발생하는 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자본확충을 통해 지난해 부실채권 증가로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업계에선 신종자본증권 발행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금융지주들의 눈치보기가 비로소 끝이 났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날 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발행규모는 2700억원이며 이달 31일 청약 및 납입이 완료될 예정이다.

만기 없는 영구채로 발행되지만, 발행사의 중도상환권리(콜옵션)가 5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5년 만기 상품으로 해석된다. 시장금리와의 차이(스프레드) 비교 역시 통상 5년 만기의 국고채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신한금융은 공모희망금리밴드를 4.2~4.8% 범위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금리(국고채 5년물) 대비 100~150bp가량 높은 수준이다. 전일(22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318%를 형성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시중 은행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대체불가능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높은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탓에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시급하지 않다면 시도하기를 꺼리는 자금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부실채권 급증, 대출채권의 연체율 상승 등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 됐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BIS자기자본비율이 15.60%로 전년말(16.11%) 대비 0.51%포인트(p) 낮아지며 타 금융지주 대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BIS자기자본비율 변동율을 보면 ▲KB금융지주(16.16%→16.76%) 0.6%p 상승 ▲하나금융지주(15.67%→15.27%) 0.4%p 하락 ▲우리금융지주(15.30%→15.72%) 0.42%p 상승 등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지난해말 BIS자기자본비율이 16%를 상회하는 KB금융지주를 제외한 3대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업계에선 “금융권 전반에 대한 금융당국의 건전성 개선 압력이 커져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됨에 따라, 금융지주들은 신종자본증권의 높은 발행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금리의 저점을 포착하기 위한 눈치 싸움을 시작했다.

이달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시장금리 하락세가 꺾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비로소 금융지주들의 눈치보기도 끝이 나는 분위기다.

국고채 5년물의 금리는 연초 3.266%였으나 점진적인 반등세를 보이며 전일(22일) 3.318%까지 소폭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가장 먼저 자본확충에 나선 것은 신한금융지주가 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이미 단기적으로는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우세해진 분위기 속에서 다른 금융지주들도 무기한 시간을 끌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신한금융을 시작으로 다른 금융지주들 역시 고비용 자본확충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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