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갤럭시 S24가 끌고 반도체가 민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2400, 온디바이스 AI 등 신무기를 탑재한 갤럭시 S24로 올해 실적 개선의 ‘청신호’를 켤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년 만에 인텔에 세계 반도체 ‘1위’ 자리를 내준데다. 비메모리 사업이 여전히 침체기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사업이자 효자구실을 해온 스마트폰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신있다는 반응이다. 갤럭시 S24가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새로운 모바일 AI폰의 시대를 열 것이라는 것.

삼성전자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SAP 센터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4’ 행사를 열고 갤럭시 S24 시리즈 3종(일반·플러스·울트라)을 공개했다.

산호세 SAP 센터는 경쟁사 애플의 ‘뒷마당’이다. 애플 본사인 ‘애플파크’와 불과 11km 거리다. 애플보다 한 발 빠르게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AI 폰 선두주자임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메모리 반도체와 대중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2660만대(19.4%)로, 2억3460만대(30.1%)를 기록한 애플에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밀린 것은 지난 2011년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10여년 만이다. 반도체 역시 지난해 매출 399억달러를 기록하면서 487억달러를 기록한 인텔에 2년만에 1위를 빼앗겼다.

이날 공개된 갤럭시 S24 시리즈에는 ‘스마트폰이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을 포함해 삼성전자가 만든 반도체 부품이 대거 탑재된다. 갤럭시 S24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의 실적 개선을 이끌 구원투수로 주목받는 이유다.

갤럭시 S22 시리즈에 엑시노스 2200을 장착했다가 발열·성능 논란으로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 S24 시리즈에 엑시노스 2400을 장착하기 위해 ‘절치부심’으로 준비했다.

엑시노스 2400은 전작 대비 CPU는 1.7배, AI 성능은 14.7배 향상됐다. 갤럭시 S24 시리즈가 삼성의 첫 AI폰으로 출시된 만큼, AI 성능을 대폭 늘린 것이다.

엑시노스 2400은 삼성전자 모바일AP 최초로 (Fan-out Wafer Level Package) 방식을 적용, 열 저항을 개선해 사용 전력 효율을 최적화했다. 또한 4나노 3세대의 저전력 공정 노드를 활용한 ‘트라이 클러스터(Tri-Cluster)’ 구조의 데카코어 CPU, 헥사코어 GPU를 탑재했다.

GPU 성능도 향상, 콘솔, 데스트탑 수준의 게이밍 경험을 즐길 수 있다. AMD의 RDNA3 아키텍처 기반 ‘엑스클립스 940 GPU’를 탑재해 전작 대비 최대 2.1배 개선된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성능을 제공한다. 하드웨어 기반 레이 트레이싱을 제공하는 스마트폰 칩셋으로 가변 레이트 쉐이딩(Variable Rate Shading), 초고해상도(Super Resolution) 등 다양한 고성능·고화질의 콘솔 게임 기능을 즐길 수 있다. CPU는 게임 플레이시 데스크탑 수준의 최상의 반응속도를 구현하고, 4K 120Hz 화면 주사율 적용으로 고사양 앱 구동시에도 부드럽고 안정적인 화면 전환이 가능하다.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한 것도 특징이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생성형 AI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편리성을 높였다.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된 ‘갤럭시AI’는 ‘실시간 통역(Live Translate)’ 기능을 제공,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사용자들은 양방향 통역 서비스를 통해 지유롭게 의사소통 할 수 있다. 특히 이 기능은 서버 연결 없이도 구동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서버를 사용하지 않고도 통역 지원 언어는 무려 13개.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힌디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폴란드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태국어, 베트남어를 실시간 통역할 수 있다.

문자 메시지 역시 실시간으로 통역된다. 기본 탑재된 ‘삼성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기본 ‘문자’ 앱은 물론 국내외 주요 모바일 메신저 앱에서 번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오타나 잘못된 표현도 손쉽게 수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갤럭시 S24 시리즈는 ▲갤럭시 S24 울트라 ▲갤럭시 S24+ ▲갤럭시 S24 등 3개 모델로 출시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부터 국내를 포함해 세계에 이를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갤럭시 S24 시리즈의 국내 사전 판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다.

갤럭시 S24 울트라는 ▲티타늄 블랙 ▲티타늄 그레이 ▲티타늄 바이올렛 ▲티타늄 옐로우로 총 4종의 색상으로 출시된다. 갤럭시 S24+와 갤럭시 S24는 ▲오닉스 블랙 ▲마블 그레이 ▲코발트 바이올렛 ▲앰버 옐로우 4종의 색상으로 출시된다.

갤럭시 S24 울트라는 ▲256GB 모델이 169만8400원 ▲512GB 모델이 184만1400원 ▲1TB 모델이 212만7400원이다.

갤럭시 S24+는 ▲256GB 모델이 135만3000원 ▲512GB 모델은 149만6000원으로 책정됐다. 갤럭시 S24는 ▲256GB 모델이 115만5000원 ▲512GB는 129만8000원이다.

‘삼성닷컴’과 ‘삼성 강남’에서는 단독 색상이 출시된다. 갤럭시 S24 울트라는 ▲티타늄 그린 ▲티타늄 블루 ▲티타늄 오렌지 3종이, 갤럭시 S24+와 갤럭시 S24는 ▲제이드 그린 ▲사파이어 블루 ▲샌드스톤 오렌지 3종의 단독 색상을 만나볼 수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S24 시리즈는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새로운 모바일 AI폰의 시대를 열 것”이라며 “갤럭시 AI는 사용자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고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량이 8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가 9만5000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전날 종가는 7만1000원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갤럭시 S24 판매량은 지난해 S24 대비 66% 증가한 1200만대로 추정된다”며 “이는 전 세계 첫 메이저 온디바이스 AI폰으로 출시되어 스마트폰 신규 구매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아이폰15가 수 년 만에 중국에서 이례적 할인 판매를 할 정도로 부진한 가운데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16도 차별화 요인이 부재해 향후 온디바이스 AI폰 시장에서 뚜렷한 경쟁 모델이 없을 것”이라며 “향후 2년간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를 기반으로 온디바이스 AI폰 점유율 55%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1% 증가한 36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1분기 영업이익은 1년 만에 흑자전환이 기대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양호한 MX 실적으로 전 분기 대비 67% 늘어난 4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