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 함께 시작했지만 크게 모날 건 없었다

사진=라인게임즈
사진=라인게임즈

라인게임즈가 지난달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출시한 데 이어, 9일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를 그랜드 오픈했다. 원작 ‘창세기전’은 국내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대표 국산 명작 시리즈로 꼽힌다.

미어캣게임즈가 개발한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는 개중에서도 ‘창세기전2’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바일 SRPG다. 원작 시리즈의 캐릭터를 카툰렌더링 그래픽으로 재해석했으며, 국내 정상급 성우들의 풀 보이스를 적용해 몰입감을 한층 더하고자 했다.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 리뷰에 앞서 기자는 ‘창세기전’ 시리즈의 플레이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을 밝힌다. 당연하게도 인게임 스토리에 대해 어떠한 추억을 느끼지 못했으나, 원작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 ‘게임을 전개하는데 무리가 없었던 서사’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스토리를 제외하더라도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는 제법 할만한 게임으로 여겨졌다. 물론 웰메이드 게임이라고 하기엔 디테일이 부족했지만, 오늘날 방치형류 게임들의 성행 속 SRPG 팬들에겐 나쁘지 않을 범작 모바일 게임이었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의 전투.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의 전투.

게임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타일형 바닥에서 턴제 방식으로 전개된다. SRPG 게임들의 기본적인 문법을 충실하게 담아냈으며, 다양한 속성과 공격 유형에 따른 복합적인 상성이 존재한다. 각 타일에 위치한 목책과 지형지물, 그리고 이를 활용한 엄폐 및 협공 시스템 등은 전략적 플레이의 재미를 한층 더한다.

예컨대 일자형 맵의 경우에는 좁은 골목에 ‘케빈 헤이스팅스’나 ‘로카르노 스탠리’와 같은 검방병·창방병을 전방에 배치시키고 원거리 캐릭터를 후방에 배치시키면 전체 생존률과 화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전략을 변경할 수 있는 ‘되돌리기’ 시스템도 긍정적인 요소였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들이 그렇듯, 플레이하다 보면 추가적인 성장 혹은 과금 없이 클리어가 불가능한 구간이 온다. 이때 상기한 전략적 요소들을 고려해 수동 플레이를 하면 몇 개의 스테이지를 더 클리어할 수 있다.

물론 방치형으로 대표되는 오늘날 모바일 게임 트렌드를 보면, 이 같은 SRPG 스타일 턴제 전투 시스템이 다소 답답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다만 자동전투와 배속, 소탕 시스템 등을 탑재한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의 플레이가 개인적으로 크게 피곤하진 않았다.

RPG 본연의 재미를 끌어올린 뜻밖의 요소가 많았지만 육성에 대한 부담도 적잖게 존재한다.
RPG 본연의 재미를 끌어올린 뜻밖의 요소가 많았지만 육성에 대한 부담도 적잖게 존재한다.

이 밖에도 동사의 과거 서비스작 ‘엑소스 히어로즈’를 연상케 하는 유려한 일러스트와 UI도 눈길을 끌었다. 클래식 RPG 게임들에서 봤던 시스템들도 인상적이었다. 각 캐릭터별로 2차 전직까지 가능한 다양한 클래스 트리도 존재한다. 무기별로 외형이 변경되는 건 매우 사소하지만, 사소함 그 이상으로 즐거운 요소였다.

하지만 게임 중간중간 느껴지는 부족한 디테일과 불편함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대표적인 게 회전할 수 없는 카메라 구도다. 게임 특성상 전투를 하려면 각각의 타일을 세세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카메라 회전이 불가능해 사실상 비주얼 면에서 떨어지는 수직 카메라 구도를 강제했다.

최적화도 좋다고 평가하긴 힘들었다. 특히 필살기 장면이나 캐릭터 소환 장면은 빈번하게 버벅거렸다. 캐릭터와 장비를 함께 뽑고 육성해야 하는 이중 과금(BM) 구조도 부담스럽다.

이처럼 아쉬운 부분들도 있지만, 분명 녹록지 않았을 대내외적 개발 환경에서도 SRPG의 재미를 제법 충실히 담아낸 점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탁월하게 빼어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나진 않다. 밸런스와 BM 등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 수렴하고 소통을 이어간다면, 적어도 ‘창세기전’ 시리즈 팬과 SRPG 유저들이 짧지 않은 시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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