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20년 만에 글로벌 게임사 넥슨의 수장으로

이정헌 신임 넥슨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넥슨
이정헌 신임 넥슨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넥슨

“넥슨의 강점은 긴 시간 쌓인 다양한 경험과 역량이 이미 내재화돼 있다는 점이다. 넥슨만의 색깔과 경쟁력을 극대화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해나가겠다.”

2018년 1월 넥슨코리아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정헌의 일성(一聲) 이었다. 그로부터 5년 뒤 출시된 ‘데이브 더 다이버’는 국내 싱글 플레이 패키지 게임 최초로 글로벌 누적 판매량 200만장을 돌파했다. 취임 당해 인수한 넥슨게임즈(구 넷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처 총본산’ 일본 꼭대기에 올라섰다.

취임 일성을 지키기 위한 도전의 나날이 마냥 녹록지만은 않았다. 시행착오 끝에 ‘아픈 손가락’을 도려내야 할 때도 있었다. 게임의 창의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했지만, 수익성 면에서 끝끝내 답을 찾아내지 못했던 ‘야생의 땅: 듀랑고’가 대표적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독점하던 AOS 시장에 또 한 번 내밀었던 도전장 ‘어센던트 원’은 정식 서비스 6개월 만에 짐을 정리해야만 했다.

그의 임기 내 넥슨 그룹 전체가 격랑(激浪) 속에 빠졌던 시기도 두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항상 이 대표의 ‘현장형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2019년 넥슨의 매각이 끝끝내 불발됐을 당시, 고(故) 김정주 창업자와 함께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전념했고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생 멘토’ 김 창업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들려온 작년에도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성장한 매출고를 올렸다.

회사의 고공행진 속 기념비적인 이정표는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2020년 넥슨은 국내 게임사 중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달성했으며, 작년에는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또 한 번 갈아치웠다. 성공의 중심에는 이 대표가 취임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19%를 달성한 넥슨코리아가 있었다. 해당 기간 동안 넥슨이라는 간판의 대중적 이미지가 획기적으로 제고됐다는 점은, 단순 성적 이상으로 업계인들로부터 높게 평가받는 요소다.

2003년 입사한 신입사원은 이제 넥슨코리아를 넘어 글로벌 게임사 넥슨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그에게 바통을 넘겨주게 된 오웬 마호니 현 넥슨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이정헌 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줄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넥슨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며 유리한 상황에 놓여있고, 탄탄한 기업 경영 구조를 위한 강력한 차세대 리더들이 준비돼 있다. 이정헌 대표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통틀어 가장 유능하고 성공적인 리더 중 하나로, 다음 세대를 향한 넥슨의 성장을 위한 완벽한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창립 30주년’을 앞둔 넥슨은 업계 전반의 불황 속에서도 홀연히 압도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 매출 4조원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궤도에 오른 회사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한 단계 더 성장시켜야 하는 막중한 과업이 이 대표에게 주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년 전의 일성을 지킨 이 대표는 신임 넥슨 대표로 내정되며 회사의 ‘초성장’을 자신했다. “신작 개발과 기술적인 혁신에 대한 헌신은 넥슨이 세계를 무대로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는 그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글로벌 타이틀들의 안정적인 운영과 글로벌 성공작이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작 개발에 대한 투자로 넥슨의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정헌 넥슨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내년 3월 중 주주총회 및 이사회 등을 거쳐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 대표를 이을 넥슨코리아의 신임 대표이사로는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가 내정됐다.

이정헌 넥슨 대표. 사진=넥슨
이정헌 넥슨 대표. 사진=넥슨

이정헌 넥슨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2003년 넥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06년 퍼블리싱QM팀 팀장, 2010년 네오플 조종실 실장, 2012년 피파실 실장, 2014년 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 사업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8년부터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사업 실무부터 사업총괄 임원까지 두루 거친 그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탁월한 사업역량을 발휘하며 14년 만에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이는 실력으로 평가하는 넥슨의 기업문화에 기인한 것으로, 내부에서 리더를 발굴하는 넥슨의 문화가 정착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정헌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외형적으로 높은 성장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블루 아카이브’, ‘데이브 더 다이버’ 등 다수의 신규 게임 흥행을 성공시키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그의 지휘하에 넥슨코리아 신작 및 라이브 게임은 고르게 성장해 넥슨의 글로벌 연간 매출이 5년 새 50% 이상 상승했으며, 연결 기준 모바일게임 비중이 22%에서 31%으로 확대되는 등 모바일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간 매출 3조원을 돌파한 것은 한국 지역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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