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부터 ‘FTX 파산 사태’로 발 묶인 투자자 파악 조사 中
조사 후 투자자 대상 구제안 투표...가결 시 ‘예비 물량’ 할당 조치
XPLA “우리의 지원 의지는 변함 없다”...투자자 동의·지지 호소

사진=엑스플라 공식 미디움(Medium) 홈페이지
사진=엑스플라 공식 미디움(Medium) 홈페이지

‘FTX 파산 사태’의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컴투스 그룹이 주도하는 ‘엑스플라(XPLA)’ 팀이 발이 묶여 있는 투자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굵직한 사건사고들로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긍정적인 선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엑스플라 팀은 지난 12월 29일(협정세계시 기준)부터 FTX 거래소에 엑스플라 코인 물량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는 1월 16일 종료될 계획이며, 조사 이후 투자자 구제를 위한 투표 절차에 돌입한다.

해당 조사는 어떤 연유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글로벌 3위 규모의 초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 사태를 우선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난 11월, 미국의 샘 뱅크먼-프리드가 창업한 FTX의 파산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전 세계 수백만명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며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마저도 2억7500만달러를 상각처리(손실처리) 할 정도로 그 피해는 막심했다.

FTX에 상장돼 있던 엑스플라 역시 피해를 보게 되면서 투자자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에 놓였다. 사태 발생 후 엑스플라 팀은 프로젝트가 초기 단계로 아직 시장에 풀려있는 물량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커뮤니티의 ‘예비 물량(리저브 물량)’으로 개인 투자자들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이날 30여 분간 진행된 공판에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변호인을 통해 무죄 주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AP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이날 30여 분간 진행된 공판에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변호인을 통해 무죄 주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AP

다만 예비 물량으로 개인 투자자들을 지원하기 이전에, 명확한 지원 대상과 그 수량이 선제적으로 파악돼야만 했다. 이를 위해 엑스플라 팀은 지속적으로 FTX 측에 접촉을 시도하면서 관련 데이터를 요청했지만, 파산으로 불능 상태에 놓인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협조 요청은 현실적으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투자자들의 답답함은 배가됐다. 이들은 ‘FTX사태·XPLA대책협의회(이하 대책협의회)’를 자체적으로 구성해 엑스플라 팀 및 컴투스 그룹에게 대책 마련을 거듭 요청했다. 

대책협의회는 동영상 내지 사진을 활용한 ‘소유 증명 절차’를 거친 투자자들에 한정된 선제적 물량 지급을, 해당 증명이 불가한 투자자들에게는 ‘미국 법원에 잔고증명확인서를 요청할 수 있도록 (컴투스 및 엑스플라가) 대행 업무를 수행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이 같은 경우, 데이터의 오염·위변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장 막대한 양의 가상자산을 지원하기 위한 자료로 채택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엑스플라 팀은 파이낸셜투데이의 관련 질문에 “소유권에 대한 법적 고려사항과 FTX 법적 절차 관련 진행 상황에 대한 변동성 등, 다방면에서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라면서 “현시점에서의 소유의 증명은 FTX 내 보유 사실 관련 객관적 정보 확보가 가능한 상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추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증명에 대한 방법을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현재 엑스플라 팀이 자체적으로 구글 폼을 통해 조사하고 있는 사진=엑스플라 조사 구글 폼 캡처
현재 엑스플라가 진행하고 있는 투자자 규모 조사. 사진=엑스플라 구글 폼 캡처

즉, 이번 투자자 규모 파악 조사 및 투표는 ‘당장 FTX의 협조가 사실상 어렵다’라고 판단한 엑스플라 팀이 ‘예비 물량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라는 공지 이행에 선제적으로 돌입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엑스플라 팀은 “현재 팀에서는 면밀한 데이터 조사·분석 과정을 통해 거래소 내 개인 홀더와 그 외의 보유 수량을 분리하는 검토 과정을 거쳐 개인 홀더의 보유 수량에 대한 대략적인 파악을 마쳤다”라고 말했다. 진행되고 있는 조사를 통해 그 규모가 산출되면, 엑스플라 팀이 자체적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투자자들의 보유 물량과 대조해 정합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전체 피해 수량에 대한 조사 결과 검토가 종료된 다음, 결정된 개인 투자자들의 물량을 근거로 프로포절(Proposal)이 진행된다. 프로포절 투표(Proposal Voting)는 7일 동안 이어지며, 투표 결과에 따라 최종적으로 지원 예비물량의 할당 유무가 결정된다.

투자자들로부터 의사를 위임받은 검증인(Validator)들이 찬반 투표에 참여하게 되며, 총 스테이킹(예치) 중 33.4%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그중 50% 이상이 찬성해야 프로포절이 통과된다. 이 기준에 미달하거나, 투표 참여 물량 중 ‘강력한 반대(NoWithVeto)’가 33.4%를 상회할 경우 투표는 부결된다.

다만, 당사자인 FTX 투자자들은 1단계에 해당되는 물량 조사 과정에서 정합성을 인정받더라도 이를 활용해 찬반투표에 참여할 수는 없다. 당초 생태계 내 정책 상 투표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검증인에게 코인을 위임하는 과정이 선행돼야만 하는데, FTX 투자자들은 아직 소유 증명을 온전하고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키를 잡은 건 투표권을 쥔 검증인들이다. 이들이 투표에서 투자자들을 위한 긍정적인 제스쳐를 취하도록, 엑스플라 팀 내에서도 설득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AP
사진=연합뉴스/AP

우여곡절 끝에 프로포절이 가결된다고 해서 할당된 물량들이 곧바로 투자자들에게 지급되진 않을 예정이다. 우선은 지원 물량에 해당되는 엑스플라가 리저브 월렛(예비물량 지갑)에서 별도 지갑 혹은 컨트랙트를 통해 전송된다. 옮겨진 엑스플라는 FTX의 개인 투자자를 위해 지원되는 물량으로 누구나 보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FTX와의 협조가 가능해진다든지, 관련 법적 절차 등을 통해 ‘객관적인 소유의 증명’이 이뤄지는 시점이 되면 투자자들은 보관돼있던 엑스플라 물량에 대한 일종의 자격 증명인 ‘클레임(Claim)’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이 오면 엑스플라 팀은 기존 FTX 지갑에 있는 엑스플라를 예비 물량으로 회수하거나, 완전 소각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엑스플라 팀은 “FTX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개인 투자자들을 도와드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FTX 측에 접촉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기술적·법률적 측면 등의 다양한 검토를 거치는 과정을 수행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도) 미국 현지 로펌을 통해 법적 절차 내에서 FTX 엑스플라 홀더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을지 확인하는 등, 관련 진행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사진=컴투스홀딩스
사진=컴투스홀딩스

물론 이 같은 구제 절차의 시작은 우선 해당 안건이 가결되는 것부터 시작한다. 최근 ‘오브스(Orbs)’가 엑스플라와 비슷한 FTX 피해자 구제안을 투표에 부쳤으나 반대가 64%에 이르면서 부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문턱을 넘는 것부터가 일차적인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지원 의지는 변함이 없으며, 일관되게 전진하고 있다”라는 엑스플라 팀은 “여러분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의 과정과 방향을 널리 알려달라. 커뮤니티의 동의 및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엑스플라 팀과 컴투스 그룹은 최근 일부 투자자들과의 간담회까지 가지면서 강한 지원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초 9일 컴투스홀딩스 사옥 앞에서 집회를 예고했던 대책협의회도 우선은 이를 연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아직 FTX 사태와 관련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거의 없는 상황인데, 엑스플라가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서면서 신뢰성 있는 블록체인 메인넷 프로젝트로서 자리매김하고 관련 업계 전반에도 선한 영향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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