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와 산업화의 상징으로 불리던 육교가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 2000년, 248개에 육박했던 서울 시내 보도 육교는 2021년 153개로 줄어든 상태다. 육교가 없어진 자리에는 횡단보도가 대신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차가 다니기 편한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이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 또한 ▲시설의 노후화 ▲도시 미관 ▲안전 문제 등도 육교 해체를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철거 과정에선 각종 이해관계가 엮이며 종종 잡음이 발생해왔다.

해체를 코앞에 둔 노원구의 한 육교는 ‘건물 상가와 연결됐다’는 특징 때문에 여전히 실타래를 풀지 못한 상황이다. 9·10대 노원구청장을 역임한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 병)까지 나섰지만, 마땅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상계역 3번 출구(사진 ①)에서 나서면 도로 건너편을 건너갈 수 있는 육교가 있다. 해당 육교는 벽산상가 108동과 109동 2층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사진 ②)로 이어진다. 사진=채승혁 기자
상계역 3번 출구(사진 ①)에서 나서면 도로 건너편을 건너갈 수 있는 육교가 있다. 해당 육교는 벽산상가 108동과 109동 2층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사진 ②)로 이어진다. 사진=채승혁 기자

일 평균 이용객 3만명이 넘는 상계역의 3번 출구 육교는 바로 옆 벽산상가와 이어져있다. 구는 이번 달 내 해당 육교 철거에 돌입할 계획인데, 상가와 연결돼있는 통로 일부 상인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상계역 후면 상권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상인 측은 ‘기금을 모은 상인들이 사유지에 기관의 허가를 받고 연결 통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오랜 기간이 지난 만큼, 관련 자료 및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며 현재는 일종의 ‘관습도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반대 입장의 노원구청 토목과 관계자는 육교 해체가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공익·시의적 측면에 있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또한 육교 해체를 통해 발생하는 여유 부지를 활용, 현행 2개 차선이 3개 차선으로 늘어나며 교통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해체 공사 절차가 정당했다는 근거로는 인근 주민들의 대상으로 실시한 타당성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약 77.1%(1193명 중 920명)의 응답자가 육교 해체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는 구청 측은, 지난 2일에는 상가 대표자로부터 ‘철거 요청서’를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반면 임락윤 상계역 육교철거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파이낸셜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상인들 간의 입장 차가 있다”면서 상가 내 모든 상인들의 입장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채승혁 기자
사진=채승혁 기자

이는 기존에 역과 연결된 육교가 2층을 통한다는 것, 그리고 육교를 해체하고 신설되는 횡단보도는 1층 상가의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충한 결과물이다. 상가 상인들은 다른 층 상인의 입장을 상호 이해하면서도 솔직한 의견을 함께 내비쳤다.

1층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역에서 이쪽(벽산상가 1층)으로 바로 건너오려면 현재로선 꼭 2층 육교를 이용해야 하는데, 연로하신 분들은 육교를 올라가는 것조차 불편해하신다”라면서 “횡단보도를 통하려면 도로 끝까지 가야 하다 보니 무단 횡단도 빈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육교 해체로 2층 상인들이 느낄 심리적인 압박감도 이해한다. (구청에서) 육교 계단 자리에 승강기를 설치해준다고 한다니, 이 부분에서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임락윤 위원장은 “횡단보도를 통해 1층 상권이 살아난다면 나도 기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불확실하지 않나. 현재 육교를 통해 역 반대편 상권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인데, 왜 길을 끊어서 스스로 고립시키려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구청이 육교 해체 대신 설치를 약속한 승강기도 차후 발생하는 관리비 및 유지비 등에 대한 부담 등을 우려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추구하는 공익성과 층별로 상이한 상인들의 수익성이 꼬여있는 상계역 육교는 오는 8일부터 해체 공사에 돌입한다. 해체를 반대하는 일부 상인들은 ‘강행 시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내 이해당사자들 간의 공통분모 찾기가 시급해 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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