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개입 의혹으로 구속 못하고 개인비리로 결국 철장행...원세훈발 친박 리스트 공개 될까

[파이낸셜투데이=박단비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건설업자 황보건설의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10일 구속 수감됐다.

원 전 원장은 앞서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불구속 기소되면서 한차례 구속될 위기를 모면했으나 개인 비리로 결국 구속 수감됐다.

이날 오전 원 전 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기록에 비춰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인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이날 곧바로 구속영장을 집행해 원 전 원장을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원 전 원장은 서울구치소로 향하기 전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현금을 받은 부분은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네"라고 답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인사 중 현 정부 들어 구치소에 수감되는 첫 사례가 됐으며 개인비리로 처벌되는 역대 두 번째 정보기관장이 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각종 공사의 수주 청탁 명목으로 1억5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2009년 취임 이후 황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1억1천만원의 현금과 4만 달러, 20돈 순금 십장생(약 450만원 상당) 등을 받고 그 대가로 황보건설이 여러 관급·대형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황보건설이 2010년 7월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토목공사와 홈플러스의 인천 연수원 설립 기초공사를 수주하는 과정 등에서 원 전 원장이 황씨의 청탁을 받고 원청업체들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오후 원 전 원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원 전 원장은 "친분 관계가 있어 선물은 받은 적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했을 때 적용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을 알선하고 금품·이익을 받은 경우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한다. 그러나 알선수재 혐의는 일반인 등 누구든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알선하겠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으면 적용된다.

결국 검찰로서는 원 전 원장이 현직 국정원장이라는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명확히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향후 검찰 수사는 원 전 원장의 지위를 이용한 불법적 영향력 행사 및 추가 금품 수수 여부를 규명하는 쪽으로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구속함에 따라 앞으로 황보건설의 공사 수주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황씨로부터 받은 금품이 더 있는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아울러 원 전 원장으로부터 황보건설에 관한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원청업체나 공무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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