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 금수저 들고 나온 아이들, 외국인 학교 정도 나와 줘야”

사진출처=마포구 소재 'D외국인학교' 홈페이지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서민들을 맥 빠지게 만드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이 대거 연루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의혹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며, ‘미성년자 주식부자’ 명단이 공개돼 사회적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관련 수사 대상에는 국내 재벌그룹 회장 일가 관련 인물들 및 사회적 부유층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져 다시 한 번 반감을 사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의혹을 바탕으로 재벌 일가의 모럴해저드 실태에 대해 들여다봤다.

사회 지도층, 재벌 자녀들이 포함된 부유층들이 외국인학교 입학을 위해 허위로 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지검 외사과는 최근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여권 및 시민권을 위조해 발급받은 혐의로 현대자동차 그룹 이모 전 부회장 아들 내외, 두산중공업 박모 상무의 부인, 로펌 ‘김앤장’의 이모 변호사 등을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또한 검찰은 이들 외에도 투자업체 대표, 병원장 등 부유층 50~60명이 브로커를 통해 위조서류를 발급 받아 부정 입학을 한 혐의를 포착,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4일 수사 대상 가운데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이 모 변호사의 부인을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당초 출석하기로 했던 두산중공업 박모 상무의 부인은 '건강 상 이유'로 소환에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기에 현대차그룹 이모 전 부회장의 아들내외 역시 조사를 받았으며, 롯데그룹 오너 일가 자녀도 곧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이라 뭐라 입장을 말씀드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분들의 개인생활에 대해서는 그룹 차원에서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용 역시 그룹 차원에서 확인 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부정입학에 관련된 학부모들은 브로커에게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 상당의 거액을 지급하고 파라과이 등 남미나 아프리카 쪽의 시민권을 위조해 여권을 발급받는 식으로 국적을 세탁한 혐의다.

검찰은 매일 몇 명씩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혐의가 확인되면 피의자로 신분을 바꿔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예정이다. 또한 검찰은 부정입학 혐의를 받고 있는 학부모들은 물론 부정입학 사실을 교육청에 통보해 해당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 3명은 이미 검찰에 구속됐으며, 서울 시내에 위치한 마포구 D학교, 서초구 D학교, 서초구 H학교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외국인 학교, 1년 학비만 기본 2,000만 ‘헉 소리 난다’

이번에 부정입학 사건과 관련된 학교 중에서 재벌가 자녀들이 특히 많이 입학한 곳은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D학교다.

D학교는 미국 뉴욕에 본교를 두고 있는 명문사립학교 ‘D스쿨’의 네 번째 국제캠퍼스(분교)다. 이 학교는 서울시가 직접 나서 유치하고 건립을 마친 첫번째 외국인 학교로 잘 알려져있다. 

D학교의 정원은 총 540명이며, 정원의 20%까지 내국인 학생을 받도록 돼있는데, 내국인의 경우 반드시 3년 이상 해외에 거주했던 사실이 있어야만 입학이 가능하다. 1년에 들어가는 학비는 약 2500만원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이 학교의 재학생은 20여개국 290여명이며, 40여명의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100%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며 모든 교실에는 첨단 디스플레이 장비가 설치돼있어 무선기기 접속을 통해 개인 또는 그룹학습이 가능하고, 가정에서도 학습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D학교는 ‘국제표준화 교과과정’을 도입해 뉴욕에 위치한 본교를 비롯해 모든 국제캠퍼스가 같은 교과과정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이 학교에 입학하면 다른 나라에 위치한 ‘D스쿨’에서도 학력을 똑같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과정을 수료하면 전 세계 어느 대학이든 입학할 수 있다.

D학교는 미국·영국·캐나다·중국 등 다른 나라에 위치한 분교 및 본교로 전학이 가능하며 대학 입학 시 미국 명문 사립학교로서의 학력이 그대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게다가 서울에 위치한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라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유층들이 눈독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실제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학생 정원이나 입학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곳이 상당수”라며 “이번 검찰 조사에서도 밝혀졌지만 외국에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학생들이 입학심사를 통과한 경우도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내국인 정원을 지키지 않아 학생의80~90%가 한국인으로만 채워진 경우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보통 외국인학교의 학비는 보통 연간 2500~3000만원 수준이다”라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외국인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면 학생 한 명에게 학비로만 수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전두환 손녀도 지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녀딸이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수사 대상에 오른 학교에 지원했던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지난 19일 전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용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에 위치한 모 외국인 학교에 딸을 입학시키기 위해 지난달 지원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전 씨는 자신의 딸이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있지만 거주기간이 3년이 되지 않아 자격요건 미달로 실제로 입학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씨의 딸은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는 등 입학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1주 가까이 이 학교에 등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지검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에 관련된 이 학교 등 3개 외국인학교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우연히 전씨 딸의 입학 지원서류를 확보해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출처=재벌닷컴 홈페이지

태어날 때 ‘금수저’, 미성년자 주식부자 GS家 1위

국내에 100만 달러가 넘는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20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8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 미성년 주식부호 최상위권은 GS 일가 자녀들이 휩쓸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4일 종가 기준 보유지분 가치가 100만 달러 이상인 주식부자는 3519명이었다. 이는 전년동기(3476명)에 비해 1.23% 높아진 수치다.

이중 민법상 미성년자 연령 기준인 올해 만 20세 미만의 주식 부자는 82명으로, 이는 전년동기의 76명보다 7.89% 늘어난 것이다.

이 중에서 열살도 안된 어린이가 50억원 이상을 보유한 경우도 발견됐다. 이는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주식이 공공연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성년 주식부자 상위권에는 GS 일가의 자녀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허창수 GS 회장의 사촌동생인 허용수 GS 전무의 장남 허석홍(10) 군이 미성년 주식부자 1위를 차지했다. 허 씨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4690만 달러였다. 이는 원화로 530억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허 전무의 차남인 허정홍(7) 군은 지분 평가액 1910만 달러(216억원)로 2위에 올랐다. 허 전무의 장·차남은 현재 GS의 주식을 각각 79만341주, 32만1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3위는 허 회장의 친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딸 허정현(11) 양이었다. 지분 평가액은 1560만 달러(176억7000만원)이었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명선(17) 군의 보유지분 가치는 1130만 달러(128억3000만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친척인 구현모(15) 군은 1110만 달러(125억3000만원)으로 각각 4, 5위에 올랐다.

이호진 전(前) 태광그룹 회장의 조카인 이태준(18) 군도 100억원대 주식을 갖고 있는 미성년자에 포함됐다.

윤장섭 성보화학 회장의 손자인 윤태현(18) 군과 정몽익 KCC 사장의 장남인 정제선(13) 군의 지분 평가액은 각각 79억7000만원, 79억3000만원이었다.

염홍섭 서산 회장 손자의 염종학(17) 군의 보유주식 가치는 78억원이었고, 허경수 코스모화학 회장의 아들인 허선홍(12) 군도 77억2000만원으로 10위권에 들었다.

미성년자 주식 부호 중에는 이상득 전 의원의 사위인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아들 구상모(11) 군이 450만 달러(50억9000만원)였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네 살짜리 손자·손녀 3명도 26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임 회장은 지난달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옛 한미홀딩스) 주식 731만3000주(14.7%)를 가족 13명에 분할 증여했다. 어린 손자·손녀의 지분은 종전 2205주에서 62만5205주로 확대됐다.

한편 이 날 종가기준으로 주식기분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억만장자 주식부자는 12명이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분 평가액이 89억6469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부인 홍라희 씨(11억6420만 달러)와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9억340만 달러) 등 이 회장의 일가족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 가치는 총 110억3220만 달러에 달했다.

이를 두고 재계 관계자들은 미성년자가 이처럼 많은 수의 주식을 보유한 것은 증여세가 기간과 액수에 따라 누진 부과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물려주면 증여세를 적게 내거나 아예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국세청에 따르면 다량의 부동산을 보유해 종부세 대상에 오른 2010년 기준 20시 미만미성년자는 총 171명, 세액은 4억1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른바 ‘금수저’를 물고 세상에 나온 셈이다. 부유층의 증여와 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은 사회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반감을 사게 된다”면서 “특히 위법 혹은 편법적 수단이 동원된다면 더 큰 사회적 반감을 키우며 구성원들 사이의 위화감만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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