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노조위원장 찾아...윤 회장과의 투트랙 강조

사진=뉴시스, 허인 신임 KB국민은행장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지난 21일 허인(57) 신임 KB국민은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두 가지 과제를 떠안았다.

먼저 KB금융지주가 3년 만에 은행과 그룹 분리경영을 시작하게 된 가운데 은행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뿐만 아니라 노사갈등이 윤종규 회장의 연임과정에서 극대화됐기 때문에 중재자로서의 임무도 부여됐다.

22일 금융업계에서는 이러한 시기에 KB금융의 2인자가 된 허 행장의 역할에 대해 기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허 행장이 노조측과 그룹과의 관계를 원활히 수행해 나갈 인물로 꼽혀왔다. 허 은행장은 과거 장기신용은행 재직 당시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력 덕분에 노조 측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수장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독특한 이력을 대변하듯 그는 취임식 직후 가장 먼저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과 먼저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그는 “지향하는 목표는 노사가 같지만 우선순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니 충분한 대화로 풀자”며 대화의지를 표했다.

취임식에서 허 행장은 “대규모 인력감축이나 점포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비용 효율성을 위해 대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고객별 수요에 따라 역할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허인 차기 은행장이 과거 노조위원장 출신이었던 점이 이 같은 발언의 배경이 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발언은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에서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시행해왔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끈다.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약 2년 동안 국민은행은 2850명 인력감축을 단행해왔다.

실제로 국민은행 내부적으로도 임직원들은 허 행장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허 행장이 고용안정을 보장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은행업계 전반적으로 일선 지점의 감축은 불가피한 사항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노조는 경영의 한 파트너”라며 “서로 다른 부분을 진정성 있게 풀어내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노조 뿐 아니라 그룹지주와의 관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허 행장은 ‘투트랙’을 강조하며 “지주와 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은 긴밀하고 상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윤 회장이 제 생각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는 사전적 교감 과정을 중요시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히며 “은행 나름의 독립성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임원인사를 앞당겨 할 생각은 없고 12월 말 정기인사 때 은행과 지주의 인사가 맞물려 이뤄질 것”이라며 “지주와 은행 임원들은 윤종규 회장과 협의를 통해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지주가 김옥찬 KB금융 사장의 임기를 끝으로 사장직을 없애기로 한 가운데 회장과 행장 투톱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라며 “KB금융의 어엿한 2인자로서 그룹과 노조의 원만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지 촉각이 곤두선다”고 말했다. 

허 행장은 장기신용은행 재직 당시 ▲여신심사 ▲기업금융 ▲전략 ▲재무 ▲영업IT 등 은행의 주요 핵심 업무를 두루 경험한 은행통이다. 지난 2003년엔 국민은행의 기업금융 전략을 짜는 TF를 주도하며 ‘전략통’으로 불리기도 했다.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흡수된 후에는 ▲동부기업금융지점 지점장 ▲삼성타운대기업금융지점 지점장 ▲여신심사본부 집행본부장 ▲경영기획그룹대표를 거쳤으며 지난 2016년부터는 영업그룹 대표 및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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