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생보협회장도 관료출신 전망,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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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차기 손해보험협회장 후보 3명이 모두 관료출신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력하게 점쳐지는 차기 생명보험협회장 후보 역시 관료출신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교체 후 5대 금융협회 가운데 첫 수장이 관료인사가 등용되는 움직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비공개로 이뤄진 손해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회추위) 2차 회의를 통해 3명의 차기 회장 후보자가 선정됐다. 유력한 후보자로는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 방영민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 유관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 관료 출신이다.

김 전 위원장과 방 전 사장은 대표적인 행정 관료로 꼽힌다. 김 전 위원장은 1974년 행정고시를 합격한 이후 △재무부 △대통령 법무비서관실 행정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 △관세청장 △서울보증보험사장 등을 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은 1차 회추위를 진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로서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방 전 사장도 역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를 합격했다. △국세청 △재무부 △대통령비서실 △국무총리국무조정실 △금융감독원 상근감사위원 등을 거쳤다.

유 전 부원장보는 30년 가까이 보험업에만 종사한 ‘보험전문가’로 통한다. 보험감독원 1기(1980년)출신으로 보감원에서 조사부, 검사2국 등을 거쳤다. 보험감독원이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된 이후 상품계리실장, 보험감독국장, 기획조정국장, 소비자보호센터 국장 등을 역임했다.

◆보험업계 기피하던 ‘관피아’ 수용하는 이유는

손해보험협회는 이익집단으로서 독자적인 선출권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역대 손해보험협회장 가운데 민간 출신은 1992년에 취임한 이석용 전 회장, 박종익 전 회장(1998년), 박남식 전 회장(2014년) 등 3명뿐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태의 여파로 다시 관피아가 배재되기 시작하면서 민간 출신의 수장이 등용됐지만 3년 만에 다시 관치금융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우려의 시선이 팽배하다.

업계의 한 계자는 “보험협회의 경우 업계에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만큼 보험 산업을 잘 이해하면서 회원사들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보험협회장직이 공직 퇴직자들의 편안한 재취업 자리로 굳어져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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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보험관련 정책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급작스럽게 관료 인사가 절실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자동차 보험부터 실손 보험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을 통해 현재 35%정도의 실손 보험료 조정폭을 25%로 축소하는 내용의 보험업 개정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손보험료 인하 등의 이슈로 보험업 관계자들의 우려가 커졌다”며  “1차 회의를 통해 보험업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힘 있는 관료출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앞선 1차 회의를 통해서는 민간 보험사 CEO(최고경영자) 출신이 차기 협회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지대섭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 서태창 전 현대해상 사장과 김병헌 전 KB손해보험 대표 등 민간 보험사 출신이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전 금융권 관치금융 확산 조짐에 ‘우려’

현재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를 포함해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5대 금융협회장 모두 민간출신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손해보험협회의 차기 수장이 관료출신으로 등용되면 전 금융권에 또다시 관치금융이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장 유력 선임 후보로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점쳐지고 있다. 진 전 사장 역시 재경부를 경험한 관료 출신 인사로 꼽힌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정책 등에 개입할 수 있어 보험업계가 당장은 관료 출신 협회장을 선호하지만 결국 청탁이나 부정부패로 이어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보험협회장 등 타 금융기관의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관치 금융 논란이 재발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결국은 보험소비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이 추진되는 걸 무산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새 정부에 들어서면서 손보협회는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 유관 협회가운데 가장 먼저 회장을 선출한다. 오는 31일에 최종후보가 확정된다. 그 뒤를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가 각각 이어 오는 11월 말, 오는 12월 초 경 차기 협회장을 물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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