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표는 비리백화점?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대우자동차판매(사장 박상설)의 기업윤리가 바닥을 치고 있다. 전·현직 대표를 둘러싼 잇단 비리의혹이 제기되면서 인천의 대표 향토기업으로서의 명예는 온 데 간 데 없고 ‘비리백화점’의 온상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최근 대우자판 노조는 전·현직 대표가 저지른 비리의 실체를 파헤쳐 달라며 관할 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고발장 가운데 인천시 공무원들이 연루된 상품권 로비 의혹이 최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지만, 노조 측은 해당 의혹은 겨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사정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지난 호에 이어 대우자판에 드리운 비리의 비리 의혹의 실체를 추적해 봤다.

▲ 대우자판 이동호 전 사장(왼쪽)과 박상설 현 사장(오른쪽)
회사 재무상태 악화된 2008년~2010년 사이 자산 헐값 매각 의혹
노조, 이동호 전 사장·박상설 현 사장 상대 횡령 및 배임 혐의 고발

대우자판이 채권자들과의 마찰로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를 중단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던 지난 8월, 사정당국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흘러 나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이동호 전 사장과 박상설 현 사장 등 전·현직 대표 2명에 대한 ‘배임’ 혐의를 두고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들 전·현직 대표는 회사 자산인 경기 용인과 평촌 소재의 정비사업소를 2009년과 2010년 매각하는 과정에서 감정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또 다시 전·현직 대표의 윤리성에 치명타를 가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대우자판 노조가 “전·현직 대표가 경찰이 내사 중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회사 자산들을 저가에 급매, 횡령 및 배임을 자행했다”며 관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이다.

의혹투성이 자산 매각

노조에 따르면 이 전 사장과 박 사장은 회사 자산 중 대전 건물과 수원 정비사업소, 울산 달동 빌딩, 용인시 기흥 소재 자동차경매장, 서울 강남 대치동 코래드 빌딩을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헐값에 매각해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실제로 이 건물들의 매매과정에는 석연치 않는 점이 존재한다. 일례로 대전 건물을 살펴보면,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이 건물은 대우자판이 한국토지개발공사(현 LH공사)로부터 지난 1996년 매입한 것으로 정확한 명칭은 ‘지엠대우대전센터’이다. 토지 면적은 1570.5㎡(약476평)이고 건물은 연면적 1,990㎡(약603평)에 4층 규모로 이뤄져 있다. 대우자판은 업무시설을 목적으로 13년간 해당 건물을 회사 자산으로 보유해 오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이큐플랜’이란 회사에 50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이는 적정가격에 한참 미달하는 수치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둔산동 일대의 현재 토지 실거래가는 3.3㎡(1평)당 1,500만원~3,000만원 수준”이라며 “2009년에도 지금과 큰 차이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최저 가격으로 계산했을 경우 대우자판이 매각한 건물의 토지가격만 71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여기에 건물까지 합하면 실제 가격은 1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자판은 절반정도의 가격에 회사 자산을 넘긴 것이다. 특히 건물을 매입한 이큐플랜 측은 이를 매입 5개월만인 그해 9월 가구전문업체인 리바트에 다시 89억원에 재매각했는데, 이에 대해 대우자판 김진필 노조위원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똑같은 건물이 불과 5개월만에 39억원 가량의 차액이 발생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라며 “사측은 자금 확보가 급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게 판매했다고 말하지만,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헐값 매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물들의 매매 역시 지나치게 헐값에 치러졌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수원 정비사업소의 경우도 2009년 3월 160억 원에 매각했는데, 매입자는 그 다음해에 261억원에 이를 재매각해 차익 101억원을 챙겼다. 울산 달동의 시가 100억 원이 넘는 빌딩도 2009년 4월 불과 58억원에 매각됐고, 용인 기흥 소재 자동차경매장 역시 지난해 2월 시가보다 160억원 낮은 350억원에 매각됐다.

아울러 1,000억여원대의 자산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남구 대치동 건물도 420억 원에 매각됐다. 이 같은 거래는 모두 회사의 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2008년~2010년 사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전·현직 대표가 매각이라는 합법을 가장해 불법적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챙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만약 정상적인 거래였다면 전·현직 대표의 무능력으로 인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배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 전 사장, 계열사 빼돌렸다?

그런데 노조가 제기하는 의혹을 살펴보면 비리 의혹의 무게는 이 전 사장에게로 쏠려 있다. 박 사장은 이 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인 지난해 11월 현재의 직위에 오른 인물로, 노조가 제기하는 비리 의혹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시기는 이 전 사장이 대우자판의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을 때였다.

노조는 당시 전무였던 박 사장이 이 전 사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고발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고발장에 담긴 비리 의혹의 비중은 이 전 사장이 더 크다. 특히 이 전 사장은 대우자판의 계열사를 개인회사로 빼돌렸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의혹은 노조가 지난 8월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도 포함돼 있다. 대창기업은 1997년 대우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지만 2000년 4월 그룹이 해체된 직후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3월 이 전 사장이 대창기업의 지분 35.62%를 개인적으로 인수하면서 대우자판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후 대창기업의 재무상태는 급속도로 좋아졌다. 특히 지난 2008년 4월에는 대우자판과의 거래로 160억 가량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당시 이 회사 전체매출의 49%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아울러 부동산 경기침체로 중견건설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던 2008년에도 이 회사는 오히려 매출액이 전년 대비 45%나 증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후 대창기업은 2008년 12월 이 전 사장이 이 회사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대우자판의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김 노조위원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사장이 부채가 많았던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 물량몰아주기를 통해 우량기업으로 성장시켜 다시 계열사에서 제외했다”며 “지난해 11월 대우자판을 떠난 이 전 사장이 현재 대창기업에 임원으로 들어가 실질적인 사주행세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사실상 회삿돈을 이용해 계열사를 개인회사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파이낸셜투데이>의 취재결과 이 전 사장은 현재 대창기업의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창기업 고위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사장은 현재 대창기업 영업부문의 회장직으로 재임 중”이라며 “회사에는 가끔씩 출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대우자판 노조 측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서는 “노조에서 상상해서 하는 말에 불과하다”라며 “(해당 의혹은)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고,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의혹의 진위여부는 경찰의 수사에 따라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전 사장과 박 사장을 둘러싼 비리의혹은 인천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배정받은 부평경찰서 지능팀에서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이와 관련 부평서 지능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 결과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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