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성현 기자] 두산건설(회장 박정원)과 포항 장성 두산 위브 더 제니스 아파트 입주민과의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두산건설은 최근 입주민 대표 등 자치회 운영진들을 명예 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집회 과정에서 박정원 회장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존 입주민들은 두산건설 측의 고발로 자치회 운영에 차질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두산건설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과 두산건설 본사


랜드마크 천명하며 호기 좋게 시작한 아파트 분양, 낮은 분양률에 결국 할인
기존 입주민에게 소급 적용 안해 2년 넘게 분쟁…입주민 대표 고소·고발까지

지난 10월 25일 아침 포항 장성 두산 위브 더 제니스 아파트 입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이사 오는 새로운 이웃을 기존 입주민 100여명이 막아 세웠기 때문이다.

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시공사인 두산건설 측도 용역업체 직원 60여명을 고용해 기존 입주민과 대치했다.

한때 고성과 격렬한 몸싸움까지 벌이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던 양측은 오후 1시경 중재를 위해 출동한 경찰이 입주민을 설득하고 나서야 흩어졌다.

할인 판매 들어간 랜드마크

새로운 이웃의 이사를 막는 기존 입주민. 쉽게 이해가지 않는 이 상황은 분양 모집이 이뤄진 지난 200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내막을 알 수 있다.

장성 위브 더 제니스는 3.3㎡당 745만원 수준에서 분양이 실시됐다. 이는 당시 650만원대에 분양이 이뤄지던 포항지역에서 가장 높은 금액.

지상 48층에 달하는 높이, 화려한 외관과 고품격 편의시설, 1,713세대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산건설은 장성 위브 더 제니스를 포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분양률은 3개월이 지나도록 채 70%를 넘기지 못했다. 포항 지역의 미분양 물량이 2,000세대 넘게 적채된 상황에서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한 게 발목을 잡았다.

이에 두산건설은 파격적인 분양 유도책을 꺼내 들었다. 가장 먼저 중도금 40% 무이자 융자가 등장했다. 이때가 2008년 4월 경.

▲ 장성 두산 위브 더 제니스 아파트
그러나 침체된 부동산 경기와 분양 모집 당시보다도 두배 이상 쌓인 미분양 물량 등으로 분양률은 좀처럼 상승하지 못했다.

이에 지난 2009년 12월 업계 10위권인 두산건설은 자존심을 굽혔다. 계약금 5%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2차 유인책을 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약 4억3,000만원에 분양된 전용면적 192㎡ 세대의 분양대금은 2,100만원 이상 하락한다.

그러나 인근의 다른 아파트에서 1억원 넘는 할인 분양이 실시되는 등 분양모집 경쟁이 치열해 모델하우스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은 늘어나지 않았다.

자칫 랜드마크 아파트가 골칫거리가 될 위기였다. 다급해진 두산건설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분양가의 80~90%정도만 내고 입주한 뒤 나머지 10~20% 잔금은 2년 뒤 부동산 시세가 15%이상 회복될 경우에만 납부하는 잔금 유예다.

파국으로 치닫는 분쟁

하지만 기존 입주민들은 불만이다. 지역 부동산 경기가 점차 심화되는 상황에서 2년 사이 15%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기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경북지사장도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포항은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시세가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미분양 물량이 많이 남아 있고 지역 특성상 글로벌 경제 이슈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며 “특히 대형 아파트의 경우 시세 상승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고 입주민들의 견해에 힘을 보탰다.

만일 이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기존 입주민들과 후분양계약자들 간의 분양대금 차이는 최대 6,400만원을 뛰어넘게 된다.

하지만 기존 입주민들에 대한 잔금 유예는 없었다. 기존 입주민들에게는 2차 분양률 상승책인 계약금 5% 할인만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서인 입주민 자치회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존 입주민들은 웃돈을 주고 아파트에 들어간 꼴이 됐지만 두산건설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자치회는 지난 2009년 9월 기존 입주민 70여명이 모델하우스에서 항의 집회를 갖는 등 수차례 단체 행동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25일에는 기존 입주는 100여명이 후분양계약자의 입주를 실력으로 저지하기도 했다.
▲ 후분양계약자들의 입주를 막고 있는 기존 입주민

하지만 이날 이후 세 차례 이뤄진 두산건설과 자치회간의 협상에도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사태는 두산건설이 전 자치회 회장 김모씨 등 자치회 운영진 16명을 경찰에 고소·고발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이 자치회장은 고소·고발 건에 대해 “아무리 분쟁 중이라지만 입주민은 고객인데 고객을 고소·고발하는 업체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두산건설은 정작 자신들이 자치회 대표 등 임원들을 고소·고발해 경찰 출두로 바쁘게 해놓고 ‘자치회 대표급이 아니면 (할인 분양에 관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입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입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생각 자체가 없다는 방증이며 동시에 자치회를 와해시키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주장하며

“고소·고발을 받은 임원들은 경찰 수사로 인해 극도의 심리적 압박, 시간적 피해를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현 임원진이 출범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두산건설은 할인 분양을 두고 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지난달부터 분양 할인 30%, 잔금 60% 대출, 발코니 무료 확장, 시스템에어컨 무료 설치 등을 내걸며 추가 분양에 나서 기존 입주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두산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기존 입주민들의 입주 저지는 중단됐으며 아직 할인 분양에 관한 협상도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자치회가 집회 과정에서 박 회장 사진을 태우고 영정 사진을 들고 다니는 등 명예를 훼손해 고발 조치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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