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엔 이상 없다”

[파이낸셜투데이=성현 기자] 요즘 신창재(58) 교보생명 회장은 좌불안석이다. 주요 주주들의 지분 매각에 따른 경영권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2대 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을 비롯한 3대,4대,5대 주주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에 대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대부분 교보생명의 상장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매각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신 회장은 밤잠을 설치며 묘수를 짜내고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연 이번 난재를 신 회장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업계의 온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 2대주주 대우인터 비롯한 주요 주주들,  교보생명 보유 주식 매각 추진
불확실한 금융시장, 상장 시 지분율 낮아질 수 있어 우호주주 끌어 모이기 열중
 

최근 교보생명의 주요 주주인 코세어(Corsair Korea Investors LLC)와 핀벤처스(Finventures KBL)는 최근 국내외 주요 투자은행들에게 교보생명 주식 매각 주관사로 나서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들 두 회사가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은 총 309만주이며 비율로 환산하면 각각 9.79%와 5.33%이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지난 1989년 (상장을 위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이후 20여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자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매각가는 1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음 떠난 주주들

이는 2대 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의 최근 행보와 맥을 같이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7일 ‘교보생명 지분 매각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교보생명 지분의 활용방안 모색을 위해 외부 자문기관(우리 투자증권, 맥쿼리증권)을 선정했으며, 활용방안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2000년 12월 2,129억원을 투입해 교보생명 주식 492만주(24.00%)를 매입한 이후 지금까지 2대 주주로 있다.

그 사이 교보생명 주식의 가치는 급격하게 상승해 현재는 장부가액만 8,499억원이다. 시세로는 약 1조2,1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생보업계 2위, 순익 1위의 교보생명이 상장될 경우 가치는 2~3배가량 추가로 오를 전망이다. 가히 천문학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규모.

그렇다면 대우인터내셔널이 운용사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내부 사정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미얀마에 세 개의 가스전을 발견했다. 이것들의 가체매장량은 4.5 입방피트에 달한다. 원유로 환산하면 약 8억배럴, LNG 환산시 약 9,000만톤에 달하며 2034년까지 연간 3,000~4,000억원의 수익이 기대된다.

하지만 여기에 투입될 사업비가 무려 2조원에 달해 대우인터내셔널은 그동안 실탄 마련에 몰두해 왔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 주식을 처분해 사업비를 조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대우인터내셔널 홍보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분 운용을 위한 자문사 선정이었을 뿐 아직 매각을 포함한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그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에 대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이 관심을 보여왔으나 현재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잠정보류된 것으로 전해진다.

캠코 “올해 안에 지분 매각하겠다”

▲ 교보생명 본사
반면 3대 주주 캠코는 대우인터내셔널에 비해 매각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캠코는 지난 2000년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교보생명 지분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는 9.9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련은 없다. 캠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이 현재 갖고 있는 지분까지 한손에 쥐고 있던 2003년 초, 공적자금관리위원회로부터 주식 현금화 지시를 받고 처분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약 6년여가 흘러 2009년 9년, 캠코는 다시금 매각을 추진했다. 현재 포스코그룹에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추진하면서 교보생명 지분 매각 또한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것.

당시 이철휘 전 캠코 사장은 “수출입은행의 지분 5.85%까지 더해 약 40%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방침은 최근 들어 구체화되고 있다. 캠코는 지난 6월 경쟁 입찰 방식 등으로 올해 안에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1월로 설정된 부실채권정리기금의 법정 운용시한 이전에 보유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장영철 캠코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법령상 시한인 2012년 11월22일까지 현금반환을 원칙으로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청산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캠코 홍보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금운용기한 내 교보생명의 기업공개 추이를 살펴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보생명 “지분 매각설은 낭설”

이들을 모두 더하면 총 49.05%가 된다. 이는 신 회장 본인과 기타 우호 주주들의 지분율 40.27%를 뛰어넘는 수준. 신 회장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양상이다.

이에 신 회장은 부랴부랴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양사의 매각 계획을 사전에 입수, 국내 2개 금융회사에 지분 매입을 요청한 것이 최근 알려진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3만2,800주를 68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물론 주주들의 바람대로 상장을 추진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마저도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교보생명의 주식은 2,050만주이다. 비슷한 규모의 대한생명은 지난해 3월 상장하면서 2억1,713만주를 발행했다. 즉 신주 발행으로 말미암아 신 회장의 지분율이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홍보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코세어의 매각 추진은 낭설에 불과하고 이에 따라 신 회장의 경영권은 문제가 없다”며 “시장 상황이 어둡고 자금 여력이 충분해 아직 상장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