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침체의 터널 ‘헬조선 경제’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2016년은 ‘병신년’(丙申年)이다. 어감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순탄치 못한 한 해였다. 악재는 쌓여가는 가운데 희망이 없는 ‘헬조선’ 그 자체였단 뜻이다. 특히 경제는 주력 분야에서도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고통이 배가 됐다. 한국 경제가 언제쯤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지 우려만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산적한 경제문제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치솟는 집값과 가계부채로 허리띠를 졸라 매던 서민들은 정부의 단기적인 대책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또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된 여름에는 가정용 전기요금 관련 불만 여론이 들끓었다.

기업들의 입장도 2016년은 다사다난했다. 굴지의 조선·해운사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삼성전자는 사상 초유의 주력제품 조기 단종이라는 벽에 부딪히며 휘청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2016년 대한민국의 경제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1. 탈 많았던 성과연봉제

금융권 최대 화두는 단연 성과연봉제였다. 금융위원회가 은행원들의 고착화된 호봉제를 유지할 경우 수익성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성과연봉제 전환을 적극 추진했다. 시중은행장들도 정부 방침에 흔쾌히 동참하면서 상황은 속전속결로 전개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금융공기업들이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기습 도입하면서 직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지난 9월엔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은행권 총파업이 진행되며 은행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아우성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역시 앞서 기습적 이사회를 통해서 의결한 금융공공기관의 전철을 밟았다. 이에 노조 측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성과연봉 도입 결정에 크게 반발해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2. 김영란법 시행, 해석은 ‘재각각’

지난 9월 28일 부정청탁·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김영란법’ 시대가 열렸다. 이 법은 2011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정사회 구현 대책의 하나로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조차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안의 국회 제출은 2013년 8월에야 이뤄졌다. 이후 국회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문제가 대두하면서 2015년 3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1년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 이 법의 적용대상은 중앙행정기관과 법원, 국회,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등 4만여 개에 이른다. 골자는 관행적으로 진행됐던 청탁이나 금품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 시행으로 우리나라의 접대문화가 변화하게 됐으나 법 해석을 놓고 적지 않은 혼란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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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켓몬 고’ 열풍 속 4차 산업혁명

‘포켓몬 고’는 지난 7월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구글지도 반출 문제로 국내에선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지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게임 진행이 가능했던 속초 지역은 올 여름 최고의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켓몬스터라는 지적재산권(IP)와 증강현실(AR)이란 신기술의 접목으로 AR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또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불꽃을 국내에 확산 시키는 계기가 됐다. 로봇과학 등의 최첨단 과학기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편 포켓몬 고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열기가 조금 식기는 했지만 포켓몬 고는 출시 3개월 만인 현재 매출 6억달러, 다운로드수 5억건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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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통가 엄습한 ‘화학포비아’

올 상반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생활용품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살균제뿐 아니라 세제, 섬유유연제 등 관련 제품의 매출 전체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9월에는 국내 제조사들의 치약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메칠이소치아졸리논 등이 검출돼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각종 생활용품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되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점점 높아져 화학과 공포증(phobia)의 합성어 '화학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자 유통 및 제조업계는 안전과 품질관리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대형마트 업계는 세계적 공인인증 기관을 통해 PB 제조공장을 심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고, 생활용품 업체도 자사에서 판매 중인 상품의 화학제품 성분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히며 소비자 신뢰 회복에 나섰다.

5. 조선·해운의 몰락

국내 1위 원양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장기 업황 부진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8월 말 결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해운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는 글로벌 물류대란을 촉발한 데다 국내 해운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졌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3개월 만에야 한진해운 선박 141척의 하역 작업이 모두 완료되면서 물류대란은 일단락됐지만, 한진해운은 물적·인적 자산이 뿔뿔이 흩어지고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오면서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한때 전 세계 선박의 70%를 건조했던 우리나라 조선업도 계속되는 수주 가뭄에 막대한 적자를 기록,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는 자산 매각과 도크 축소, 인력 30% 감축 등의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3분기까지 희망퇴직 등으로 6천여 명이 일터를 떠났다.

속전속결 성과연봉제 도입…갈등은 ‘심화’
무너진 조선·해운업, 폭발한 갤럭시노트7

​살인적인 전기료에 국민들 지갑은 ‘텅텅’
집 없는 자 목 죄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6. 유례없는 폭염 ‘전기요금’ 논란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정용 전기요금관련 여론의 불만이 들끓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 냉방기 수요가 급증, 전기료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의 경우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 통상 일반 가정에서 에어컨을 하루 3시간가량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월 20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부과됐다. 원인은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 단가가 높아지는 누진세 때문이다. 누진세는 가정용 전기 요금에만 적용돼 산업·상업용 전기는 예외로 규정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함께 받았다. 이에 국민들은 누진제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소송과 함께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는 누진세 제도를 12년만에 개편하겠다고 밝히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결국 지난 8월말 누진세를 3단계로 줄이고 과금도 3배로 줄이는 개정안이 발표됐다.

▲ 사진=뽐뿌 게시판 캡처

7. 갤노트7, 2번의 리콜과 단종

지난 8월 미국 뉴욕서 처음으로 공개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은 제품 공개 뒤 홍채인식 기능과 방수·방진 기능, S펜의 성능 개선 등이 호평을 받으며 국내에서만 사전 예약이 40만대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내외서 배터리 발화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량 리콜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새 배터리를 넣은 새 기기에서도 국내외에서 발화가 이어지며 문제가 커졌다. 결국 출시 두 달만 인 지난 10월 11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따른 손실액이 7조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지 28년 만에 ‘주력 제품 조기 단종’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현재 삼성전자는 내년 인공지능을 탑재한 갤럭시S8 출시를 준비하며 자존심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8. 디젤車 신뢰 떨어뜨린 ‘폭스바겐 사태’

폭스바겐은 지난해부터 '디젤 게이트'를 시작으로 올해 자동차 인증 서류 조작까지 1년 내내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특히 리콜 계획안조차 환경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대규모 자동차 인증 서류 조작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왔다. 환경부는 지난 8월 국내에 판매된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량 32종 80개모델, 8만3000여대에 대해 인증취소 처분을 내렸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1만3178대를 판매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60.2% 감소한 수치다. 아우디도 44.4% 줄어든 1만6482대 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이 여파로 환경부는 다른 브랜드에 대해서도 서류 조작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펼쳤고, 일부 차종에서 서류 조작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9. 청약 문턱 높인 부동산 대책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와 현 정부의 규제 완화정책이 맞물리면서 2006년 부동산 대란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또 2016년 2분기 말 가계부채가 1257조원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위기감도 고조됐다. 이에 정부는 ‘8·25 가계부채 대책’과 ‘1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 진화에 나섰다. 8·25 가계부채 대책은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축소하고 주택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축소 방침이 부각되면서 강남 등 인기지역 집값이 높아지는 등 이상 현상을 보여 사실상 부동산 부양책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11·3 부동산 대책’은 서울 강남4구를 비롯해 경기도 과천 등 분양 과열 지역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을 1년 연장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로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청약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단기 전매차익 목적의 가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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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알맹이 없는’ 재벌총수청문회

지난 6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출연한 기업의 재벌총수들이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했다.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이들에 쏠렸다. 청문회에 나온 의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출연 과정에서 정부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많은 질문에도 재벌 총수 대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며 특위 위원들의 질문을 피했다. 또한 일부 총수들은 고령을 이유로 일찍 일어나기도 해 ‘알맹이 없는 청문회’라는 비판을 들었다. 이번 청문회에서 조양호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게 된 배경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밝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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