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날개, 비상구는?

[파이낸셜투데이=성현 기자] 범(凡) 현대가에 속하는 성우그룹(회장 정몽선)이 총체적 위기에 봉착했다. 그룹 산하 주력 계열사들이 줄줄이 워크아웃을 당한 가운데, 이를 탈출하기 위한 자구책도 여의치가 않은 상황이다. 성우그룹은 최근 그룹의 모태기업격인 현대시멘트가 워크아웃 탈출을 위한 계책으로 알짜 사업인 레저사업부문을 매각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극심한 마찰을 빚었고, 아직까지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현대시멘트의 리조트를 인수한 신안그룹과의 양해각서체결 이후의 협상이 여러 가지 이유로 답보 상태에 빠졌다. 

▲ 성우그룹 사옥과 정몽선 성우그룹 회장


워크아웃 현대시멘트, 위기 탈출 위해 알짜 계열사 매각했다 뒷탈
일각 “평창 특수 포기하고 신안그룹에 매각한 것 이상한 일” 의견 분분

현대성우리조트 노조는 지난달 20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창립 14년 만에 처음으로 단행된 총파업이었다.

이유는 지난 5월 12일 신안그룹과 체결된 성우리조트 인수 양해각서(MOU)때문이었다. 직원들의 고용 기한을 인수 후 1년까지로 못 박은 합의문이 뒤늦게 알려진 것.

이에 노조는 ‘고용 승계 보장’을 외치며 6월 25일 이승렬 노조위원장의 삭발 투쟁을 시작으로 사측과 협상에 나섰지만 지난달 14일 열린 강원지방 노동위원회의 최종조정에서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16년 전통의 성우리조트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자 사측은 총파업 5일째 노조의 요구안을 대부분 수용하며 사태를 일단락 졌다.

끝나지 않은 후폭풍

하지만 급한 불만 껐을 뿐 분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신안그룹과의 매각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을 비롯, 급여 일부가 8월 중순을 바라보는 현재까지 지급되지 않아서다.

정주환 노조 사무국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파업이 종료되고 노사가 협약서도 교환했지만 6~7월의 상여금이 아직 지급되지 않는 등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변수가 산적해 있다”고 전했다.

신안그룹의 인수로 촉발된 이번 분란은 노조에 이어 리조트 회원들의 반발로 꼬리를 물고 있다.

범(凡) 현대가에 속해 있는 성우그룹의 이미지에 성우리조트를 선택한 수많은 회원들은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주환 사무국장은 “많은 콘도 회원들이 콘도운영위원회를 꾸려 이번 인수건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안그룹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정 사무국장의 전언에 따르면 성우리조트 내 오스타CC 회원들은 입회금 반환 청구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리베라CC를 운영하고 있는 신안그룹의 골프장 운영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한다. 4인을 기본으로 하던 라운딩 최소인원을 3인도 허용해 주는 추세가 최근 확산되고 있지만 리베라CC는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라는 불만이다.

이같은 분란에도 성우그룹은 신안그룹과의 인수협상을 파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시멘트는 지난해 5월부터 워크아웃 체제에 돌입했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건설경기 침체로 시멘트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에 지급보증 7,000억원을 서준 탓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까지 이어져 3월 말 기준으로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채무보증 5,766억원 등 현대시멘트가 갚아야할 금액은 7,748억원에 달한다.

4,000억원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진 성우리조트 매각은 다른 자회사들에게 경영난이 전염될 것을 우려한 현대시멘트의 자구책이다.

▲ 성우리조트 전경과 노조 시위 장면


평창 특수 기대 속 난항에 빠진 매각 협상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건을 두고 이해하기 힘든 M&A라고 보고 있다. 리조트가 강원도 횡성에 자리한 덕분에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성우그룹이 성급하게 매각을 결정했다는 시각이다.

성우리조트는 슬로프 수가 19면에 달하는 스키장을 보유하고 있고 7면은 국제공인 규격까지 갖추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세계스노보드선수권대회를 유치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도 했다.

이에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된 지난달 7일 현대시멘트의 주가는 용평리조트를 소유한 쌍용상회, 평창 지역에 휴게소를 갖고 있는 디지털텍 등과 평창 테마주로 손꼽히며 14% 넘게 치솟았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의 간택을 받은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신안그룹의 시각으로 봐도 성우리조트는 넘치는 매력을 지녔다.

지난해 신안그룹의 레저 사업부문은 3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또 제주도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콘도나 리조트가 없어 일각에서 반쪽짜리 레저사업부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박 회장은 사비 1,000억원을 털어 인수 자금에 투입할 계획이며 레저사업과 연관성이 전혀 없는 철강업체 휴스틸은 소액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160억원을 인수에 쏟아 부을 작정이다.

하지만 지난달 내로 마무리될 예정이던 매각 협상은 아직까지도 타결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리조트 회원들의 반발과 매각가를 둘러싼 양 측의 이견이 다소 큰 차이를 보이는 탓이다.

현대시멘트 고위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평창 특수가 있기야 하겠지만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원들의 반발 등으로 매각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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