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천억’ 거제 플랜트 ‘단독 응모’ 논란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경남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 공모에 현대산업개발이 단독으로 응모한 것을 두고 적정성,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과거 이 지역에서 45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챙겨 지역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 이 와중에 현대산업개발이 또다시 같은 지역에서 단독으로 1조3000억원 규모의 사업에 응모한 것을 두고 사실상 수의계약이며 ‘비리 전과’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

11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마감한 해양플랜트 특화산업단지 민간부문 건설투자자 공모에 비리 전력이 있는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단독 응모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5년 1월부터 2008년 4월 30일까지 진행된 거제 하수관거정비공사 과정에서 전체 공사구간 중 일부 구간을 시공한 것처럼 속여 공사대금 44억7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이력이 있다.
이 사건으로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를 비롯한 하도급업체 직원 등 9명이 구속되고 6명이 불구속 되는 등 전원 유죄 판결 받았고, 현대산업개발은 거제시로부터 관급공사 입찰참가 제한을 받은 바 있다.

◆ “비리와 사업은 별개”

거제시는 본래 현대산업개발에 입찰참가제한 5개월의 처분을 내렸지만, 현대산업개발의 강력한 항의로 1개월로 감경 처분해 특혜 논란을 자초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입찰참가 제한 경감처분에 앞서 거제시에 지역 공익사업 등에 50억원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약속 했지만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거제시 국가산단조성 담당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공모 과정에서 법적인 절차를 준수해 공모를 진행했고, 시에서 요구하는 응모 자격을 갖춘 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며 “사업 협약 등 금융권의 심의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최종사업자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44억 가로챈 비리전력…‘과거는 과거일 뿐?’
“초대형 국가 산업을 왜 하필…납득 안 돼”

시 관계자는 “지난 현대산업개발의 비리 전력은 이번 사업 추진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현재 진행 중인 우선협상 대상자 심의 과정의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지정된 시점부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달 이내 사전협약까지 마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도, 사업적합성 등 금융권의 평가가 세밀히 이뤄진다”며 “만일 현대 산업개발이 건설 투자자로서 적합하지 않아 은행권에서 투자하길 거부한다면 다시 재공모 절차에 들어 갈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사실상 수의계약, ‘납득 불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가산업단지에 건설부문 비리전력이 있는 현대산업개발이 단독으로 입찰에 응모한 것을 두고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적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 관계자는 “시의 입찰참가 제한 경감처분은 봐주기식 행정이라고 지역사회는 보고 있다”며 “이 건설사가 또다시 대형 공사를 맡는다면 시 행정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단독 응모는 사실상 수의계약이나 다름없다”며 “막대한 공사비가 투입되는 국가산업단지를 비리전력이 있는 건설사가 끌고 간다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적절성 의문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관련 사업에 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 1조3천억 초대형 사업

거제 해양플랜트 특화산업단지는 거제시 사등면 사곡만 일원에 381만1200㎡ 규모로 조성된 1조3000억원 대규모의 사업이다. 이 중 산업용지는 197만㎡로 오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전국 5개 지역에 대한 국가산업단지 개발계획을 확정해 거제 해양플랜트 산업단지를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후 국가 산단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민간투자 부문 건설자자 공모 결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 거제시, 실수요자조합, 금융기관과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SPC 설립에 참여하게 된다.

정부는 SPC의 신뢰성을 중점 검토한 후 국가 산단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월 6일 마감한 해양플랜트 특화산업단지 민간부문 건설투자자 공모에 지분 50%을 소유한 주관사로 대우건설(30%), 현대엔지니어링(10%), 중앙종합건설(10%)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거제해양플랜트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응모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