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사진=산업은행 
산업은행. 사진=산업은행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정부와 노동조합 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부산광역시 남구에 출마한 국민의 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다시 불이 지펴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노동조합은 앞서 25일, 27일 이틀에 걸쳐 성명서를 내고 산은 부산 이전 공약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문했다.

27일 오전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기고 이런 권위주의 규제를 모두 풀어서 재개발을 통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여의도는 런던, 싱가포르, 홍콩과 당당히 경쟁하는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 측은 불과 이틀 전 여의도역 출근길 인사 중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반드시 하겠다고 말한 것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정책 발표라는 견해다.

아울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런던, 싱가포르, 홍콩이 세계적인 금융도시가 된 건 하나의 도시에 수백, 수천 개 금융기관이 모여있기 때문”이라며 “해외 투자자가 오면 15분도 안 되는 거리에서 모든 금융사를 만나고 금융 구조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정책은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금융경쟁력과 서민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정부 여당에게 금융정책은 단지 정치적 수단이요, 선거용 도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산은법 제4조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을 개정해야지만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길 수 있다.

부산광역시 남구에 출마한 박수영 국민의힘 후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강조하고 있다. 남구에는 산업은행 본점 신축 예정지인 부산국제금융센터가 있다.

국민의힘 부산 남구의원들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다른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부산 남구로 이전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부산의 경제를 살리고 남구를 지금보다 더욱 발전시킬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부산 남구에 출마한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현재 모든 인프라와 인구·일자리가 수도권으로 집중돼 있어 대한민국의 국토 균형 발전적 측면에서 부산이 동남권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며 “22대 국회 개원 후 연내 산업은행법이 통과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청 산업은행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부산시 의원들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유의미한 공약이 아닌 손쉽게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정말 부산시의 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건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 수석부위원장은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부산의 경제가 드라마틱하게 발전하진 않을 것”이라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통해 부산시의 해묵은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것이라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직원들은 부산 이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한편, 내달 총선 결과에서 민주당이 과반 이상 차지하면 올해는 안 가거나 취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이 ‘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총선 결과가 여소야대로 나올 경우 해당 개정안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산업은행 이전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제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제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의 추진을 총선 이후로 연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제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산업은행 단독이 아니라 여러 공공기관 이전을 함께 묶는다면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 이후 정부가 제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산업은행 이전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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