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이유로 한 ‘의사 집단 행동’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의 ‘강경’ 대응이 ‘점입가경’이다. 사실상 ‘국민 보건’은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의대 교수 집단 사직 D-1

13일 오후 충북대학교의과대학·충북대학교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의대 1층 대강의실에서 긴급 임시 총회를 가진 뒤 퇴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오는 주말 집단 사직 여부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오후 충북대학교의과대학·충북대학교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의대 1층 대강의실에서 긴급 임시 총회를 가진 뒤 퇴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오는 주말 집단 사직 여부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대 의대 교수를 시작으로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온라인 회의가 14일 저녁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는 ‘사직’을 포함한 교수들의 집단행동 여부가 논의된다.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과 관련한 공백을 메워 온 교수들마저 의료 현장을 떠난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료 대란’에 대한 국민 불안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는 12일 밤 회의를 열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오는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한 논의를 마치기로 했다.

19개 의대는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제주대·원광대·인제대·한림대·아주대·단국대·경상대·충북대·한양대·대구가톨릭대·부산대·충남대·건국대·강원대·계명대로, 비대위 참여 대학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지난 13일 “정부를 상대로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아직은 결정하지 않았다”며 “의대생의 유급이 현실화하고 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교수들 사이에서 ‘자발적 사직’이나 ‘겸직 해제’ 등이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학생들에 대한 강의와 더불어 대학병원 등에서 진료를 ‘겸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겸임을 해제해 진료를 맡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공의들, ILO 개입 요청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되가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병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되가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병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일부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강제 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 개입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인턴과 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ILO에 긴급 개입 요청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한 발송에는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전공의 26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은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 등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다수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집단 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업무개시명령 등 행정 명령을 남발하고, 의사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하며 형사 고발을 예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77.7시간이고 전체 응답자의 25%는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며, “전공의 근로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법’이 2015년 통과됐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의료법 제59조 제2항과 이에 따른 처벌 조항인 의료법 제59조 제3항에 의거한 업무개시명령의 경우 ILO 제29호 강제 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면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의 공권력을 통해 전공의를 겁박하며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과 국제 기준을 위배해 기본권을 탄압하는 의료법 제59조를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강경 대응’은 변함없어

반면, 정부는 ‘강경 대응’을 거두겠다는 의지가 없다.

보건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확인한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1만1994명으로, 이탈률은 92.9%다. 지난 8일까지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 4944명에게 사전 통지서가 발송됐고, 나머지 대상자들에게도 순차적으로 사전 통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과 관련해 현실화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의대 교수들 역시 의사이므로 의료법에 따른 ‘진료유지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교수들이 사직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교수님들까지 빠지면 지금의 ‘비상상황’도 유지할 수 없다. 교수님들께서 현장을 떠나실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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