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시작된 ‘의사 집단 행동’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강경 발언’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반면, 현장을 떠난 전공의 복귀는 요원한 가운데, 서울대 등 의대 교수들도 집단 행동에 동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책임 묻겠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12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12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12일 “잘못된 행동에는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사직 의사를 밝힌 서울대 의대 교수들에게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을 맡고 있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열고 “11일까지 총 5556명에 대해 사전통지서를 송부했고, 잘못된 행동에 상응한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어제(11일) 서울의대 교수 전원이 사직하겠다는 결정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교수들은 환자 곁을 지키면서 전공의들이 돌아오도록 정부와 함께 지혜를 모아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조 장관은 “병원에서 환자 생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국민의 협조 덕분에 중증·응급 환자 중심으로 비상진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집단행동 장기화에 따라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들의 피로도도 높아져 가고 있다. 정부는 의료현장을 면밀히 살펴 의료진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환자 진료에 매진할 수 있도록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15일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비응급환자 분류와 타 의료기관 안내 인력에 대한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앞서 군의관과 공보의를 의료인력이 부족한 20개 병원에 파견했고 추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날부터는 전공의 현장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운영한다.

조 장관은 “다수 전공의들의 이탈로 의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의료체계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되면 전공의들은 업무부담이 완화돼 수련에 집중할 수 있고,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질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병원에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의료진들이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의료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와 설득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교수들의 의견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압박 강도 높이는 정부...동참하는 교수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연 긴급총회에 의료진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연 긴급총회에 의료진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 4944명에게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 또 경찰은 ‘전공의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전통지서가 발송된 전공의들은 20일의 의견제출 기간에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으면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지난 5일부터 4일간 매일 1200여명씩 사전통지가 이뤄졌고, 일부 반송 사례 등을 감안하면 전공의들은 순차적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서울대 의대 교수 430명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긴급총회를 열고 ”오는 18일까지 정부가 진정성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진성성있고 합리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다음주 월요일인 오는 18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며 “사직서 제출은 개별적으로 선택할 문제지만, 오는 18일 제출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2차병원 기숙사에 보건복지부가 보낸 우편물에 관한 도착안내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2차병원 기숙사에 보건복지부가 보낸 우편물에 관한 도착안내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대에 이은 전국 14개 의대 교수들도 12일 오후 사직 결의에 대해 논의한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국 의과대학 중 비대위가 구성된 데가 총 14개 대학이고, 오늘 저녁에 저희(14개 대학)들이 줌회의를 통해서 향후 플랜을 어떻게 할 건지를 정할 것”이라며 “단체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대위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 사직을 같이 결의할 분들은 결의하는 거고 거기에 반대하는 분들은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방 위원장은 정부가 현재 방침을 고수한다면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 위원장은 “이런 식의 정부의 정책 의견에 전공의들이 절대 복귀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빅5’ 병원, 소위 대형병원부터 먼저 파,산 줄도산이 날 것”이라며 “몇 달 안에. 그러면 수십 년간 쌓아온 우리 한국 의료 체계의 우수성, 이런 게 다 무너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학생들의 분위기에 대해 “이번 사태가 어쨌든 본인들이 원하는 쪽으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의사의 처우가 아니고 한국 의료에서 자기들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유급하겠다 이런 반응들이 많다”며 “의사의 본분은 환자를 지키는 거라고 호소를 한다고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정말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