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한파에도 나란히 사상 최대 매출
글로벌 히트 IP의 저력, 실적으로 증명

지난해 전 세계 게임업계에 실적 한파가 불었다지만, 그라비티와 크래프톤에게는 예외였던 모양새다. 불황 파고를 뚫은 양사는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는데, 이를 견인한 주인공은 어떠한 신규 IP(지식재산권)가 아니었다.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와 ‘라그나로크’.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이들의 오랜 무기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그라비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260억원, 영업이익 1600억원을 달성하며 8년 연속 최대 연간 실적을 경신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6.6%, 영업이익은 52.8% 증가하는 등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50% 이상 성장했다.

그라비티의 호실적을 이끈 건 굳건한 ‘라그나로크’ IP였다. 개중에서도 발군은 지난 4월 론칭한 동남아시아 ‘라그나로크 오리진’. 그라비티의 작년 분기별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1분기까지 대만·홍콩·타이완 지역 매출이 전체 50% 이상을 차지했는데, 동남아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출시된 2분기부터 4분기까지는 60% 이상의 매출이 동남아 및 기타 지역에서 발생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2022년 9월 대만·홍콩·타이완 지역에 출시됐던 당시에도 해당 권역에서 회사 매출 상당 비중을 이끈 효자 타이틀이다. 그라비티는 론칭 지역마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올 1분기 북중남미 지역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그라비티는 하나의 ‘라그나로크’ 타이틀을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전역에 동시 출시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서비스 권역을 확장해나가는 방식을 주로 택하고 있다. 태국·대만·인도네시아·싱가포르·홍콩·미국 등 글로벌 각지에 마련된 지사들은 시장 분석과 맞춤형 마케팅 등 현지화에 있어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올해는 중국에서의 ‘라그나로크’ IP 영향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작년 8월 중국 판호를 받은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올 상반기 내 중국 지역 론칭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지난해 12월 판호를 얻은 ‘라그나로크X :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현지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더하여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IP의 영향력을 오프라인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1월부터 태국 방콕 센트럴월드에서 열리고 있는 대규모 전시회 ‘라그나로크 리얼 월드 익스피리언스’가 대표적이다. 또한 올 상반기에는 대만에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골프 브랜드 ‘골프 몬스터즈’를 선보이고, 타이페이에 총 18대 기기 규모의 대만 최대 스크린 골프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사진=그라비티 IR 자료 캡처
사진=그라비티 IR 자료 캡처

크래프톤도 지난해 사상 최대 연 매출 기록을 경신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연결 기준 크래프톤의 2023년 연간 매출은 1조9106억원, 영업이익은 768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1%·2.2% 늘어난 수준이다.

‘배틀그라운드’ IP가 이를 견인했다. PC·콘솔 ‘배틀그라운드’ 매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했으며, 12월 최대 동시 접속자 수 또한 연중 저점 대비 70% 상승했다. 특히 지난 12월 공개한 열 번째 맵 ‘론도’ 패치 이후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가 62만명에 이르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모바일에서도 크래프톤이 고대하던 희소식이 지난해 전해졌다. 바로 2022년 7월 인도 앱마켓에서 차단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의 서비스 재개다. 작년 5월 서비스 재개 이후 트래픽과 매출 모두 빠르게 회복한 ‘BGMI’는 지난 12월 역대 최대 월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배틀그라운드’ IP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크래프톤은 회사의 중장기 방향성으로 ‘배틀그라운드 IP의 프랜차이즈화’를 제시했다. ‘배틀그라운드’ IP의 핵심 가치를 반영하되 플랫폼·장르를 고려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게임을 통한 IP 강화와 확장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한편, 문화적 대세감 조성을 위한 브랜딩과 게임 외 프로덕트 확장도 점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8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사실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 IP가 다소 노쇠한 게 아니냐’와 같은 말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축적한 역량과 경험을 통해 작년에도 성장했다”라면서 “저희는 기본적으로 배틀그라운드 IP가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목표와 믿음을 갖고 있다”라고 자신했다.

크래프톤은 올해부터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 하에 맞춰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딩컴 모바일 ▲프로젝트 블랙버짓 ▲서브노티카 2 등의 신작들을 매년 쏟아낸다. 이 역시도 흔들림 없이 회사를 지탱한 ‘배틀그라운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창한 대표는 “지난해 배틀그라운드 IP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하며 다수의 라인업 확보에 집중해 새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올해는 이러한 노력들이 성과로 이어지는 첫해로, 크래프톤의 계단식 성장을 위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사진=크래프톤 IR 자료 캡처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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