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 사옥. 사진=연합뉴스

포스코 회장직 도전에 나선 정통 ‘LG맨’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추진하는 비철강 사업을 키워낼 적임자라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철강 경력이 없다는 점에서 그룹 장악력에 대한 ‘우려’도 있다.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군이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 6명으로 압축됐다.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31일 제8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군을 6명으로 압축한 파이널리스트를 발표했다.

이들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는 인물은 권영수 전 부회장이다. 최근 ‘캐나다 호화 출장’ 논란으로 유력 사내 후보들이 타격을 입었고,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권 전 부회장은 ‘철강’ 경력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포스코의 본질은 ‘철강’이다. 지난해 기준 포스코 실적의 65%가 철강에서 나왔다. 이차전지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금도 철강이 없다면 마련이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에도 포스코그룹의 본질은 ‘철강’이라는 인식이 뚜렷하기 때문에 전통 철강맨이 차기 리더감으로 적합하다는 시선이 있다”며 “그룹 내에서도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에 올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철강 일변도를 걸어오던 포스코그룹이 최근 배터리 소재, 친환경에너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사업을 이끌어나갈 인사가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권 전 부회장과 포스코그룹의 교집합은 배터리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배터리 소재, 친환경에너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양극재·음극재)을 필두로 포스코리튬솔루션·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광물), PLSC·포스코HY클린메탈(재활용) 등 이차전지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또한 포스코인터내서널은 소재 사업에 힘을 주며 기업가치 상승을 꾀하고 있다. 현재 음극재 주원료인 흑연과 동박 소재 공급 사업 구체화에 나섰고,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블랙파우더(BP) 인프라 구축 계획도 구체화 중이다.

권 전 부회장은 LG그룹 내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해 왔다. 2008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에서 CEO로 데뷔한 권 전 부회장은 신성장 분야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이끌었다. 2012년 LG에너지솔루션의 모체 LG화학으로 이동한 권 전 부회장은 LG화학 배터리사업의 초기 성장에 기여했으며, 2015년부터는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당시 이통3사 중 시장 점유율과 실적에서 최하였던 LG유플러스는 권 전 부회장 취임 후 경쟁력이 크게 상승했다.

2018년에는 지주회사인 ㈜LG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며 그룹 운영 전반을 컨트롤 하며, 구광모 회장 체재 안정화에 기여했다.

LG그룹에서의 권 전 부회장 마지막 임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안정화였다. 2021년 LG화학에서 분사된 LG에너지솔루션은 권 전 부회장 체제 아래에서 글로벌 업계를 선도하는 배터리기업으로 성장해 나갔다.

후추위의 ‘호화 출장’ 논란도 외부 인사 발탁에 힘을 싣는다. 후추위를 구성하고 있는 사외이사 전원은 최근 캐나다·중국 등 해외 호화 출장 의혹으로 경찰에 전원 입건됐다. 이들은 모두 최정우 회장 임기 중 선임되거나 연임한 인사들로, 내부 인사를 발탁하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반대로 외부 인사를 발탁하면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다소 잠재울 수 있다.

후추위는 “전문성과 리더십 역량이 우수한 후보자를 파이널리스트로 선정했다”며 “심층 대면 면접을 통해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한 명을 선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회장을 선출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며 “책임감과 확고한 의지로 심사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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