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정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지난 ‘당청 갈등’과 ‘화해’ 이후 처음으로 가지는 식사 자리다. 일각에서는 30일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놓고 사후 대책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용산에서는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이 동석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찬에 대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한 달 가량 지난 시점에서 당정 간에 정책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28일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한 이후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오찬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오찬은 당정 간에 갈등설을 잠재우면서 모든 역량을 민생 회복에 쏟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성격”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단말기유통법 폐지’, ‘늘봄학교·유보통합’,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B·C노선 연장 및 D·E·F노선 신설’ 등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된 주제별 민생토론회(새해 업무보고) 진행 상황도 공유하면서 당정 간에 정책 조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오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민생에 관한 이야기를 잘 나누고 오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대책 논의?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오찬에서는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주도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특별법)’은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유족들에게 대법원 확정판결 전 조기 배상하는 방안을 포함한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 추모공원 조성을 비롯한 각종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야권 및 시민단체, 강력 반발

29일 서울 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이 분향하고 있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심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 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이 분향하고 있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심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통령 눈에는 칼바람 속에 1만5900배를 하며 온몸으로 호소하던 유족들의 절규와 눈물이 보이지 않냐, 아무 잘못 없는 국민 159명이 백주대낮에 목숨을 잃어도 책임지는 사람도,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었다”며 “자식 잃은 부모 가슴에 상처를 두 번, 세 번 후벼파더니 이제는 진상규명마저 거부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윤 대통령은 더는 유가족과 국민을 이기려 들면 안 된다”며 “민심을 거역하며 또다시 거부권을 남용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분노와 좌절에만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최고위원 역시 이날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참사를 정쟁화하려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여기에 보수냐 진보냐 따질 이유가 어디 있냐”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해야 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계속 회피하고 유족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의 기본 역할을 포기하는 처사다. 국민은 늘 옳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어디 갔냐”고 꼬집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공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 위원회(자유권위원회)’가 대한민국의 자유권규약 이행 제5차 국가보고서 최종 견해를 채택할 때 이태원 참사를 조사하고 진실을 규명할 독립적인 기구 설립을 권고한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가입한 당사국으로서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최종견해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국제인권사회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권리 보호에 관한 우리 정부의 이행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참사의 적절한 진상규명 과정은 그 자체로 유가족 등 피해자들의 참사 아픔을 딛고 일상으로 회복하도록 돕는 의미가 있다”며 “특별법이 조속히 공포돼 독립적인 조사기구에 의한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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