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최근 9일 동안 신청받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 규모가 1조6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의 대환대출 경쟁이 뜨거워진 가운데 특정 은행에 대한 갈아타기 쏠림 현상도 나타나 은행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와 함께 제도적 허점도 드러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에 아파트 주담대가 포함된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총 9271건의 대출 이동을 신청받았다.

전체 신청액은 1조5957억원에 이른다.

1건당 평균 신청액은 은행별로 약 1억3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다양하게 분포했다. 전체 평균은 1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주요 은행은 더 많은 주담대를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3월 21일까지 대출 갈아타기를 완료한 모든 고객에게 첫 달 대출 이자를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내달 29일까지 대출을 갈아탄 고객 중 선착순 500명에게 첫 달 대출 이자 중 최대 20만원을 포인트로 지급한다. 하나은행은 선착순 2000명에게 최대 7만5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준다.

◆ 은행권 관계자 “타 은행 비대면 상품 금리 실시간 참고 중”

각 은행마다 대출 금리도 저마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양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다른 은행들의 비대면 상품 금리 수준을 실시간으로 참고하면서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규 주담대의 최저 금리보다 더 낮은 수준의 금리를 주담대 갈아타기에 제공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적 면에서 은행 간 희비는 뚜렷하게 엇갈린다. 지난 9~18일 가장 많은 주담대 갈아타기를 유치한 은행(약 8700억원)과 가장 적게 유치한 은행(약 600억원) 사이의 격차는 15배에 달했다.

각 은행이 제휴 관계를 맺은 대출 비교 플랫폼 수와 시장 점유율 등이 유치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주담대 갈아타기를 신청하면 길게는 일주일 정도 대출 심사가 진행되기에 아직 최종 실행 건수와 액수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이 지난 9~18일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신청받아 주담대 갈아타기를 완료한 건수는 총 92건, 금액은 총 159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말 529조8922억원에서 지난 18일 531조9926억원으로 2조1004억원(0.4%)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갈아타기를 신청한 대출이 순차적으로 실행되면 고객의 이자 절감 규모가 커지고 전반적인 비용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환 대출 대상 안 되는 경우 많아...‘제도적 허점’

고객 입장에서 주담대 대환 신청 시 최소 7일, 최대 10일의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완벽한 비대면 원스톱 서비스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단순히 신청만 하면 대환 대출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근저당 설정을 해야 하고 세입자가 살면 조사에 들어가야 되는 등 추가 절차도 필요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러한 추가적인 절차 사항에 대한 안내가 미흡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때문에 대출 승인이 나지 않은 경우도 있다.

DSR은 연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올해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면 지금보다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스트레스 DSR은 말 그대로 DSR에 스트레스를 준다는 뜻이다.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의 부담이 높아질 것을 고려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게 된다.

금융당국이 DSR 규제에 나선 것은 더 이상 가계대출을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대출 규모를 늘리는 목적이 아닌 저금리 대출로 대환을 희망하는 고객의 경우 기존 DSR 규제가 아닌 스트레스 DSR 규제를 받게 되면 대출 승인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소규모 아파트나 신축 아파트 같은 경우 KB시세에서 조회되지 않아 해당 주택으로는 대환 대출이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이기에 글로만 안내가 돼 있어 본인의 대환 대출 내용에 해당 내용이 있었냐고 문의하는 고객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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