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1부 채승혁 기자

대내외적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업계의 침체도 조금은 더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온다. 게임사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허리띠를 강하게 졸라매고 있다.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은 인력 감축이었다.

살을 도려내는 건 아픈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새살이 난다. 그런데 근원을 없애지 않는다면 새살이 난다고 한들 재차 썩어버리고 말 것이다. 분명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수는 있으나, 과연 지금의 감원이 게임사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조처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감원을 하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발더스 게이트3’와 같은 게임이 탄생할 수 있을까.

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게이머들의 불신이 극에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다. 창의력과 혁신이 결핍된 국산 게임에 많은 대한민국 게이머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 주기적으로 대두돼왔던 ‘국산 게임 위기론’과는 분명 그 형태가 다르다. ‘국산 게임은 재미없다’가 아니라, ‘국산 게임은 안 하겠다’라는 비토 정서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들을 집안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시대다. 국내 게임사들도 안방에서 외산 게임들과의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여간 쉽지가 않다. 최근 중국산 모바일 게임 ‘버섯커 키우기’가 국내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석권하며 충격을 주더니,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일본 게임사가 만든 ‘팰월드’ 이야기로 뜨겁다.

정답은 정해져 있다. 결국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면 유저들의 마음은 돌아온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구조조정이 단순 비용 절감 목적의 감원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 경영 혁신 전략이 수반돼야만 한다. 보다 본질적인 변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리더들이 오늘날 휘두르고 있는 바로 그 칼을 본인의 목에 들이밀 수 있을 정도의 쇄신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지금의 겨울이 많은 게임사들에게 전화위복의 시기가 됐으면 한다. 허투루 보낸다면 혹한은 머지않아 또다시 올 수밖에 없다. 그때도 또 한 번의 가지치기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할 텐가.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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