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인사, 해 넘겼지만 발표 안해
제일제당·ENM, 실적 반등 가능성↑

CJ그룹 본사 전경. CJ그룹 제공
CJ그룹 본사 전경. CJ그룹 제공

CJ그룹(회장 이재현)의 정기 인사가 예년에 비해 두 달 넘게 늦어지면서 해를 넘겼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늦춰진 인사 원인으로 지적된 가운데 CJ제일제당과 CJ ENM의 반등 가능성이 점쳐져 CJ그룹의 인사 시점과 내용이 주목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의 2024년 계열사 정기 인사는 빠르면 이달 말, 늦으면 다음달 초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CJ그룹은 매년 11~12월에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해 왔다. 이렇듯 정기 임원인사가 해를 넘긴 경우는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CJ그룹의 인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저조한 실적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CJ그룹을 대표하는 CJ제일제당과 CJ ENM이 지난해 1~3분기에 부진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1조7340억원을 냈으나 전년과 비교해서는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933억원으로 전년 동기(2022년 1~3분기) 대비 30% 줄었다. 이는 치솟는 원가 부담으로 인한 소재 부문 부진과 줄어든 소비의 영향이 컸다.

CJ ENM도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조10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33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누적 영업이익 1307억원과 비교하면 대규모 적자전환이다.

이 회사의 연이은 영업손실은 자회사의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미디어와 커머스, 영화·음악의 사업 비중이 크다. CJ ENM이 2021년 11월 약 9300억원에 인수한 엔데버콘텐츠(현 이름 피프스시즌)가 2022년 4분기를 제외하고 모든 분기에서 순손실을 내면서 모회사인 CJ ENM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CJ그룹이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을 그간 강조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기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와 조직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올해 핵심 과제를 철저히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조직 문화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최고인재 양성과 적재적소 배치, 책임지는 문화 확산이 필수”라고 말하며 성과에 따른 책임과 보상을 강조했을 정도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CJ제일제당과 CJENM이 4분기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증권은 CJ제일제당의 지난해 4분기 대한통운을 제외한 매출액은 4조44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하나 영업이익은 1563억원으로 26.8%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CJ ENM이 4분기에 매출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하지만 영업이익은 438%가 증가한 356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냈다.

증권가는 CJ제일제당의 경우 원가 정상화, CJ ENM은 내부 조직개편의 영향으로 4분기에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CJ그룹 입장에서 CJ제일제당과 CJ ENM의 4분기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대대적인 인사 개편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다음해 3월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대표가 여럿 있어 유임 여부도 주목된다. 현재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허민회 CJ CGV 대표이사,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 등이 다음해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CJ그룹이 이미 지난해 7월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의 조직 개편을 실시했고 그룹 콘트롤타워인 지주사 CJ㈜의 인사 및 조직개편을 최근에 진행했다는 점에서 인사 발표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CJ그룹  인사 고과와 성과평가는 11월 중순으로 늦춰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업계 안팎에서 CJ그룹의 인사 발표 시점과 내용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CJ그룹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정기 인사에 대해 정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 인사와 관련돼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