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람의나라’ 유저 대상 설문조사 진행
“예전 버전 출시되면 플레이 의향 있나” 물어
불법 서버 유저 끌어온 ‘메월드’ 전철 따라갈까

넥슨에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 내용.
넥슨에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 내용.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넥슨 ‘바람의나라’가 옛 모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제기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바람의나라’ 또는 ‘메이플스토리 월드 아르테일’ 플레이 경험이 있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내용에는 ▲바람의나라 클래식이라고 생각되는 시기 ▲선호하는 바람의나라 버전 ▲선호 버전으로 출시되면 플레이할 의향이 있는지와 같은 질문이 포함됐다. 

1996년 출시된 ‘바람의나라’는 내년이면 28주년을 맞이한다. 최근 ‘서비스 1만일’ 금자탑도 세웠다. 이처럼 오랜 기간 서비스됐다 보니, 과거 버전을 추억하는 유저들로부터 ‘클래식 바람의나라 구현’에 대한 요청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속되는 요구에 넥슨도 여러 차례 응답했다. 20주년을 맞이한 2016년에는 구버전의 모습을 본뜬 이벤트 콘텐츠를 선보였으며, 2020년에는 구버전 그래픽 모드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유저들은 단순 외형 변화뿐만 아니라 당대와 동일한 시스템과 콘텐츠를 원해왔다. 이를 노린 불법 사설서버들이 성행하기도 했다. 대부분은 2003년 그래픽 업데이트 이전 버전, 소위 말하는 ‘구버전 바람의나라’를 구현해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불법 후원 등을 취해왔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넥슨이 진행한 ‘바람의나라’ 설문조사에는 ‘불법 사설서버 플레이 경험이 있는지’와 ‘불법 사설서버가 넥슨을 통해 동일하게 출시되면 플레이할 의향이 있는지’ 등의 질문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메이플스토리 월드 ‘아르테일’ 인게임 캡처
메이플스토리 월드 ‘아르테일’ 인게임 캡처

누리꾼들은 최근 화제를 모은 ‘메이플스토리 월드’를 통해 해당 질문의 저의를 유추하고 있다. ‘바람의나라 클래식’을 구현하기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는 것.

작년 9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메이플스토리’ 소스를 활용해 게임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로블록스’와 유사한 형태이며, 크리에이터(창작자)들과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2003년 출시된 ‘메이플스토리’ 역시 불법 사설서버로 오랜 기간 몸살을 앓아온 게임이다. 추억을 갖고 있는 막대한 수요층이 있다 보니, ‘메이플스토리 월드’ 내 크리에이터들이 ‘클래식 메이플스토리’를 구현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아르테일’은 동시접속자 1만명이라는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다. 같은 유형의 ‘메이플랜드’도 최근 유명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들이 플레이하며 입소문을 탔다.

불법 사설서버와 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넥슨이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합법적인 공간에서 구현됐다는 것이다. 덕분에 넥슨은 단순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인기몰이 수준을 넘어, 불법 사설서버 유저들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킬 수 있었다.

즉, 넥슨이 여지를 남긴 ‘바람의나라 클래식’은 불법 사설서버를 근절하기 위한 노림수일 것이란 해석이다. ‘아르테일’ 유저들이 이번 설문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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