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돕고자 익명으로 8.8억원 기부
최우수상에는 열린의사회와 의사 윤주홍씨
“선한 영향력 지원해 나눔의 선순환 이끌 것”

전북 전주시 노송동 천사마을에 있는 얼굴 없는 천사 벽화의 모습.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천사마을을 조성하고, 얼굴없는 천사와 나눔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은 벽화를 만들었다. 사진=HD현대
전북 전주시 노송동 천사마을에 있는 얼굴 없는 천사 벽화의 모습.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천사마을을 조성하고, 얼굴없는 천사와 나눔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은 벽화를 만들었다. 사진=HD현대

HD현대1%나눔재단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시민영웅을 발굴·지원해 우리 사회 내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올해 새롭게 제정한 ‘HD현대아너상’ 첫 대상 수상자로 ‘얼굴 없는 천사’를 선정했다.

12일 HD현대1%나눔재단은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얼굴 없는 천사’를 비롯한 제1회 HD현대아너상 수상자들을 발표했다. 재단은 ▲비전·목표 ▲사회공헌 활동성 ▲공익 및 사회적 기여도 ▲사회문제 해결 및 헌신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대상으로 선정된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23년간 해마다 익명으로 성금을 기부해 전주시 소외계층의 생계와 학업을 돕고 있는 ‘숨은 영웅’이다. 현재까지 본인의 정체를 철저히 숨긴 채 선행을 이어가고 있어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린다.

‘얼굴 없는 천사’가 남몰래 기부한 금액은 8억8000여만원에 달한다. 이러한 선행이 귀감이 되면서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등,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HD현대1%나눔재단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기부를 이어오며, 우리 사회에 나눔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킨 점을 높이 평가해 ‘얼굴 없는 천사’를 첫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상금 2억원을 전주시에 전달했으며, ‘얼굴 없는 천사’가 평소 밝혀온 뜻에 따라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사용되도록 할 예정이다.

‘얼굴 없는 천사’가 2022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전달한 돼지저금통과 메시지. 사진=HD현대
‘얼굴 없는 천사’가 2022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전달한 돼지저금통과 메시지. 사진=HD현대

또한 HD현대1%나눔재단은 최우수상 단체부문에 민간의료봉사단체인 ‘열린의사회’를, 개인부문에 소외계층을 위해 무료·반값 진료로 봉사해온 의사 윤주홍씨를 선정했다. ‘얼굴 없는 천사’는 HD현대 임직원들이 직접 투표로 뽑은 ‘1%나눔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권오갑 HD현대1%나눔재단 이사장은 “HD현대아너상을 준비하며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숨은 영웅들이 많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라는 소회를 전하면서 “앞으로 소외이웃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그들을 돕는 영웅들에 대한 지원도 이어 나감으로써 나눔의 선순환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HD현대1%나눔재단은 2011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급여의 1%를 기부하기로 뜻을 모아 설립된 HD현대오일뱅크1%나눔재단을 2020년에 전 계열사 임직원으로 확대해 설립된 재단으로, 우리 사회 소외이웃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 대상, 1%나눔상 – 얼굴 없는 천사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노송동주민센터 민원실에 58만4000원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을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24차례 익명으로 성금을 기부해왔다. 마지막으로 기부가 이루어진 2022년 말 기준 누적 기부금액은 8억8000여만원에 달한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기부금으로 관내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등 6578세대 소외계층에게 현금이나 쌀, 연탄 및 난방유 주유권 등을 전달하여 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왔다.

2017년부터는 기부금을 활용해 노송동 관내 5개 학교 20명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고, 2022년에는 얼굴 없는 천사의 희망 메시지에 따라 전주시 대학생 35명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에 감명받은 시민들의 추가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이 주민센터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한편, ‘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 등 전주시가 추진하는 각종 복지사업에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후원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주민센터 앞에 기념석을 세웠으며, 주민센터 앞 도로의 이름도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로 변경했다.

이와 더불어 노송동 주민들은 2011년 천사를 연상케 하는 숫자 ‘1004’에서 착안해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 매년 해당 날짜에 주변 6개 동이 ‘천사의 날’ 행사를 가지고 있다.

■ 최우수상(단체) – 열린의사회

‘열린의사회’는 1997년부터 의료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은 물론, 국내 및 해외 의료취약지역을 찾아 의료 지원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또한 학교 폭력 관계 학생들에게 24시간 온라인상담 및 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연간 10여회의 지속적인 무료진료 및 해외의료진 초청연수, 난치병어린이 초청수술 등 인도주의에 입각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최우수상(개인) – 윤주홍

윤주홍씨는 1973년 서울시 관악구에 병원을 개원한 이후, 2019년 폐원하기까지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무상이나 반값으로 진료를 제공했다. 또 우연히 방문한 안면도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보고, 40여년간 매년 사람들이 드나들기 힘든 섬마을에 왕진을 다니며 도움의 손길을 건네왔다. 1994년에는 ‘관악장학회’를 설립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2021년 고대의료원에 10억원의 의학발전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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