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물러나고 서강현 대표이사 사장 선임
현장통→재무통...불황 속 경영전략 재정비

현대제철을 이끌어갈 새 사령탑으로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 출신 서강현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낙점됐다. 포스코 출신 영입인사이자 ‘현장통’이었던 안동일 전 대표이사 사장의 바통을 ‘재무통’ 서 대표가 이어받은 데는 ‘수익성 확보 및 사업구조 개선’이라는 명확한 시사점을 갖고 있다는 업계의 시선이 나온다.

1968년생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사 출신인 서강현 대표는 그간 현대차의 경영관리실장과 회계관리실장 등 재무 및 리스크 관리 관련 업무를 두루 수행해 왔다. 2015년 이사 자리에 앉은 서 대표는 이후 본인의 역량을 인정받으며 상무(2018년)-전무(2019년)-부사장(2021년)까지 고속 승진 가도를 내달렸다.

특히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 재임 기간은 서 대표가 ‘그룹 대표 재무 전문가’로서 본인의 역량을 공고히 입증한 시기였다. 현대차는 그가 부임한 2021년부터 내리 2년간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 치웠으며 영업이익 기록도 경신했다. 올해 역시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누적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실적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전임자인 안동일 전 대표이사 사장과는 명확하게 대비되는 길을 걸어왔다. 안 전 대표는 1984년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 입사 이래 광양제철소장과 포항제철소장을 역임하다 정의선 회장의 부름에 합류한 ‘현장 전문가’다. 연임 성공 후 2025년 3월까지 임기가 예정됐던 안 전 사장이 일찌감치 물러나고, ‘재무통’ 서 대표가 지휘봉을 들게 된 것은 자연스레 현대제철의 ‘경영전략 재정비’로 해석된다.

사실 서 대표가 현대제철 명찰을 다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가 전무로 승진한 2019년,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을 역임하면서 안동일 전 대표와 함께 진용을 꾸린 바 있다. 당시 현대제철은 원재료 상승과 조선 등 전방 산업의 불황 여파로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됐었고, 서 대표에게는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중책이 맡겨졌다.

그가 재경본부장을 도맡고 있던 2019년 현대제철은 창사 이래 첫 명예퇴직을 실시했으며, 2020년에는 단조사업 전문 자회사로 현대 IFC를 설립했다. 당진공장 전기로 열연설비 가동을 중단시키는 한편, 순천공장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폐쇄하는 과감한 결정도 이뤄졌다. 이 같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이듬해 글로벌 철강 호황에 힘입은 현대제철 사상 최대 실적의 초석이 됐다.

글로벌 철강 업계가 오늘날 또 한 번의 불황에 놓여있다는 점에 있어 그의 등판 배경이 좀 더 명확해진다. 현대제철은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8.8% 줄어든 228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원자잿값 인상과 전방 산업 둔화 ‘이중고’에 놓여있는 철강사들에게 전기료 인상도 새 숙제로 주어졌는데, 전기로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에겐 특히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 내년도 철강 업황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서강현호 현대제철은 공격적인 행보 대신 산적해있는 숙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며 조직 안정성 제고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서 현대제철 CFO를 맡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는 만큼, 현대제철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함께 향후 신규 수요 발굴 및 제품 개발을 통한 수익성 확보 등 사업 구조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서강현 시대’가 개막함에 따라 기존의 안동일 전 대표는 2019년 부임 후 약 5년 만에 1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임 대표로 선임되던 당시 ‘순혈주의’ 원칙을 타파한 혁신 인사로 평가받았던 그는 지난날의 공헌을 인정받아 현대차그룹의 고문으로 위촉됐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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