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넥슨이 서비스하고 에이스톰이 개발한 ‘빌딩앤파이터’가 정식 출시됐다. 에이스톰은 ‘던전앤파이터’의 초대 디렉터인 김윤종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그간 ‘최강의군단’과 ‘나이트워커’ 등을 선보이며 액션 게임 개발력을 인정받아왔다.

시원한 타격감에 더해 ‘빌딩앤파이터’는 ‘GPS 시스템을 탑재한 현실 위치 기반 게임’이라는 차별점을 갖고 있다. 이용자들은 실제 대한민국 지도를 반영한 영토와 빌딩을 점령해나가는데, 이는 마치 24시간 영토 전쟁을 펼치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SLG)을 연상케 했다.

액션 RPG에 SLG를 끼얹는 것. 독특할 줄은 알았으나, 이 정도로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사진=넥슨
사진=넥슨

김윤종 디렉터는 ‘대한민국에 있는 수많은 빌딩은 도대체 누가 가지고 있는 걸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빌딩앤파이터’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건물주가 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게임에서라도 이 수많은 빌딩의 건물주가 돼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오늘날 현대인들의 바램을 관통(?) 하는 취지였다.

실제로 이용자들이 ‘빌딩앤파이터’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본진을 정하는 것이다. 통상 자택이나 회사가 이용자들의 본진이 되는데, 이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영토와 빌딩을 확장해나가며 본인의 세력을 키워나가게 된다.

건물의 종류는 매우 많고 다양하다. 옆집 빌라부터 시작해서 항상 가는 편의점까지 ‘빌딩앤파이터’ 내 빌딩으로 설정돼있으며, 최상위 등급 빌딩인 ‘랜드마크’를 제외하면 중복 점유도 가능하다. 덕분에 일부 혜비 과금 이용자들만 독식하는 SLG 장르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다소 해소되는 모양새다.

빌딩을 소유하게 되면 인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육성 장비인 ‘코어’를 획득할 수 있다. 문제는 바로 각 건물별로 상이한 효과의 코어를 갖고 있다는 것. 본인이 육성하고 있는 캐릭터나 부하에 딱 맞는 코어를 획득하기 위해 빌딩을 일일이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상적인 빌딩을 발견하더라도, 뺏고 뺏기는 여타 이용자들과의 ‘빌딩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빌딩앤파이터’는 방향키에 따라 다른 스킬을 슬롯에 채워내는, 일종의 커맨드를 넣어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30여개의 스킬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빌딩앤파이터’는 방향키에 따라 다른 스킬을 시전할 수 있는, 일종의 커맨드를 넣어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30여개의 스킬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뱅가드인 한나는 미션 콘텐츠 시 일정 시간 전투에 참여해 캐릭터와 함께 전투를 펼친다. 반면 스트리고이는 인핸스형 부하로,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대신 캐릭터 사망 시 1회 부활시켜주는 기술을 갖고 있다.
뱅가드인 한나는 미션 콘텐츠 시 일정 시간 전투에 참여해 캐릭터와 함께 전투를 펼친다. 반면 스트리고이는 인핸스형 부하로,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대신 캐릭터 사망 시 1회 부활시켜주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빌딩 전쟁’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디까지나 게임 본연의 원초적인 재미가 있었다. 다채로운 부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전략성, 그리고 액션 게임으로서의 타격감은 “역시 에이스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빼어났다.

이용자들은 총 9개의 캐릭터와 50여종의 부하 캐릭터를 활용해 본인만의 전략적인 덱을 구성할 수 있다. 각 부하 캐릭터들은 ▲스킬을 시전해주는 ‘어썰트’ ▲일정 시간 동안 전투를 함께하는 ‘뱅가드’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버프 등을 제공하는 ‘인핸스’ 등의 역할군으로 나뉘며, 보다 세부적으로는 낮과 밤 등 게임 내 다양한 맵 환경과 부하 간 속성의 영향도 받는다.

상하좌우 버튼을 활용한 조작법은 수준 높은 타격감을 구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통상 모바일 게임들은 디바이스 차원의 한계상 다양한 스킬을 구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빌딩앤파이터’는 방향키에 따라 다른 스킬을 시전할 수 있는, 일종의 커맨드를 넣어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30여개의 스킬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서 김윤종 디렉터는 “오랜시간 모바일에 최적화된 조작 방법을 구현하기 위하여 조율에 공을 많이 들였다”라면서 “조작은 단순화하면서도 키 조합을 통해 다양한 기술과 콤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게임의 최대 차별점 중 하나인 GPS는 다소 애매한 기능으로 여겨졌다. 이용자들은 빌딩을 직접 방문해 도장을 찍거나, 플레이어 주변을 스캔해 생성된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광장 상점’이나 ‘암시장’ 등 일부 상점 콘텐츠도 직접 해당 위치에 찾아가야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기자는 ‘빌딩앤파이터’를 일주일여 간 플레이하면서 숱한 빌딩들과 광장 상점들을 그저 지나쳐왔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주요 콘텐츠인 미션은 ‘행동력’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미션을 진행할 때는 실물 맵을 확인할 수 없다 보니 보상을 받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경우가 제법 많았다. 행동력이 다 떨어졌을 때는 구태여 게임에 접속해 있을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분명 GPS 콘텐츠가 주는 혜택이 적잖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라이트한 이용자들이 일일이 맵만 보고 찾아다닐만한 수준은 또 아니었다. 달리 말하자면, GPS 기능을 적극 활용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이 노림수였다면 현상 유지 내지 일부 개선으로도 충분하겠으나 GPS를 감초가 아닌 메인으로 끌고 간다는 방침이라면, ‘포켓몬 고’가 인기 포켓몬의 모습으로 이용자들을 특정 공간으로 유도했듯 보다 탁월하고 직관적인 보상을 미끼로 던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

사진=빌딩앤파이터 공식 유튜브 캡처
사진=빌딩앤파이터 공식 유튜브 캡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소싯적 책방에서 읽던 소년만화가 생각이 났다. ‘골목대장’ 행세를 하며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소위 ‘도장깨기’를 한다는, 비록 유치하지만 마초적인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던 바로 그 느낌을 ‘빌딩앤파이터’에서도 느꼈다. 출퇴근길, 등하굣길에 보는 익숙한 건물들을 놓고 동네 주민들과 경쟁한다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애지중지하던 빌딩을 다른 이용자가 빼앗아가자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즉각 복수에 나섰지만, 상대방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면 이를 포기하고 또 다른 빌딩을 둘러봐야만 했다. 그러면서 기자의 영역은 서울을 넘어 강원도로, 그리고 충청도로 뻗어나갔다.

비록 진짜배기 SLG 장르 게임들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결국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핵심 코어를 갖춘 빌딩들은 일부 클랜 내지 이용자들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3개월 시즌제를 예고한 에이스톰이 어떤 방식으로 ‘고인물화’를 해소할지도 제법 궁금해진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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