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지난 3월 18일 경기도 파주에서 개점한 신세계첼시 프리미엄 아울렛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기업청에서 ‘사업개시 일시중지 권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장식 일정을 진행한 까닭이다. 신세계첼시 측은 ‘대·중소기업 상생법’에 따라 인근 지자체 중소 상인들과 협의 중, 타협점을 찾지도 않은 채 개점을 강행했다.

업계일각에서는 신세계첼시가 국가권력을 우습게 여겨 법률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서 강한 법적대응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 중소기업청장 김동선


신세계첼시, 중기청 권고 무시한 채 ‘배째라’식 개장
중소상인 고충 외면한 경기도지사 김문수 개장식 참여

아울렛이란 백화점이나 제조업체에서 자사 제품이나 매입한 상품을 정상 판매 한 뒤 남은 비인기상품, 하자상품 등 재고상품을 처리하기 위한 상설 소매점포를 뜻한다.

본래 아울렛 사업은 중소상인들 몇몇이 꾸려나갔으나 몇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단단하게 기반이 다져져 이제는 대기업도 이 사업에 뛰어들 만큼 시장성이 확보됐다.


▲ 경기도 덕이동 아울렛

 

거대 유통업체의 영토 확장

신세계는 미국 아울렛유통 업체인 첼시그룹과 손잡고 합작법인 신세계첼시를 만들고 2007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1호점에 이어 파주에 2호점을 개점했다.

롯데도 이에 질세라 파주아울렛으로부터 5km 떨어진 곳에 아울렛 2호점을 내는 등 경쟁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의 잇따른 아울렛 개점 소식에 인근지역 소상공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아울렛 시장은 상품 공급이 제한된 사업으로 시장 지배력이 높은 대형유통업체들이 진출할 경우 기존 영세 상인들은 일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상인들이 운영하는 경기도 덕이동·김포 장지동·파주 금촌 등 총 350여개 아울렛 점포의 점주들은 2010년 5월 신세계첼시의 아울렛 사업에 제동을 걸고자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앞서 2009년 광주지역 중소의류상인들이 롯데아울렛 수완점 입점에 반대해 사업조정을 신청한 바 있으나 ‘사업조정 신청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이 입점해 자기 책임 하에 영업하는 경우는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 이유였다.

롯데 측은 건물을 임대해 줄 뿐이고 각 매장에 입점해 운영하는 사업자는 개별 사업자등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라는 논리다.

때문에 신세계첼시측은 이번 파주아울렛도 일전과 같은 이유로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업조정 신청은 중소기업중앙회를 통과했고 중소기업청은 신세계첼시에 중소상인들과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중소기업 사업조정팀 김원주 주무관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롯데 수완점의 경우 택지개발지역에 롯데 아울렛이 주축이 돼 상권을 개발해가는 단계였기 때문에 주변 중소상인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파주아울렛의 경우 인근에 주요도로인 자유로를 끼고 있어 소비자들이 단시간에 서울을 오갈 수 있으므로 주변 중소 아울렛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사업조정 착수의 이유를 밝혔다.

 

 

▲ 경기도 파주 신세계첼시 아울렛

신세계첼시만의 법 해석

신세계첼시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은 지난해 5월에 접수됐지만 올해 2월 말이 돼서야 중소상인들은 신세계첼시 관계자들과 대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만한 조정은 기대할 수 없었다.

덕이동 패션아울렛협회 신희종 위원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신세계첼시는 협의를 계속 미뤄왔다가 올해 2월 이후로 6차례 가량 만나서 조정 협상을 가졌으나 실효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과 김 주무관은 “신세계첼시는 처음부터 협상의 의지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신세계첼시 개발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협상을 미뤄온 것이 아니라 파주아울렛이 사업조정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중소기업청이 사업조정 대상에 해당된다는 증거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소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민원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협상에 참여했을 뿐 사업조정 권고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신세계첼시는 건물을 임대해주는 부동산사업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아울렛의 의류사업과는 업종이 다르므로 사업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청은 실질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순수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주무관은 “파주아울렛에 입점한 각각의 중소기업들에 대해 교육, 마케팅, 영업 등에 관련하여 신세계첼시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많기 때문에 독립 경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실적 쌓기만 급급한 경기도지사

중소상인들은 신세계첼시에 브랜드 차별화와 중복된 브랜드에 대한 물량 공급 보장을 요구해왔지만 거절당했다. 같은 국산브랜드를 취급할 경우 100평 정도의 대형 매장을 갖고 있는 신세계첼시 아울렛과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20평 매장에서의 매출은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비자가 신세계첼시 쪽으로 쏠리다보면 상품 또한 자연스럽게 잘 팔리는 쪽으로 흘러 결국 한정돼 있는 이월 상품을 중소상인들은 확보할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논란이 진행 중인 가운데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신세계첼시 개장식에 참석한 점도 인근 중소상인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

이번 신세계첼시 아울렛 개장식과 관련하여 중소기업청이 ‘대·중소기업 상생법’에 따라 ‘일시정지권고’를 통지하였음에도 개장식에 참석하여 축사까지 읊었다. 이 때문에 인근지역 중소 상인들은 경기도가 자신들의 피해는 외면한 채 대기업의 편에 서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김문수 도지사가 실적 쌓는 데에만 급급해서 중소상인 상생에 대한 대책도 없이 신세계첼시 아울렛을 유치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소기업청은 신세계의 이러한 행태를 차단하기 위해 행정적 법률적 방법을 총동원 할 것”이라며 “앞으로 신세계의 아울렛 사업에 제동을 가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세계첼시 파주 아울렛이 들어선 인근엔 롯데 역시 아울렛 개점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소상인들의 수심은 날로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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