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지한 기자
사진=한지한 기자

사업이 잘되면 가격이 떨어지는 상품이 있다. 자동차보험이 바로 그것이다.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에도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하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또다시 보험료 조정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어느새 자동차보험 인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12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총 5559억원의 흑자를 거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차량 이동량 감소로 사고율이 하락하며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됨에 따라 2021년부터 3년간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금감원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보험료 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통상 보험료 결정은 보험사의 자율적 권한이지만,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개입해 왔다. 실제 자동차보험이 2021년 흑자로 전환하자 손보사들은 2022년 1.2~1.4%가량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으며, 올해 초에는 이보다 인하율을 높여 약 2.0~2.5% 낮췄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는 이전과 상황이 다르다. 2021년, 2022년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흑자 규모가 지속해서 개선된 반면, 올해는 전년동기보다 모두 악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 보험손익은 지난해 동기(6265억원)보다 706억원(11.3%) 감소했다. 손해율의 경우 77.1%에서 78.0%로 0.9%p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을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사업자인 손보사의 경우 수익을 위해 안정적인 손해율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금감원은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손해율이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이유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손해율 관리가 결국 보험료 인하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또 자동차보험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 2017년 한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거뒀다. 해당 기간 손보사들이 거둔 손실액은 총 6조원으로, 매년 약 7500억원대의 손실을 거뒀다. 누적으로 보면 여전히 적자인 것이다.

금감원의 의도대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해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무리한 보험료 인하는 자칫 자동차보험 시장의 과점 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대형 손보 4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가 시장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 구조 형태다.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해당 4개사는 올해 상반기 손해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총 5812억원의 흑자를 거뒀지만, 나머지 8개사는 총 25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2021년 말 84.7%에서 올해 상반기 85.2%로 0.5%p 상승했다. 반면, 중형 5개사(메리츠화재·한화손보·롯데손보·MG손보·흥국화재)의 경우 9.4%에서 8.4%로 1%p 크게 하락했다. 자동차보험이 자동차 소유주라면 필수로 들어야 할 의무보험인 만큼 가격 민감도가 높은 것을 고려하면, 중형사가 보험료 인하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계경제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에게 보험료 인하라는 달콤한 당근을 주기 위해 무리해서 당근을 캐다보면 자칫 당근 밭이 망가질 수 있다. 금감원의 개입은 이정도면 충분하다. 무리한 개입으로 환경을 파괴하지 말자.

파이낸셜투데이 한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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