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는 했으나 착지가 불안했다!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국내 금융업계 1위를 고수해왔던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이 좌불안석이다. 주력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잇따른 악재로 위신이 실추되면서 어 회장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순이익이 감소하고 연이은 소송으로 우발채무는 늘어났다. 여기에 성과향상프로그램과 희망퇴직으로 인한 노조와의 갈등까지 더해져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지난해 7월 취임한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의 독단 경영이 이 같은 결과를 부추겼다며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


노조 “어 회장은 자격미달 관치인사”, 직무정지 신청
갖가지 방법 동원해 구조조정 불구 실적 악화 여전

어 회장의 취임은 첫 발을 떼기도 전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힌 환영받지 못한 인사였다.

지난해 7월 13일 어 회장이 취임한 직후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서울지방법원에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노조는 어 회장이 은행법 제18조 2항에 해당하는 금융기관 임원의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을 직무정지 신청의 이유로 들었다.

또한 회장후보 선정 기준인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요건 미달 등 7가지의 사유를 추가로 꼽았다.

어 회장은 낙하산 인사?

그동안 KB금융지주의 회장직을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이번처럼 유난스러운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 대선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가 어 회장을 자리에 앉히는데 일임했을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취임 후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과 금융공기업들의 요직에 고려대와 대구·경북 인맥이 포진됐다. 국내 최대 금융회사인 KB금융지주에 어 회장이 취임한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노조에게 환영받지 못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대통령의 메가뱅크 육성과 흐름을 같이 하는 어 회장의 메가뱅크론 때문이었다.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어 회장은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KB금융지주를 세계은행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과 조직개편을 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 회장의 이러한 발언에 시장과 업계의 반응이 싸늘해지고 KB국민은행 노조까지 “관치 인사는 물러가라”며 항의하자 어 회장은 “당분간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노조를 회유했다.

구조조정의 칼날

그러나 “나를 믿어달라”던 어 회장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도를 달리했다.

2010년 10월 KB국민은행은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며 3000여명의 희망퇴직을 추진해 업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희망퇴직은 본격적인 인력 감축의 신호탄이 되어 올 1월에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제란 만 55세부터 60세 사이 직원들의 임금을 깎는 제도로, 지난 2008년 도입됐다. 지점장 등을 지낸 간부 직원을 채권 추심 등 후성 업무를 맡는 일반 은행원으로 강등시켰으나 생산성 저하와 주변 직원들의 사기가 꺾인다는 이유로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이번 임금피크제 폐지는 노조 집행부 교체시기를 이용해서 추진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홍보팀 유기영 팀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폐지는 노사 합의 사항이고 아직은 합의 중이라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성과향상추진본부(이하 성과본부)를 신설한 것 또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영업성과가 부진한 직원 219명을 성과본부로 발령한 것이다.

이들은 영업능력 교육을 받고 6개월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올려야 영업점에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2년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은 휴직해야하며, 이를 거부할시 퇴직명령을 받게 되므로 사실상 퇴출이 목적인 부서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능력 시험까지 시행해 원성을 사고 있다. 시험 결과가 인사고과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무에 대한 부담이 가중돼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성과본부는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들을 상대로 교육을 시키는 기구일 뿐 구조조정 수단이 아니다.

교육 결과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어 이번 해 6월 말 기준으로 50%이상이 복귀할 예정”이라며 “직무시험이 아니라 사이버 연수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낮은 실적으로 경쟁 욕심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조와의 갈등과는 별개로 최근에는 KB금융지주의 공격적인 경영전략 때문에 금융지주사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대기업금융 관련 부문을 독립시키고 대기업 대출금리를 타 은행보다 낮췄다. 또한 대학생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락스타’를 신설했다.

젊은 고객층을 일찍부터 확보하여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퇴직연금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퇴직연금 사업부를 분리해 퇴직연금 유치를 확대를 꾀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과당경쟁이 집단부실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다음달 11일부터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을 연계한 종합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 회장은 한편,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려 은행권 1위 자리를 자신하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KB금융지주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883억원으로 전년 대지 83.9%가 감소했으며 특히 4분기에는 2307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실적 악화를 가져왔다.

여기에 더해 KB국민은행이 피고로 있는 소송 179건의 소송가액은 1조 3천억원으로 이에 해당하는 금액은 우발채무로 분류되고 있어 패소할 경우 큰 손실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소송의 대부분은 로또와 관련된 것이어서 패소하더라도 은행 측에 피해가 가는 일은 없다”며 “로또 관련 소송을 제외하면 소송가액은 3~4천만원 정도로 일반 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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