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지한 기자
사진=한지한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배달 플랫폼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많이 변했다. 과거 음식을 시키기 위해선 전단을 뒤적거렸는데, 이제는 휴대폰 터치 몇 번으로 배달음식을 시킬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심지어 음식점을 이용자들이 매긴 평점 순으로 나열할 수도 있다. 배달 플랫폼의 등장은 요식업계의 ‘혁신’이었다.

혁신의 바람은 소비자에게 편리함만 주는 것은 아니었다. 플랫폼 이용이 늘어나며 배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에 없던 배달팁이라는 것이 생겼으며. 음식값에는 플랫폼사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가 녹아들었다. 편리함에 의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보험업계도 이러한 혁신의 바람이 이는 모양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휴대폰 터치 몇 번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사가 제공하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눈에 비교해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사업자 11곳을 신규 지정했다. 지난해 8월 전자금융업자 등 빅테크사가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보험 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는 종신보험과 변액보험 등 상품구조가 복잡한 상품을 제외하고 자동차보험과 펫보험, 여행자보험 등 상대적으로 상품구조가 단순한 상품만 취급될 예정이다. 해당 11개사는 내년 1월 중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로써 소비자들은 여러 보험사 앱을 접속하지 않고 네이버와 토스,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휴대폰 터치 몇 번으로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부담해야 될 보험료는 편리함과 궤를 같이할지는 의문이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취급하는 상품 중 뜨거운 감자는 자동차보험이다. 자동차보험은 손해보험업계에서 취급하는 상품군 중 장기보장성보험 다음으로 큰 규모의 시장이다. 또 자동차 소유자라면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할 의무보험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다. 가입자는 20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이미 각 손보사가 운영하는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가장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할 경우 보험료의 최대 4%를 수수료로 빅테크사에 지불해야 하는데, 다이렉트 채널과 비교해 플랫폼이 가격경쟁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예컨대 소비자가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100만원에 자동차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면 플랫폼을 통해서는 최대 104만원에 가입해야 한다.

물론 일부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빅테크에 지불해야 될 수수료를 왜 소비자에게 전가하냐고 불평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적절치 않은 주장이다. 소비자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편리함이란 효익을 누렸다면, 그에 따른 재화는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것이 적절하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2015년부터 이미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인 ‘보험다모아’를 보험사에 수수료를 받지 않고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보험을 비롯한 저축성보험, 실손의료보험에 대해 보험사별 보험료와 보장내용 등을 비교해 안내하고 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그간 대형사 위주의 과점체제였던 자동차보험시장이 플랫폼이란 신규 채널로 경쟁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보다 획기적인 상품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수료가 있다면 기존 다이렉트 채널보다 보험료가 비싼건 변함없다. 즉, 보험사들의 ‘땅따먹기 게임’에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소비자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누구를 위한 혁신인지 의문이 들지만 결국 결정은 소비자의 몫이다. 과연 플랫폼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배달 플랫폼처럼 우리의 삶을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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